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식탁은 평소보다 훨씬 풍성해진다. 전, 튀김, 갈비찜 등의 기름진 음식 섭취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술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명절 식습관이 뜻밖의 응급 질환을 부를 수 있다. 바로 '담낭염'이다. 단순한 체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쓸개로도 불리는 담낭은 상복부에 위치한 소화기관으로,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했다가 십이지장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크기는 작지만, 지방 소화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담석과 염증 위험이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 명절 과식·음주가 방아쇠…담석이 담관 막아 염증 유발
담낭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이다. 담석은 담즙 성분의 불균형으로 생긴 일종의 결석으로, 담낭관이나 담도를 막으면 담즙 흐름이 차단되면서 담낭 내 압력이 상승해 염증이 생긴다. 급성 담낭염의 대다수가 담석과 직접 관련돼 있다.
특히 명절 기간은 담낭에 부담이 되는 시기다. 고지방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고 음주까지 더해지면 담낭은 담즙을 배출하기 위해 과도하게 수축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있던 담석이 관을 막아 급성 담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명절 연휴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적지 않은 수가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된다.
위험 요인도 비교적 뚜렷하다. 비만, 당뇨병, 지질 이상, 콜레스테롤 증가 등 대사 질환은 담석 형성 위험을 높인다. 평소 고열량·고지방 식습관이 지속됐다면 위험은 더 커진다.
반대로 급격한 체중 감량도 문제다. 심한 다이어트를 한 사람의 4명 중 1명꼴로 담석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 "체한 줄 알았는데"…6시간 넘는 통증·발열 땐 의심해야
담낭염은 급성과 만성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다르다.
급성 담낭염은 오른쪽 윗배(우상복부) 또는 명치 부위의 심한 통증이 대표적이다. 통증은 등이나 오른쪽 어깨 쪽으로 퍼질 수 있고,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만약 오른쪽 윗배 통증이 6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열과 오한이 나타나면서 구토가 멈추지 않는다면 담낭 괴사, 천공, 복막염까지도 생길 수 있는 만큼 꼭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반면 만성 담낭염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상복부 더부룩함, 팽만감, 소화불량 같은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 위장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도 담낭에는 만성 염증과 조직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
세란병원 복부센터 고윤송 센터장은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통증이 심해지고, 오른쪽 갈비뼈 아래를 눌렀을 때 통증이 있다면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며 "특히 예전에 담석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급격한 체중 감량을 경험한 경우에 소화불량 및 상복부 불편감이 있다면 담낭염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진단은 초음파가 기본…급성은 수술이 표준 치료
담낭염 진단은 복부 초음파 검사가 기본이다. 담석은 초음파로 90∼95%까지 확인할 수 있다. 담낭벽이 두꺼워졌는지, 주변에 염증 소견이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급성 담낭염의 경우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는 양상도 보인다.
치료는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담낭염은 담낭 절제 수술이 표준 치료다. 담낭을 제거해도 담즙은 간에서 계속 만들어져 바로 장으로 흘러가므로 일상적인 소화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약물로 담석을 녹이는 경구 용해 요법도 있지만, 완전 용해 성공률이 30% 이하로 낮고 5년 이상 지나면 절반가량에서 재발하는 한계가 있다.
만성 담낭염은 증상이 없으면 경과를 관찰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담석이 확인됐다면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로 변화를 추적하는 게 권장된다. 담석 크기가 2㎝ 이상이면 예방적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강남베드로병원 외과 박관태 원장은 "담낭에 발생하는 염증은 단순한 통증을 넘어 조직 변화 및 기능 저하로 인해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며 "특히 40대 이후에는 대사 요인과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으로 악화하기 쉬운 만큼, 담낭 건강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