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피부에 이식한 생체공학 디바이스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당장, 이 정도까지 되기는 어렵지만, 피부에 종이처럼 붙이는 생체 전자공학 기기를 연필로 조작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원천 기술과 소재를 미국 미주리대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구현될 수 있어, 상업적으로 개발된 다른 기기보다 훨씬 더 조작이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주리대 공대의 옌 정(Zheng Yan) 조교수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유형의 생체공학 기기에서 글자를 쓰고 도형을 그리는 연필은, 다양한 농도의 그래파이트와 점토, 왁스 등이 함유된 납을 소재로 한다. 옌 교수팀은 그래파이트 순도가 90% 이상이어야 연필과 종이가 마찰할 때 높은 에너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특히 그래파이트 순도가 93%인 연필이 다양한 생체 전자공학 기기를 만드는 데 최적이라는 걸 알아냈다. 이런 기술이 적용된 종이가 피부에 잘 붙게 하는, 인체 부작용이 전혀 없는 뿌리는 접착제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는 1주일 안에 스스로 분해되게
단 걸 좋아하는 성향은 유전적으로 발달한 기제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 몸 안에서 포도당(글루코스)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 충전'이라는 유행어도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단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이나 비만 같은 만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에게 솔깃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FGF21(섬유아세포 성장 인자 21)이라는 호르몬이 뇌의 복내측 시상하부(ventromedial hypothalamus)에 직접 작용해 단 걸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FGF21은 원래 에너지 균형, 체중 조절, 인슐린 민감성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시상하부에서 특정 뉴런(신경세포) 무리의 글루코스 민감도를 높여 당 흡수를 줄이는 경로가 새롭게 밝혀졌다. 이 연구는 미국 아이오와대 의대의 매튜 포토프 신경과학 약물학 부교수와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매슈 길룸 부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관련 논문을 13일 저널 '셀 머태벌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했다. 포토프 교수팀은 선행연구에서,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간에서 F
인슐린은 혈중 글루코스(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당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이 췌장에서 혈액으로 풀려 당 수위를 낮춘다. 보통 '성인 당뇨병'이라고 하는 '2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시스템이 고장 나 생기는 병이다.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 포도당을 처리할 만큼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거나, 인슐린 분비 세포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원인이다. 건강한 췌장은 새로 만든 신선한 인슐린을 우선해서 분비하고, 오래된 인슐린은 분해해 폐기한다. 그런데 2형 당뇨병에 걸리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우선순위에 교란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췌장이 새로 생긴 인슐린과 오래된 인슐린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호주 시드니대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생물 화학 저널(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최신 호에 발표했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전 세계의 당뇨병 환자는 4억1천500만 명에 달한다.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는 95%가 2형 당뇨병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긴 2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심장, 뇌부터 피부까지 신체 전체가 바이러스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자체 및 외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사실상 인체의 모든 주요 기관을 공격하는 '다발성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의 상당한 비율에서 코로나19는 장기를 직접적으로 손상하고, 혈전을 유발하며, 심장 박동을 늦추고, 신장에서 혈액과 단백질을 빼내고, 피부에는 발진을 일으켰다. 또 기침을 포함한 호흡기 증상, 발열과 함께 두통, 어지럼증, 근육통, 위통 등 통증도 유발했다. 연구진은 "혈전에 대한 뉴스는 많이 나왔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이들 환자 중 상당한 비율이 신장, 심장, 뇌 손상을 겪는다는 점"이라며 "의료진은 호흡기 질환과 함께 이런 증상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때 사용되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가 지목됐다. 혈관, 신장, 간관(肝管·쓸개즙을 간에서 쓸개로 운반하는 관), 췌장, 소장, 대장,
나이가 들면서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운동이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전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도 꾸준히 운동하면 인지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유전적 변이가 생겨 그런 신경 질환을 피할 수 없는 사람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운동의 이런 효과는 의학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에서 생성되는 단 하나의 효소가, 운동을 통한 인지기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 실험에서 이 효소의 혈중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이자, 규칙적으로 운동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증폭해서 나타났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등의 인지기능 손상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약물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콘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건 Gpld1이라는 효소 단백질이다. 생쥐가 운동하고 나면 이 단백질이 간에서 생성돼 혈액으로 흘러나왔다. 또한 이 단백질의 혈중 농도와 나이 든 생쥐의 인지 기능 개선은 뚜렷
아테롬성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의 특징 중 하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이다. 이렇게 '막힌 혈관(clogged arteries)'에는 트라이메틸아민(TMA)이라는 화학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MA는 인간에게 이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 장 세균이 음식물의 영양분을 분해하는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런 영양분 중에는 육류와 생선에 들어 있는 L-카르니틴도 포함된다. L-카르니틴은 운동 후 회복에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특정 장 세균이 TMA 생성 과정에서 L-카르니틴이 하는 역할을 차단한다는 걸 미국 오하이오 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렇게 혈관이 좁아져 동맥경화로 진행되는 위험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세균은 유박테륨 리모숨(Eubacterium limosum)이다. E.리모숨은 흙과 물에서 많이 발견되는 그람 양성 혐기성 세균인데 사람에겐 흉막염이나 뇌·폐·장·구강 등의 농양에서 분리된다. 관련 논문은 8일(현지시간) '생물 화학 저널(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인터넷판에 실렸다. 원래 E. 리모숨은 장의 염증을 진정시키는 유익균으로 알려졌다. 장의 TMA 생성에는 L-카르니
유전질환인 가족성 과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진단을 받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가능한 한 포화 지방 섭취를 줄이라고 의사들은 권고한다. 가족성 과콜레스테롤혈증에 걸리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건강한 일반인 평균의 2~4배로 높아진다. 미국심장협회 등은 심장병 예방을 위해 육류, 계란, 치즈 등의 동물성 식품과 코코넛 오일 섭취를 피하라고 권장한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할 만한 의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 건강을 지키려면 포화 지방이 아니라 설탕을 줄여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심장병 전문가로서 연구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의 데이비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80년간 가족성 과콜레스테롤혈증이 생기면 포화 지방 섭취를 줄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해 왔다"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환자에게) 권고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체중, 고혈압, 당뇨병 등 심장병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저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이는 최근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줄기세포가 재생의학의 미래로 주목받은 지는 오래됐다. 지난 10년만 되돌아봐도 근육과 신경계 질환 치료에 줄기세포 활용을 제안하는 연구 보고가 꼬리를 물었다. 2012년에는 이 분야 선구자로 꼽히는 영국의 존 B.거던 경과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재생의학에 줄기세포를 적용하는 건 아직 제한적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제약 요인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배양법을, 스페인 국립 암연구소(CNIO)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관련 논문은 유럽분자생물학기구가 발행하는 '엠보 저널(EMBO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기 이전에 발현하는 '마이크로RNA 203(miR-203)'이라는 RNA 시퀀스(염기서열)를 발견했다. 이 마이크로RNA를 줄기세포에 적용하자 다른 유형의 세포로 전환하는 잠재 능력이 크게 향상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생쥐, 그리고 유전적으로 조작한 생쥐에 모두 실험해, 이 마이크로RNA의 효능을 검증했다. 인간과 생쥐의 줄기세포에 각각 5일간 miR-203를
함께 사는 반려견이 사람으로 치면 몇 살이나 됐는지 궁금해하는 애호가들이 많다. 널리 알려진 공식은 7을 곱하는 것이다. 반려견 나이에 7을 곱한 값이 대략적인 사람 나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공식이 틀렸다는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와 노화 정도를 함께 보면 대체로 반려견은 이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개의 나이와 사람의 나이는 '곱하기 얼마' 식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반려견의 나이에 따라 노화의 진행 속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려견은 어릴 때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다가 수명의 3분의 1 정도가 지나면 노화 속도가 뚝 떨어지는 패턴을 가졌다. 이 연구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트레이 아이데커 의학 생명공학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3일 저널 '셀 시스템스'(Cell Systems)에 실렸다. 연구팀은 사람과 개에게 평생에 걸쳐 생기는 'DNA 메틸레이션 마크'(methylation mark)에 주목했다. 사람의 얼굴 주름이나 흰머리를 보고 나이를 짐작하듯이, '유전체의 주름'과 같은 이 마크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후성유전학에서 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