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무기?…'바이오 안보' 문제 현실로

유전 정보 악용 우려에 美 의회서 中 기업 제재…데이터 유출 금지
상업화·무기 등 오용 우려…윤리적 합의 중요"

 1997년 작 영화 '가타카'는 피 한 방울에서 얻는 유전 정보로 인간의 계급이 결정되는 섬뜩한 미래를 그린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물들은 가짜 DNA 정보를 매매하며 유전학적으로 열성인 계급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유전 정보는 미래 감염병 예측, 신약 개발, 전쟁 희생자 DNA 비교 분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지만, 국가 안보 문제로 부상하는가 하면, 유전자 교정 기술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유전 정보 등 미국인의 개인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시킨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두 법안은 적대 국가의 생명공학 기업, 조직·단체 등에 미국인의 유전 정보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에서 발의된 공통점이 있다.

 생물보안법의 대상이 된 BGI그룹, 우시앱텍은 과거 미국 유전 정보 기술 기업을 인수한 공통점이 있는데, 미국 측은 해당 기업이 미국인의 유전 정보를 확보하는 데 우려를 제기해왔다.

 앞서 미국 국가방첩보안센터는 BGI가 임신 초기 태아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검사 도구 브랜드 '니프티'(NIFTY)를 사용해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 산모들의 유전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수집, 인민해방군과 공유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갈등은 유전 정보가 기초 연구에 활용되던 과거와 달리 본격적으로 상업화 단계에 활용되면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기초 연구 차원에서는 중국 등 국가도 (유전 정보 관련) 연구를 계속해왔다"며 "(유전 정보가) 상업화 연구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이중 용도로 사용되지 않게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자를 빠르게 읽는 시퀀싱 기술 등 기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생명 윤리적 문제를 도외시할 경우 유전 정보에 따라 사람을 서열화할 수 있는 세상이 실제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명예교수는 "성적 증명서처럼 결혼·취업 등에 유전자 정보 증명서를 요구하는 미래에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유전자 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인권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약 100만원으로 사람의 유전자 서열을 읽을 수 있다"며 "다만 유전자 의미를 해석하는 기술을 과학자들이 개발하는 상황"이라고 기술 현황을 설명했다.

 이 밖에 모기 유전자를 조작해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생화학 무기 등이 유전자 기술의 윤리성 문제를 지적할 때 제기되는 사례다.

 한편 유전 정보를 활용해 생태계 다양성, 질병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했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유전 정보를 담은 '염기서열' 데이터 수집을 위한 국제 데이터베이스 협력체를 구성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180만 종의 진핵생물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기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EBP)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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