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은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져 호흡을 잘 못 하는 질환이다. 천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경우에 따라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천식 환자는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식 환자가 뇌종양에 덜 걸리는 이유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직관적으로 무관한 듯한 이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는 T세포의 특이 반응에 있었다. 천식 환자의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T세포가 간접적으로 뇌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발견은 장차 뇌종양 치료에 새로운 접근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뇌종양 환자의 T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천식 환자의 T세포처럼 행동하게 하면 뇌종양의 발생과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의 데이비드 구트만(David H. Gutmann) 신경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사실, 천식과 같은 염증 질환을 앓는 사람의 뇌종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역학(疫學) 관찰 결과가 학계에 보고된 건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인간의 생체시계는 여러 측면에서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 질환과 백신 반응도 생체 리듬에 영향받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 나타나는 항체 반응 수위가 접종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오전보다 오후에 백신을 맞았을 때 더 강한 항체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접종 시간대와 면역 반응이 서로 연관됐다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개념 증명이란 시장 도입을 앞둔 신기술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특정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걸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의 엘리자베스 클레르만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일(현지 시각) 시간 생물학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바이오로지컬 리듬'(Journal of Biological Rhythm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클레르만 박사는 하버드의대의 신경학 교수이자 MGH의 신경생리학·수면 부서 연구원이다. 사실, 질병의 증상과 의약품
국내에서도 다음 주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패스(백신 패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터진 지 만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우려로 다급해진 상황에서 백신 접종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확고한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뚫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백신 효능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방역에 핵심 변수가 간과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코로나19를 앓고 회복한 '완치자'와 본인도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 무증상 감염자의 존재다. 이들에게도 항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자와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연 감염을 통해 생긴 신종 코로나 항체가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효능 면에서 백신 접종으로 생긴 것 못지않다는 외국의 연구 보고는 여럿 나왔다. ◇ 감염 항체 vs 백신 항체, 무슨 차이? 외국 면역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항체의 효능에 주목했다. 특히 백신 접종자의 돌파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살다 보면 밤에 잠을 자는 리듬이 깨지는 일이 종종 있다. 해외여행 후 시차증(jet lag)에 시달릴 수 있고,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circadian rhythm sleep disorders)' 같은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냥 주말만 되면 늦게 자는 습관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밤에 잠을 못 자는 사람이 한밤중에 음식을 먹으면 포도당 과민증(Glucose intolerance)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녁때를 한참 넘겨 심야에 음식을 먹으면 24시간 주기로 맞춰진 중앙 생체시계와 주변 생체시계(central and peripheral circadian clocks) 사이에 교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설사 밤잠을 못 자더라도 야식만 자제하면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당 과민증은 혈당치를 끌어올려 2형 진성 당뇨병(약칭 T2DM)으로 이어지곤 한다. T2DM은 혈당치가 높은데도 포도당이 체내 조직으로 잘 흡수되지 않는 병이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의대의 두 번째로 큰 교육병원인 '브리검 앤드 위민스 호스피털(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과학자들이 주도적
노인성 치매의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뚜렷한 증상 없이 수십 년 잠복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100% 확실한 진단은 사후 뇌 조직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뇌에 두 가지 이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일단 알츠하이머병이 왔다고 상정한다. 바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와 신경원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s)이다. 플라크(신경반)는 아밀로이드 펩타이드가 침적해서, 신경섬유 엉킴은 변형된 타우 단백질이 뒤엉겨 생긴다. 그런데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침적해도 5명 중 1명꼴은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자체가 곧바로 치매를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과학자들이 뇌세포의 자정(自淨) 기능 저하를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요지는 타우 단백질의 화학적 형태 차이가 이런 기능 저하를 가져와 치매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UC 리버사이드의 라이언 줄리언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프로테옴 연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하면 일시적 감염에 그치지 않고 만성 감염증으로 이어진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면 체내 항체 면역 반응이 급격히 약해진다. B세포의 유전 형질이 변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만큼 강한 항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을 때 B세포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호주 모내시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BMI-1이라는 B세포의 후생 유전 조절 단백질이 너무 일찍 활성화하는 게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 이 단백질이 조기 발현하면 섬세하게 균형이 맞춰졌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뒤죽박죽돼 B세포의 성질 자체가 변했다. 하지만 이 단백질의 발현을 막으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강한 항체가 B세포로부터 다시 생성됐다. 이 발견은 장차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 등을 통해 생기는 항체 반응의 조절과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모내시대 '생물의학 발견 연구소(BDI)'의 킴 굿-제이콥슨(Kim Good-Jacobson) 생화학 분자생물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9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박테리아 하면 대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폐렴, 수막염, 피부 염증 등은 모두 박테리아 감염으로 생긴다. 우리 몸엔 세포 수의 최고 두 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있다. 흔히 아는 장(腸)과 피부는 물론이고 폐, 구강 심지어 암세포 안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많다. 그렇다고 유해한 세균만 있는 건 아니다. 알고 보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ㆍ활생균)로 불리는 몸에 이로운 세균도 적지 않다. 미국 신시내티대 과학자들이 암세포를 찾아내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프로바이오틱스 조작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를 기존의 항암 면역요법과 함께 쓰면 치료제가 종양에 잘 스며드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리니칸트 코타기리(Nalinikanth Kotagiri) 약물학과 조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어드밴스트 헬스케어 머티어리얼스(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코타기리 교수는 신시내티대 암 센터의 고형암 전문가다. 2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암 사망의 90%는 전이암에서 비롯된다. 전이암이 이렇게 위험한 건 대부분 너무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이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림프절은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가 다른 부위로 옮겨갈 때 거치는 중간 기착지다. 그런데 암세포 무리가 림프절의 미세환경을 전이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미리 엑소좀(exosomes)을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멀리 이동해야 하는 암세포가 림프절에 메신저를 보내 사전 정지 작업(soil preparation)을 한다는 뜻이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에는 전체 과정을 추동하는 NGFR 분자가 들어 있고, 이 NGFR의 발현을 막으면 암의 전이가 억제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엑소좀은 세포가 외부로 방출하는 '세포 외 소낭(ECV)'의 일종으로 진핵생물의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지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암 종양의 고유한 행동(intrinsic behaviour)에 초점을 맞췄다
건선(乾癬)은 하얀 각질, 붉은 반점, 발진 등이 팔다리 관절 부위 등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건선이 생기면 보기에 흉할 뿐 아니라 상당히 고통스럽다. 더 큰 문제는 근원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하는 건 가능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고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하곤 한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건선의 발생과 진행에 함께 관여하는 '단백질 3종' 세트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효과적인 건선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LJI 자가면역 염증 센터의 마이클 크로프트(Michael Croft)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실렸다. 미국엔 대략 750만 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3억3천291만 명)의 약 2.3%다. 그런데 근원적인 치료 약이 없어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크로프트 교수는 "현재 쓰고 있는 치료법으론 건선을 치유할 수 없다"라면서 "투약을 중단하면 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