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기행] 50년 된 서민 한정식집…전남 강진 설성식당

 

  전남 강진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지인이 아주 유명한 한정식집을 추천했다.

 한방을 재료로 한 한정식이라는데, 알아보니 기본이 4인 기준이라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생각을 바꿔 서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강진에는 연탄 돼지 불고기가 주메뉴인 50년 된 한정식집이 있었다.

 ◇ 전라도 한정식은 '서강진 동순천'

전라도 한정식과 관련해 '서강진 동순천'이라는 말이 있다.

서쪽은 강진이요 동쪽으로는 순천이라는 말로, 그만큼 두 지역은 예로부터 해산물을 비롯한 음식 재료가 모이는 곳이었다.

신선한 재료는 맛의 보증수표다. 강진군 병영면은 조선 시대 전라남도의 병영(兵營)이 있던 곳이다. 병영은 조선 시대 각 도의 군사적 요충지에 설치된 기지로, 병마절도사가 주둔해서 그 지역의 군사 업무를 보던 곳이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음식문화도 자연스레 발달했다.

취재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게로 들어섰는데 주방 옆의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열린 틈으로 주방을 봤는데 모두 마스크를 한 채 조리하고 있다.

안내된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여니 한 가족이 밥상에 앉아 식사 중이었다. 내가 앉아 먹을 밥상은 없었다.

설성식당 연탄 돼지 불고기 [사진/성연재 기자]

'왜 밥상도 없는 방으로 안내를 했을까' 쭈뼛거리고 있는데 마침 식사를 마친 가족이 일어섰고, 종업원은 남은 반찬을 국그릇에 모두 모아 치웠다. '한정식집 음식 재활용'에 대한 의심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 집 메뉴판은 간단하다. 1인분 1만원. 그것이 끝이다. 연탄 돼지 불고기가 나오는 한정식 한 상이다.

주문한 지 5분쯤 지났을까. 종업원 2명이 문을 연 뒤 잘 차려진 밥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밥상을 들고 들어오는 종업원들 [사진/성연재 기자]

이렇게 밥상을 날라 주니 왠지 느낌이 황송하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50년 넘게 이런 식으로 영업해오고 있다고 한다.

밥상을 받고 톳무침을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갔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다에서 막 건져낸 것처럼 신선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봄을 맞아 출하되기 시작한 취나물과 참나물도 신선했다.

◇ 주연 같은 조연…맛깔스러운 젓갈들

연탄 돼지 불고기에서 특이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익히지 않은 양파가 돼지 불고기 위에 흩뿌려져 나오는데, 양파가 돼지 불고기 맛을 살려준다. 무난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의외로 인상적인 것은 토하젓이었다. 토하젓은 전남 지역의 민물에서 잡은 민물새우인 토하를 소금에 절여 담근 젓갈이다.

꽁보리밥을 먹고 체했을 때 밥 한 숟가락에 토하젓을 얹어 먹으면 쑥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토하젓은 강진에서 만든 것이 가장 유명하다.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명성을 크게 얻었다.

신선한 톳무침 [사진/성연재 기자]

갈치속젓도 나왔는데, 토하젓만큼 맛깔스럽다. 갈치속젓은 갈치가 잡히는 봄에 내장을 꺼낸 뒤 소금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가 숙성시킨 것이다. 풋고추와 다진 파가 들어가 있다. 이것 역시 기막힌 맛이었다.

이쯤 되면 주메뉴와 부메뉴를 구별할 수 없다.

상추에 돼지 불고기를 얹은 뒤 갈치속젓을 얹고 쌈을 싸 먹어봤는데 상큼한 상추와 돼지 불고기가 갈치속젓과 어우러진 맛이 아주 그만이다.

굴비도 함께 나온다. 요즘 굴비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은 사실 중국산 부세인데, 잘 보면 크기도 굴비보다 크다.

그런데 이것은 진짜 굴비였다. 바싹하게 구운 굴비 맛이 제대로다. 머리까지 먹어치웠다.

김윤자 대표는 45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온 이모로부터 5년 전 가게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연탄 돼지 불고기와 굴비, 토하젓 등이 어우러진 기본 밥상 [사진/성연재 기자]

김 대표가 큰 찜통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다. 황칠나무라고 한다. 물맛이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황칠나무를 끓인 물이었다.

가게를 나서니 주변에 수인관 등 유명한 다른 연탄 돼지 불고깃집이 여럿 보인다.

강진군은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아 이곳 병영면에 음식문화 거리를 조성 중이다. 삶은 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과 숙성 돼지고기를 다루는 음식점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병영면을 또 와야 할 핑계가 생겼다.

고시간2020-04-14 08:01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치명률 최대 75% 니파바이러스…"해당국 방문시 철저 주의"
질병관리청은 인도 등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방문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로 높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위험한 질병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감염 경로는 과일박쥐, 돼지 등 감염병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환자의 체액과 밀접히 접촉할 때는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 졸음, 의식 저하 등 신경계 증상도 나타난다. 이후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 동물 접촉 주의 ▲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 금지 ▲ 아픈 사람과 접촉 피하기 ▲ 손 씻기 ▲ 오염된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을 예방 수칙으로 제시했다. 질병청은 발생 동향과 위험 평가를 반영해 지난해 9월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입국 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알려야 하고, 일선 의료기관은 관련 의심 증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인간의 수명은 타고난다?…"유전적 요인 영향 최대 55%"
사고나 감염병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의 영향을 제거할 경우 유전적 요인이 사람의 자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5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수학적 모델과 인간 사망률 시뮬레이션, 대규모 쌍둥이 코호트 자료 등을 활용해 유전 등 내인성 사인과 사고 등 외인성 사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수명 결정에서 약 50~55%를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외부 원인에 의한 사망을 적절히 보정하고 나면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기여는 약 55%까지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간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는 것은 노화 연구의 핵심 질문이지만 장수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수명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질병이나 생활환경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은 개인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수명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가리거나 혼동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