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은 치아의 겉을 싸고 있는 에나멜(법랑질)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씹어 넘겨도 치아가 견디는 건 모두 이 에나멜 덕분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어린이는 10명 중 9명꼴로 충치가 생기고, 성인도 충치 환자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가장 흔한 만성 질환 가운데 하나인 충치를 제1 선에서 막는 것도 치아의 법랑질이다. 충치는 법랑질 표면이 과도한 산에 부식하면서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치아 법랑질의 정확한 미세 구조와 화학적·역학적 특성을 잘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노스웨스턴대 과학자들이 치아 법랑질 구조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장차 치아 법랑질 손상을 예방하고 복원하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NIH 산하 '국립 치아 두개(頭蓋) 안면 연구소(NIDCR)'가 이 연구에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 원자 해상도로 법랑질 구조를 파헤치는 덴 약칭 STEM으로 통하는 '주사 투과 전자 현미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자빔을 물질에 조사해 원자 구성을 알아내는 첨단 기기다. 관찰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특정 영역을 먼저 공격한다. 가장 먼저 퇴화하는 건 기억의 저장에 관여하는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의 뉴런(신경세포) 무리다. 이 영역의 뉴런이 알츠하이머병의 공격에 유난히 취약하게 하는 분자적 요인을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시간) 저널 '뉴런(Neuron)'에 실렸다. 지금까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에 초점을 맞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던 연구는 대부분 실패했다. 뇌 조직에 형성되는 아밀로이드 신경반(plaques)은 알츠하이머병의 엄습을 알리는 최초의 전조다. 아밀로이드 신경반에 이어 나타나는 두 번째 신호가 타우 단백질의 신경섬유 매듭(neurofibrillary tangle) 형성이다. 이 병리적 매듭은 아밀로이드 신경반과 달리 내후각 피질의 뉴런에만 집적된다. 록펠러대 연구진은 내후각 피질 뉴런을 타우 신경섬유 매듭에 취약하게 만드는 유전적 요인을 추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취약한 뉴런만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자체 개발한 BacTRAP 기술로 해결했다. 취약한 뉴런을 구분해 강한 뉴런과 유전적으로 어떤 점이
뇌에 철분이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안나 다물리나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100명과 건강한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초고해상도 MRI로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정밀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치매 환자 그룹이 대조군보다 뇌세포의 철분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중 56명에 대해 17개월 후 다시 뇌 MRI와 함께 치매 진행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뇌세포의 철분 축적이 증가할수록 표준 지능 테스트 성적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들의 뇌세포에 철분이 쌓이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에 대해 호주 멜버른 치매 연구 센터의 애슐리 부시 박사는 치매 환자의 유전적 위험요인이 뇌의 철분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뇌세포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동시에 뇌세포의 철분 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박사는 체내에서 과잉 철분을 제거하는 경구 약물인 데페리프론(deperipro
분자생물학에서 샤프론(chaperone)은 단백질의 올바른 접힘(고차구조형성)을 제어하는 데 관여하는 특정 부류의 단백질을 말한다. 단백질이 정해진 형태로 올바르게 접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의 접힘(folding)에 이상이 생기면 암, 알츠하이머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암 등을 부르는 샤프론 분자의 결함이, 몸안에 혈당량이 늘어나는 '포도당화(glycosylation)' 과정에서 생긴다는 걸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뉴욕에 위치한 이 센터는 세계 정상급의 암 전문 연구·치료 기관으로 꼽힌다. 이 센터 산하 슬론케터링 연구소(SKI)의 가브리엘라 치오시스 박사팀은 1일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치오시스 박사는 "샤프론의 결함이 세포에 폭넓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건 선행연구에서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라면서 "샤프론 결함을 가져오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을 밝혀낸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치오시스 박사는 노화, 암, 알츠하이머병 등에서 흔히 관찰되는 세포 스트레스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복제하지도 다른 숙주로 감염하지도 못한다. 바이러스는, DNA 복제 등에 관여하는 숙주 세포 기제를 조작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 입자(viral particle)를 만들어 퍼뜨린다. 이런 과정은 결과적으로 숙주 세포의 효소 등 주요 단백질 작용을 방해한다. 여러 가지 심각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도 활발한 복제와 감염을 위해서는 숙주 세포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구체적으로 인간 숙주 세포의 어떤 효소를 건드려 단백질 작용이 변하게 하는지를 유럽과 미국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표면에서 가늘고 긴 '사상위족(絲狀僞足·filopodia)'이 돌기처럼 뻗어 나오는 걸 발견했다. 잔가지가 있는 나무줄기처럼 보이는 이 구조는 신종 코로나의 인접 세포 감염 등에 이용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유럽 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산하 유럽 생물정보학연구소(EBI) 과학자들은 최근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약학대학의 양적 생명과학
우리 몸의 세포는 자가포식(autophagy)과 리소좀(lysosome) 용해를 축으로 하는 세포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갖고 있다. 세포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 접힌 단백질이나 손상된 세포 소기관 등을 용해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미노산 등의 부산물을 대사체계로 다시 투입하는 일종의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세포를 젊게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 질환에서 단백질의 이상 응집을 막는 것 같은 일이다. 그런데 세포의 수분이 빠지면서 형성되는 '삼투 압박(osmotic stress)'이 세포 노폐물 제거 시스템을 작동하는 핵심 기제라는 걸 독일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세포 내에서 물과 이온의 평형이 깨지면 몇 시간 안에 자가 포식소체(autophagosome)와 리소좀 수가 급증하고 활성도도 대폭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라이프니츠 과학협회(Leibniz Association) 산하 분자약물학연구소(FMP)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실렸다. 자가포식과 리소좀 용해가 노화와 신경퇴행 질환에 핵심
염증은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한다. 그래서 대식세포((macrophages)가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으로 불리는 암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면 암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대식세포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유난히 많이 관찰되는 면역세포이기도 하다. IRE1α라는 단백질 분자가 대식세포의 염증 촉진 여부를 간접 제어한다는 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관련 논문은 과학 저널 'PLOS 생물학(PLOS B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IRE1α는 원래 '단백질 열림 반응(UPR)'의 핵심 조절인자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암세포나 면역세포나 종양 미세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에선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IRE1α와 단백질 열림 반응은 종종 이런 환경에서 세포의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IRE1α와 단백질 열림 반응이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의 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IRE1α는 대식세포의
약칭 C.diff(정식 명칭 Clostridioides difficile) 균은 병원 내 감염에 단골로 등장하는 위협적인 슈퍼버그(Superbug)다. 고령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입원 환자 등에게 아주 위험한 장염을 일으키는데 재발률이 높아 강력한 항생제를 여러 달 써도 잘 낫지 않는다. 세계 응급외과학회(WSES)는 지난해 이 슈퍼버그 감염증(CDI)에 초점을 맞춰 업데이트한 임상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슈퍼버그는 항생제 복합 투여로도 잘 잡히지 않는 다제내성균을 말한다. 그런데 호주의 모내시대학 과학자들이 C.diff 균 감염증 치료가 그렇게 어려운 이유를 알아냈다. 이 슈퍼버그가 인체의 상처 치유 메커니즘을 거꾸로 이용해 병세를 키운다는 게 요지다. 관련 논문은 26일(현지시간) 저널 '위장병학(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C.diff 균은 혈장의 플라즈미노겐(plasminogen)을 대량 활성화해 장 조직을 파괴하고 감염 병소를 넓혔다. 활성화한 플라즈미노겐은 플라스민이라는 효소로 변해 섬유소를 분해하는데, 보통 이 시스템은 절제된 방식으로 상흔 조직을 분해하고 상처 치유를 돕는다. 놀랍게도 C.diff 균이 일으키는 장 조직 손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ApoE(아포지질단백 E) 유전자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ApoE는 노인성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유전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확히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건 인간에게 존재하는 3개 ApoE 변이형(ApoE2~4) 중 ApoE 4형이다. 이 ApoE4 유전자형이 뇌에 어떤 문제를 일으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지를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ApoE4 유전자의 지시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뉴런)에 영양분을 공급하려면 뉴런 표면 수용체인 소틸린(sortilin)과 결합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독일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센터(MDC) 과학자들은 26일(현지시간) 저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ApoE 단백질은 인간의 뉴런에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종의 배달서비스를 담당한다. ApoE 단백질이 실어나르는 영양분 중에는 신경세포 막 구성에 꼭 필요한 고도 불포화 지방산도 포함된다. Ap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