경기북부 대표 농산물 '개성인삼' 명맥 흔들린다

이상고온·기습폭우에 재배 환경 갈수록 악화
기후변화 대응할 신품종·시설 재배 기술 보급 시급

  파주와 포천, 연천 등 최북단 지역인 경기북부는 고려 개성인삼의 명맥을 이어온 곳이다.

 인삼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조건을 갖췄고 이곳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인삼은 최고 품질의 6년근으로, 항암효과가 있는 사포닌 함량이 높고 잔뿌리가 많은 데다 향이 진해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국내 기후가 점점 아열대성으로 바뀌며 인삼 재배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한 인삼은 21세기 말이 되면 기후변화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재배될 것으로 예측한 자료도 있다.

 ◇ 까다로운 생육 조건에 이상기후까지…인삼 농가 타격

 인삼은 생육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약용작물이다.

 인삼의 재배 적지는 20∼25도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 남쪽에 산이 있고 북쪽으로 뻥 뚫린 북향의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이다.

 아침에 살짝 해가 들고 지는 해는 안 받는 곳이 좋으며, 토양의 수분은 18∼20%를 유지해야 한다.

 해를 많이 받아 28도 이상 고온이 되면 생장이 중단되는 등 고온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토양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병충해로 쉽게 썩는다.

 이 때문에 해가림 시설인 차양막을 설치하고 수시로 물을 뿌려 서늘함을 유지해주며 재배해야 한다.

 또 45∼60㎝ 높이 두둑에 심고 고랑을 깊게 해 배수가 잘 되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연작 피해도 큰 작물이어서 한번 인삼을 심은 곳에서는 10년 이상 묵혀야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

 이 같은 까다로운 생육조건에 이상고온과 기습폭우는 인삼 재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연평균 기온은 14.0도로 지난 20년(1991∼2020년) 평균 12.1도보다 무려 1.9도가 높았다.

 2023년 13.2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예전의 경우 8월 15일 이후에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 패턴을 보였으나 지난해의 경우 여름철 고온이 9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연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으나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비를 뿌리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철 좁은 영역에서 강하게 비가 내리면서 7월 17일 파주에 1시간 최대강수량이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박철민 연천군인삼연구회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8월 15일이 지나면 무더위가 넘어갔는데 지난해의 경우 여름철 고온이 9월까지 이어져 큰 피해를 봤다"며 "이천의 경우 폭설로 인삼밭 시설이 무너지는 등 이상기후 탓에 인삼 재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마저 줄며 인삼 생산량 감소…농가는 '이중고'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인삼 생산량은 전국적으로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3년 기준 전국 인삼 생산량은 2만2천223t으로, 14년 전인 2009년 2만7천460t과 비교하면 20%가량인 5천여t이 줄었다.

 연천군의 경우 2009년 552개 농가가 642㏊에서 638t의 인삼을 수확했으나 2023년에는 404개 농가가 283㏊에서 395t을 생산해 양이 크게 줄었다.

 소비 감소도 인삼 재배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출 감소로 재고가 쌓이며 계약 재배 면적이 준 것이다.

 인삼의 주요 소비층은 줄어든 반면 건강 보조식품이나 건강 기능식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인삼 소비가 감소했다는 것이 인삼 재배 농가들의 설명이다.

 인삼 소비 감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파주개성인삼축제다.

 파주개성인삼축제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수삼 40t 안팎이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15t 안팎으로 물량이 줄었다.

 연천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수출이 크게 줄어 인삼 재고가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며 "경기북부의 경우 주로 계약 재배를 하는 데 계약 면적이 줄며 매년 인삼 수확량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설 재배 시범 도입…고온다습에 강한 신품종 보급은 '요원'

 21년째 파주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전명수 파주개성인삼연구회 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시범적으로 시설 재배를 하고 있다.

 전체 재배면적 6만6천여㎡ 중 5천여㎡에 소형·대형하우스를 지어 인삼 재배에 나선 것이다.

소형 하우스에는 인삼을 키운 지 2∼4년, 대형 하우스는 3년 됐다.

 그러나 시설 재배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노지에 지주목을 세우고 차양막을 씌우는 예전 방식의 경우 설치비가 3.3㎡당 2만5천원, 소형 하우스는 7만원, 대형 하우스는 12만∼15만원이 든다.

 전 회장은 "시설 재배는 병충해가 적고 적절한 온도로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초기 투입비가 많이 드는 등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신품종 보급이다.

 그러나 품종 개량은 다년간에 걸쳐 연구해야 해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영석 경기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고온다습에 강한 인삼 품종 연구는 많이 하고 있으며 일부 성과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인삼은 재배 기간이 길어 품종 개량에 15년 이상 걸려 장기적으로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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