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추에서 커피까지…'기후플레이션' 시대

"한국, 다른 나라보다 이상기후 가격 변동성 커"
가격 불안 장기화 가능성…정부, 비축 물량과 기간 늘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18일과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이틀간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는 폭염경보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681건이나 쏟아냈다.

 유례없는 가을 폭염에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늦더위의 여파는 한 달쯤 지나 맥도날드 매장에까지 닥쳤다. 맥도날드는 폭염 영향으로 토마토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15일부터 토마토치즈비프버거 등에서 토마토를 뺐다.

 27일 현재까지도 맥도날드 매장의 토마토 공급은 정상적이지 않다.

 또 다른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는 각 매장에서 양상추와 함께 양배추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롯데리아는 매장에서 "산지 이상기후로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안내했다.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한 포기에 1만원에 육박해 '금배추'라고 불리기도 했다.

 9월 소비자물가 작년 대비 상승률은 1%대로 떨어졌지만, 배추(53.6%),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를 중심으로 채소류 물가는 11.5%나 올랐다.

 올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작년의 두배로 치솟았다.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 등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30%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국제가격이 급등한 품목도 커피와 코코아(초콜릿 원료)에서 올리브유에 이르기까지 많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올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고 그 여파로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보다 싼 로부스타 커피 가격도 아라비카만큼 비싸졌는데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에서 가뭄과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나 지난 3월 코코아 가격이 t(톤)당 1만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후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빼빼로와 가나 초콜릿 등 초콜릿 제품 17종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 가뭄 때문에 지난해 글로벌 가격이 치솟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올리브유 가격 급등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올리브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해바라기유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여러 나라가 고민하는 문제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과일과 채소 같은 농·축·수산물 물가의 영향이 커졌다"면서 "미국이나 유로존 같은 다른 나라는 먹거리 품목보다는 서비스 물가가 오른 것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부 수입 품종 외에 대부분 농산물을 국내 수급에 의존해 농산물 수입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 비해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에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금사과'가 한창 이슈였을 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사과 수입'을 거론하기도 했다.

 신 연구원은 농산물 수입 품목 확대에 대해 "농가의 생계가 달린 일이니 어려운 문제"라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은 장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배추 등 원예농산물을 중심으로 저온 저장시설 비축 확대, 스마트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축 물량과 기간을 늘리려 한다"면서 "지금 봄배추를 수확해 최대 60일간 8월 말까지 비축하는데 비축 기간을 9월까지 한 달 늘리면 수급 안정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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