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는 T세포 탈진막아 암세포 완전 제거하는 치료법 개발

BATF·IRF4 두 인자 제어, T세포 탈진 없이 종양 완전 제거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논문

 T세포 입장에서 암과의 싸움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다.

 싸움이 너무 길어지면 힘이 다 빠진 T세포가 공격을 멈추는데 이를 'T세포 탈진(T cell exhaustion)'이라고 한다.

 암만 그런 게 아니고 간염이나 에이즈 같은 만성 질환에서도 같은 항원에 장기간 노출된 T세포가 탈진하곤 한다.

 일단 탈진 상태에 빠진 T세포는 표적 항원이 제거돼도 대부분 원상태로 회복하지 못한다.

 이런 T세포 탈진은 항암 면역치료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결정적 장애물이기도 하다.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LJI) 과학자들이 T세포 탈진 프로그램을 수정해 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면역치료법을 개발했다.

 T세포 탈진을 촉발하는 세포 경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두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조절해 탈진을 막는다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조작된 T세포는 종양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억 T세포로 장기간 살아남기도 했다.

 LJI 암 면역치료 센터의 패트릭 호건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9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T세포 탈진은 CAR-T라는 최첨단 항암 면역치료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CAR-T 치료는 암 환자 본인의 T세포를 분리한 뒤 관련 유전자 발현을 조작해 T세포의 항암 능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이런 T세포를 많이 만들어 환자에게 다시 투여한다는 점에서 환자 체내의 T세포를 자극하는 기존 면역치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호건 교수팀은 먼저 T세포의 '실행기 프로그램(effector program)'을 더 활성화하는 전사 인자를 탐색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활성화하는 건 T세포가 암세포 제거 태세를 갖추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찾아낸 게 BATF와 IRF4 두 전사 인자다. 이들 인자는 서로 협력해 T세포 탈진 프로그램에 대응했다.

 흑색종과 대장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BATF 발현 도를 높인 CAR-T세포를 투여하자 탈진하지 않고 끝까지 종양을 제거했다.

 IRF4는 BATF만큼 과잉 발현하지 않았다. 하지만 IRF4의 발현 수위를 최고로 높이면 BATF의 발현 도가 보통의 20배 넘게 올라갔다.

 특히 고무적인 사실은, 조작된 T세포 중 일부가 기억 T세포로 남는다는 것이었다. T세포 탈진은 재발 암에 대한 T세포의 기억 반응을 종종 막는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BATF의 과잉 발현은, CAR-T 면역치료를 개선하고 췌장관 암종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차가운 종양(cold tumors)'에 대응하는 데 희망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한다.

 호건 교수는 "꼭 유전자 이식이 필요한 건 아니고, 전사 경로만 안다면 경구용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BATF가 끝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T세포 탈진을 막기 위해 조작할 수 있는 다수의 전사 인자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BATF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전사 인자를 더 많이 찾아내면 항암 면역치료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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