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의심돼도 병원 안내 못하는 약사들…왜?

"약사 8%만 희귀질환 의심환자에 병원 안내…전문인력 부족"

 국내 희귀질환 환자가 약국에서 조기 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언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임상약학 연구실 임성실 교수 등은 한국임상약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 결과 희귀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3차 병원으로 안내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약사는 8%에 불과했다.

 희귀질환의 법적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비율은 약 33%에 그쳤다.

 한국에서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정의된다.

 희귀질환 관련 지원 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희귀질환자 등록 절차와 지원 수급을 위한 조건 및 신청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약사는 없었다.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응답은 약 53%였다.

 희귀질환과 관련한 약사 역할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약사 약 27%는 '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므로 약국에서는 정확한 정보제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지역 약국이 희귀질환 정보 제공 및 상담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약사 전문성 강화와 관련 지원 제도 및 행정적 절차에 대한 정보 접근성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약사 48%는 약국의 희귀질환 상담 단점으로 '약사의 희귀질환 관련 전문지식 부족'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선진국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약사가 약국을 찾은 환자에게 조기 병원 방문을 권장하는 '1차 선별'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조언했다.

 앞서 2018년 의료비 지원 사업 등록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희귀질환 환자 약 6%가 증상 자각 후 진단까지 10년 이상 걸렸다고 답했다. 미국(4.8년)이나 호주(4.7년)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래 걸렸다.

 연구팀은 "전문 교육 프로그램 실시와 전문 약국 시범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라며 "약학대학 교육과정과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에 희귀질환 관리를 포함해 희귀질환자의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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