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이제는 병원 역할까지?…수액·도뇨관 허용 길 열리나

"단순 돌봄 넘어 의료 기능 강화"…요양시설 내 의료행위 확대 보고서

 요양시설에 계신 부모님이 간단한 수액 주사나 소변줄(도뇨관) 교체 때문에 매번 병원 응급실로 오가야 했던 경험은 많은 보호자가 공감하는 현실이다. 이제 이런 불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요양시설 내 적정 의료행위 범위 설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요양시설의 역할을 단순 '생활시설'에서 '의료 기능이 강화된 돌봄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경직성이다. 현재 요양시설 입소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 뇌졸중 등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의료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요양시설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호사가 상주하더라도 수액 주사, 도뇨관 및 비위관(L-tube) 삽입, 혈액·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의료행위조차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은 간단한 처치를 위해 병원에 오가거나, 시설에서 '가정간호 서비스'를 별도로 이용해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요양시설에서 이용한 가정간호 서비스는 무려 72만7천여 건에 달하며, 이는 전체 가정간호 서비스의 62.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 중 수액 주사 등 주사 행위가 49.3%로 절반을 차지했고, 도뇨관 관리(13.5%), 비위관 삽입(8.8%)이 뒤를 이었다.

 이는 요양시설 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해법은 '방문 진료 의사'와 '숙련된 간호사'의 협력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의료법과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요양시설을 의료행위가 가능한 예외적인 장소로 명시하고,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경미한 의료행위'의 범위를 법적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료행위의 주체도 명확히 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일차 의료 방문 진료' 의사가 요양시설 계약 의사를 겸직하며 '요양시설 간호 지시서'를 발급하고,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숙련된 간호사가 이를 실행하는 모델이다.

 방문 진료 의사는 소속 의료기관을 통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현재 계약 의사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에서 허용된 간호 처치에 더해 ▲ 수액·항생제 등 주사제 투여 ▲ 혈액·소변 등 검체 채취 ▲ 도뇨관·비위관 최초 삽입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변화는 어르신들이 생활하던 공간에서 연속성 있는 건강관리를 받게 해 불필요한 고통과 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보고서는 이런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요양시설 간호사 의무 배치 기준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현재 24.7%에 불과한 요양시설 간호사 배치율을 높이지 않고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요양시설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단순한 제안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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