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필요…인력 공백 대비도 함께 고민해야"

의대 교수·소비자단체 '수련 시스템 개선 방안' 간담회
"전문간호사·전문의 팀 체제 제도화해야…정부 재정지원 필요"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근무 단축 시 초래될 인력 공백 대응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나온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하 의료공동행동)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의사 수련 시스템 개선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주 80시간 이상의 과도한 노동에 내몰면서도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집단 사직 이후 복귀한 전공의들은 최근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법정 휴게시간 보장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고, 국회에도 주당 수련 시간을 68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전공의 교육 기회 향상, 환자 안전을 고려한 근무 시간 조정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이면 당연히 공백이 발생할 텐데 그것은 누가 채울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선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부가 가진 대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도 "의사 수를 늘리지 않은 채 전공의 노동 시간을 줄이면 공백이 생기는 것은 뻔하다"며 "그 공백을 메우려면 전문간호사와 간호사, 전문의가 팀을 이루는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전공의가 돌아오면서 전문간호사들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라는 병원 행정팀의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환자 안전을 지켜낸 시스템을 경영상 이유로 없던 일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4년 차인 최윤영 전공의 역시 "대다수 병원은 현재 전공의가 일부 복귀했다는 이유로 전담 간호사의 철수를 감행하고 있다"며 "교육적인 방향을 고민하지 않고 전공의를 인력으로만 취급하면 의료 시스템과 환자 안전은 다시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는 미래 전문의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료팀 내 인력을 메우는 역할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기피 진료과 전공의 충원 부족 문제는 사실상 전문의를 적절히 고용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도 수련의 질을 담보하고, 전임의·교수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 전가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원래 우리 병원 내과에서는 전공의들이 주로 입원 환자 주치의를 맡았는데, 전공의가 목요일 당직 후 퇴근해 월요일에 출근하는 경우 환자가 5일가량 입원했을 때 전체 진료 과정을 관찰하면서 배우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며 "제한된 시간 안에서 교육을 어떻게 끌어나가야 할지 병원에서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환자는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생기기도 하고 야간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는데 전공의에게 이를 맡길 수 없다면 전공의와 교수 사이에 있는 전임의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이고 그들의 업무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 전공의 노동에는 일을 하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유형도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만 필요한 반복적인 일반 노동도 있고 노동이 아닌 자기 주도 학습이나 병원 당직 대기 등도 있다"며 "교육 효율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근무 시간이 절반으로 줄면 전공의 수련 기간이 두 배로 늘어야겠지만, 교육 효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의 질을 향상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승원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전공의 교육에 공을 들일수록 단순 업무를 담당할 인력 인건비, 지도 전문의 인건비 등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련병원에만 맡겨놓으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 의료시스템을 위해 필요한데 수련 병원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과정과 업무는 국가가 충분히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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