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년 만의 약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약가유연계약제 대폭 확대를 입법 예고하고 본격 시행 단계에 착수했다.
정부와 환자들은 신약 접근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약가 결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마감했다.
이중계약제라고도 불리는 약가유연계약제는 외부 표시 신약 가격은 해외 주요국과 비슷하게 고시하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는 실제 가격을 기반으로 별도 계약을 체결해 건보 등재 절차 를 밟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부에 따르면 그간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단일 약가제도를 실시해 왔는데, 현재 국내 약가가 해외에 비해 낮다 보니 제약사들의 '신약 코리안 패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낮은 약값이 국내 제약사들이 약품을 수출할 때도 제약이 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통상 약값 계약 체결 시에는 자국 약가를 참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용 효과성이 불투명한 약의 효과가 없으면 제약사가 보험 약품비를 공단에 돌려주는 형태의 이중약가제를 시행해 왔으나, 적용 조건이 까다롭고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이중약가 대상을 신규등재 신약·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품·위험분담제 종료 신약·바이오시밀러 등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약가 개편에 대해 "약가 결정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지난 6일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내며 "국민들은 의약품 급여 결정 과정뿐 아니라 실제 가격 정보에 대해서도 접근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확대된 모든 약에 대해 공정하게 협상했는지,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됐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항암제·중증질환 국내 신약은 위험분담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당뇨약 등 타 약품은 기존 유사 제품과 비교해 약값이 결정되기 때문에 (약가유연계약제가) 해외에 비싸게 팔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4일 "비밀 합의된 금액으로 환자 부담과 건보 재정 낭비는 커질 것"이며 "이미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이 수십 개인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환자 단체들은 희귀·난치 중증질환자의 기다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약제비 산정 기준이 불투명해지는 것과 급여 등재 기간 단축이 약품의 효과성 검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환자단체 관계자 또한 "현재 위험분담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반 가운 소식이지만, 전반적인 국제 약가가 올라가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의 위험분담제는 효과 대비 비용이 굉장히 높은 약 등 중심으로 운영돼 대상 약품이 제한돼 있었다"며 "'신약 패싱'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유연계약제는 취지가 전혀 다르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격 불투명성이나 약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단일 가격제에 비해 가격 체계 옵션이 늘어난 것인데, 실제 가격을 근거로 오히려 약가 협상에서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접수한 의견서 내용을 최종 검토한 후 법제처 심사와 부령 개정 절차를 거쳐 오는 2월 말이나 3월에는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