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있냐 없냐" 간협, '태움' 등 피해 간호사 심리상담

'간호사 51% 인권침해 경험' 간호협회 심리상담 전문가단 출범

 "보호자에게 폭행당했다는 데도 병원은 '그냥 참으라'고만 하더라. 그 일을 겪은 뒤에는 환자 얼굴만 봐도 숨이 막혔다. 병원은 끝까지 '너만 참으면 된다'고 했다."(간호사 A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급자 눈치를 보는 거다. 상급자가 기분이 나쁜 날에는 하루 종일 업무를 지적하고 후배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게 다반사다. 얼굴에 대고 악을 지르거나 '너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머리가 있냐 없냐', '우리 집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듣는다'는 등 폭언이 이어진다."(간호사 B씨)

 간호사 2명 중 1명이 이처럼 현장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지난 21일 간호사의 정신건강 증진과 인권 보호를 위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공식 출범했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과 그런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교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간호사들의 설명이다.

 간협은 태움 등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을 강화하겠다면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 등이 자리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우선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숙자 정신간호사회 회장은 "간호사가 얼마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할 계획"이라며 "문제의 핵심을 보려면 그 사람이 태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지는 않았는지 까지 봐야 하는 거라, 이번 사업이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광자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도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환경 속에서 당하는 고통과 어려움을 알아주고, 보듬고 이해하면서 간호사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겠다는 취지"라며 "내적인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간협은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겪는 인권침해와 정서적 소진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간협이 전국 의료기관 간호사 788명을 대상으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호사들은 의료현장 내 폭언·폭행과 위계적 문화가 일상화돼 있는 데다 보호받을 수단도 부재하다고 호소했다.

 의사가 기분에 따라 간호사를 감정적으로 대할 뿐만 아니라 의사의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개인 심부름을 맡겼다고 하거나, 수술 중에 욕설과 폭언을 듣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게 일선 간호사들의 증언이다.

 간협이 지난 14일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8%는 최근 1년 내 인권침해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71.8%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피해 유형은 폭언(81.0%·복수 응답),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 등이었다.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순이었다.

 피해는 대부분 병동 등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있는 공간(79.0%)에서 발생해 의료현장의 인권침 해가 일상화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간협은 해석했다.

간협은 간호사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신고 및 조치 전(全)주기 표준화, 신고자 보호 및 2차 가해 금지, 재발 방지 체계 구축 등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전문가단과 함께 심리상담 지원도 본격화한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심리상담 전문가단은 간호사 인권 회복의 최전선이자 조직문화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간협이 제도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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