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몇 킬로씩 빠져요", "인플루언서 후기 보고 처방받았어요", "비대면 처방 좀 알려주세요". 최근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체중 감량이 열풍처럼 번지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원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약물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는 당뇨병치료제가 아닌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 약물을 이용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남용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문제를 짚기 위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이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 공동 주최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부·의료계·언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질병관리청은 22일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사망원인통계 연계 자료를 공개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시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를 연계한 것으로,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2023년 사망원인통계를 갱신해 활용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매년 약 1만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영양 상태 등을 묻는다. 이번 자료 연계로 총 6만9천855명의 자료가 연계(97.5%)됐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6천567명이었다. 연계된 통계에 따르면 2007∼2023년 원인별 사망자 수는 신생물(암)로 인한 사망(1천964명·29.9%), 순환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1천385명·21.1%), 호흡계통 질환으로 인한 사망(819명·12.5%) 순으로 많았다. 이 연계 자료는 국민건강영양조사 홈페이지에서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질병청 건강영양조사분석과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에서 심의한 뒤 자료를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연계 자료가 건강 위험 요인과 사망의 관련성 등 다양한 보건 분야 연구에 활용돼 만성 질환 예방 관리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노인성 난청 등 청력 손실이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과 겹칠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학(UNIGE) 카리클레이아 람프라키 박사팀은 22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심리학(Communications Psychology)에서 유럽 노인 3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청력 손실과 외로움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사회적 고립 여부와 관계 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청력 손실이 생기면 인지 저하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노인 청력 관리를 조기에 예방적으로 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청력 손실 또는 상실은 사회적 고립과 의사소통 어려움, 주의력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 저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25억명이 청력 손실 또는 장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60세 이상 인구의 약 25%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청력 손상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50세 이상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유럽 건강·노화·은퇴 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리가 붓는 증상으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만성정맥부전'(CVI, Chronic Venous Insufficiency) 진단을 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만성정맥부전은 심장 쪽으로 흘러야 할 정맥 혈액이 다리에 고이면서 붓고 아픈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혈액을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할 판막이 고장 나 아래로 역류하는 것이다. ◇ 노인 25%가 '만성정맥부전'…"오래 서 있는 생활 습관이 원인"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진단으로 만성정맥부전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질환은 우리 주변에서도 낯설지 않다. 대한정맥학회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노인 인구 4명 중 1명 이상이 경증 이상의 만성정맥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더 많고, 40대 이후 중장년층부터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임신 및 출산을 경험한 여성, 간호사·교사·판매직 등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증상은 오후만 되면 다리가 부으면서 무거워지고, 밤에 종아리 근육이 저리거나 쥐가 나는 게 대표적이다. 발목 주변 피부가 검게 변하거나 가렵고, 미세한 모세혈관
건강한 식생활이 실제 의료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소 건강하게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의료비가 9%가량 덜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6∼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성인 1천144명의 식생활과 연간 의료비 지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식생활평가지수'에 따라 4개 분위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의 연간 의료비를 파악했다. 이때 성별이나 연령, 소득, 만성질환 여부 등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은 배제하고 연관성을 분석했다. 식생활평가지수는 전반적인 식사의 질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식생활을 14개 항목으로 나눠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할수록, 붉은 고기보다 흰 살 고기를 더 많이 먹을수록, 흰 쌀밥보다 현미밥을 많이 먹을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반면 나트륨과 주류, 탄산음료 등은 적게 먹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연구 결과 식생활지수가 가장 높은 그룹은 식생활 지수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총 의료비가 평균 8.6% 덜 들었다. 외래 진료비는 12.1%, 입원
'혼밥'의 시대에 화면 속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북이 쌓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바로 '먹방'(먹는 방송)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일상적 위안이 때로는 깊은 정서적 고립을 부추기고 우울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연구팀(정혜인, 윤아영, 김병미, 최윤주)은 지난해 자체 실시한 '먹방·쿡방·술방 시청과 식생활 인식 및 건강행태 조사'에 참여한 20∼64세 한국인 1천210명(남 630명, 여 580명)을 분석한 결과 먹방과 우울증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먹방은 다양한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구성된 방송으로 정의됐다. 요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방송은 먹방에서 제외했다. 연구팀은 지난 1년간 먹방 시청 빈도에 따라 '시청 안 함', '주 1∼2회 시청', '주 3회 이상 시청'으로 나눠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우울증 선별에는 총 9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을 통해 10점 이상을 우울증으로 정의하는 '심리평가 척도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이 늘면서 소위 '냉방병' 예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고려대 안암병원에 따르면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이상 벌어질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군이다.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다. 냉방병의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 장시간 냉방 노출, 에어컨 필터나 냉각수에 서식하는 세균 등이 꼽힌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증식하는 레지오넬라균도 냉방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냉방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두통, 전신 피로감, 근육통, 어지럼증 등이 있다. 감기와 비슷하게 인후통, 콧물, 기침이 동반되기도 한다. 소화불량이나 설사, 복통 등의 위장 장애가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악화 등을 겪을 수 있다. 윤지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고,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만성화하면서 만성 피로증후군이나 소화기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천식, 알레르기 질환, 심폐기능 이상, 관절염,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거나 기저질환이 악화할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2세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RA)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와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가 당뇨·비만 환자의 치매 위험을 37%,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3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만 타이중시 중산의대 제임스 청중 웨이 교수팀은 17일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미국 당뇨·비만 환자 6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GLP-1R 작용제와 다른 치료제가 치매 및 사망률 등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GLP-1R 작용제가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환자의 치매, 뇌졸중, 전체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이들 약물이 신경 및 뇌혈관계를 보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마클루티드(당뇨치료제 오젬픽,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티르제파트디(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같은 2세대 GLP-1R 작용제가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미국 전자의무기록 네트워크(TriNetX US
충치나 치은염, 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추적 관찰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의 경우 빠진 이를 방치했을 때 암 발생 위험이 20%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김계형 교수와 서울시보라매병원 공공부문 이승연 박사는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성인 384만5천280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을 토대로 충치, 잇몸을 지칭하는 치은에 생기는 염증인 치은염, 치아가 빠진 상태인 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 보유 여부에 따른 암의 발생률과 사망 여부를 분석했다. 전체 암 발생은 총 18만1천754건으로, 구강질환이 있을 때의 암 발생률이 높았다. 치아가 없을 경우 대장암은 13%, 간암은 9%, 위암은 8%, 폐암은 4% 더 많이 발생했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각각 8%와 7% 증가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마찬가지였다. 10년간 암으로 인한 사망은 총 3만7천135건이었는데 치아 상실이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 사망률이 24%, 위암은 21%, 간암은 16%, 대장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