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심해지는데 동아시아와 북미에서 이상 한파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이런 이상 한파의 원인은 북극 얼음 감소가 아니라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지역 해양전선의 열 축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성미경 박사와 연세대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 안순일 교수 연구팀은 21일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겨울철 한파가 증가한 경향을 보인 원인은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해양전선 지역의 열 축적 때문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온난화 심화 전망과 달리 이상한파가 빈번히 발생해 왔으며 전문가들은 북극 바다얼음 감소에 따른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약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원인은 기후모델 실험에서 타당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이례적 한파 등 이상 기후 위험을 정확기 예측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후모델이 필요하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해류는 각종 부유물질과 용존물질뿐 아니라 열에너지를 수송, 인접 국가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지역에는 좁은 위도 대에서 온도가 급격히 변하는 걸프류와 쿠로시오해류 등 '해양전선'이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이상한파 경향은 북대서양 걸프류 부근의 열 축적이, 북미 지역 이상한파 경향은 태평양 쿠로시오해류 부근 열 축적이 심화한 것과 맞물려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양전선 지역에 열이 축적되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며 이 기간에 대륙 지역에서는 이상한파가 나타나는 온난화 정체기가, 해양전선 지역이 차가워질 때는 이상고온이 나타나는 온난화 가속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실가스를 증가시킨 장기적 기후모델 실험 결과 북미 지역은 점차 온난화 정체기가 짧아지고 횟수도 줄어드는 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온난화 정체기와 가속기가 더 빈번히 교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한반도에서도 겨울철 이상한파와 이상고온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은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실험에서 일관된 결론을 보여준다며 이는 기후모델에서 해양전선 지역의 변동와 영향을 적절히 모의하면 미래 전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미경 박사는 "이 연구에서 밝힌 해양전선의 영향을 지구 온난화 기후모델에 적용하면 10년 근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 연구가 겨울철 에너지 수요 장기 전망,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1월 27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