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 속도…기대·우려 교차 속 공공성 요구도

세부 방향 두고 의료계·업계 이견…환자 안전 vs 환자 편의

 정부와 여당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식 선언하면서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오랜 기간 시범사업 형태 등으로 시행돼 온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세부안에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환자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의료계는 '환자 안전'에, 산업계는 '환자 편의'에 조금 더 무게추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허용돼왔으며 현재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비대면 진료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기 위해 국회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으며, 오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병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더욱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법 개정안은 연내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오는 18일 법안소위 심사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안별 일부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의원급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되 중증·희귀 난치 질환 등 일부 환자의 경우 병원급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비대면 진료 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도 대부분 의안에 반영돼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안에는 환자의 거주지별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지역을 '비대면 진료권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있는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차이가 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대상 등 의안별 일부 차이가 있는 만큼 법안소위 심사를 거쳐야만 세부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초·재진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에서 시행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일부 병원급 이용이 불가피한 환자에게는 예외를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도 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의원님들의 다양한 의견과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형태로 지속 운영하기에는 불안정성이 큰 만큼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의료계 "환자 안전 최우선" vs 업계 "환자 편의 위해 유연하게"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두고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환자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의료계는 환자 안전을 위해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달라고 주문하는 한편 업계는 환자 편의 개선이라는 실효성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시범사업 운영으로 드러났던 부작용을 면밀히 평가해 세부 지침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 시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이나 처방 기한을 제한하는 건 물론이고 의료분쟁 시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비대면 진료를 무턱대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세부 사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라며 "비대면 진료라는 건 '제한적인' 의료 행위이므로 처방 약제나 기간, 대상 등을 제한해 정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최소한으로 허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한 여러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한 뒤 ""비대면 진료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계가 참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환자들의 편의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본다.

 원산협 관계자는 "지금 추진되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디테일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어서 환자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영리 플랫폼 위주 진행에 비판도…'공공성' 요구 나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민간의 영리 플랫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공공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원산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굿닥, 솔닥 등 회원사를 통해 약 198만6천건의 비대면 진료 중개가 이뤄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개인의 건강정보를 축적하고, 영리 목적의 산업과 연계하거나 비급여 진료 등 수익성이 큰 의료 서비스 이용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비대면 진료가 탈모나 다이어트 등 비급여 의약품을 처방받는 데 주로 사용돼왔다며, 이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건 의료를 영리로 활용하라는 길을 열어주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영리 민간 플랫폼은 이용자 확대를 통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과잉진료 및 처방 등 비윤리적 행위를 부추겨 건강보험의 재정지출 증가를 유발할 것"이라면서 "개인 의료정보 보호 등에 대한 논의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민간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아닌 공공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원진녹색병원 원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산업계의 일방적인 규제 완화 요구와 로비 결과로 추진되는 현재의 의료법 개정 논의는 중단하고, 정부(공공) 주도의 원격의료 도입 논의로 재편돼야 한다"며 "공공 플랫폼, 공공 의료 정보 보호 기구, 원격의료 모니터링 등에 대한 추가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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