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강직성척추염일 수도"

근육통으로 착각 쉬운 자가면역질환…조기에 진단·치료해야 골절 막을 수 있어

 고등학생인 박모(18) 군은 최근 몇 주째 아침마다 허리가 녹슨 듯 굳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운동 후 근육통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엉덩이 통증이 심해지고 눈이 충혈되면서 피부에 붉은 비늘 모양의 발진까지 생겼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류마티스내과에서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관절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국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약 5만5천명에 이르며,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많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 발병한다.

 상황이 이러해지자 학회는 매년 11월 1일을 '강직성 척추염의 날'로 정해 질환 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조조강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와 엉덩이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하다가 몸을 움직이면 증상이 점차 호전된다. 반면에 휴식이나 잠을 잘 때는 오히려 통증이 심해진다.

 일반적인 근육통이나 디스크 통증이 휴식할 때 증상이 나아지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질환은 단순히 척추에만 증상이 국한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허리 아래나 엉덩이 부위 통증으로 시작해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에서 깨기도 한다.

 골반과 척추가 만나는 천장관절, 무릎·발목·어깨 등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눈의 포도막염, 피부의 건선, 염증성 장질환, 심장판막 이상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질환이 악화하면 척추뼈가 서로 붙어버려 마치 대나무처럼 일자로 굳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로 진행될 수도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신경외과)은 "강직성 척추염이 진행되면 척추 내 염증조직이 천천히 뼈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관절 주위의 뼈가 뾰족하게 자라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척추뼈가 통째로 붙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척추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강직성 척추염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HLA-B27'이라는 유전자가 양성이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발병 확률이 10∼30%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환경적 요인과 면역 체계 이상도 발병 원인으로 거론된다.

 진단에는 다양한 신체검사와 함께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활용된다. 염증 수치와 유전자를 보기 위한 혈액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우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염증과 통증 완화에 사용된다. 효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항류마티스제제, 생물학적제제(항 TNF 항체, 인터루킨-17 억제제) 등이 투여된다.

 비약물치료로는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물리치료, 그리고 올바른 자세 유지가 필수다.

 생활 습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가공식품·밀가루·유제품·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이 권장된다.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흡연과 음주도 삼가야 한다.

 운동 또한 치료의 핵심이다.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저강도 유산소 운동은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강직을 방지한다.

 특히 아침 기상 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호흡 운동은 척추를 부드럽게 만들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하루 한 번은 허리와 가슴을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증상 악화를 막는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재민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완치보다는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그리고 올바른 생활 습관 개선이 병의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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