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몰려 오전에 접수 마감"…역대급 독감에 병원마다 북새통

아침부터 동네의원에 환자 행렬…대기석 빈자리 없고 곳곳서 '콜록'
4주 전보다 14배↑, RSV 등도 확산세…"설 연휴 고비, 5월까지 지속될 수도"

 "독감이 유행해 대기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따가 오시면 아예 진료를 못 받으실 수도 있어요."

 10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는 접수처 직원이 끊임없이 걸어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대기 예상시간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문을 연 지 1시간이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이 병원 내 전광판에 적힌 대기인원은 40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대기석은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차 몇몇 보호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들 손을 잡고 병원 한쪽에 서서 초조한 표정으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곳곳의 이비인후과와 소아과 병원이 밀려드는 환자들로 포화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가 인플루엔자 세부 유형 중 A(H1N1), A(H3N2)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면서 독감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질병관리청은 보고 있다.

 이날 수원시 영통구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도 접수하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선 환자들과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북적거렸다.

 이 병원에서는 진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 30분께부터 환자 10여명이 찾아와 접수처 대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1시간가량이 지나자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이 30여명에 이르러 대기시간이 2시간까지 늘어났다.

 이날 내원한 70대 이모 씨는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는가 하더니 몸살 증세도 심해져서 혹시 독감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찾아왔다"며 "요새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급하게 병원부터 온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은 "1시간 넘게 기다리셔야 해요. 오늘 하루 종일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거예요"라는 설명을 듣고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 남성은 "빨리 진료를 마치고 볼일을 보러 갈 생각으로 왔는데 사람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면서 "감기 증세가 낫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하는데 그때는 진료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한숨 쉬었다.

 비슷한 시각 용인시 기흥구의 소아과 병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콜록대며 기침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차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요즘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독감 증세를 호소한다"며 "그런 환자들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늘었다.

 이미 지난주에도 2016년(86.2명)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그보다 환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등 독감 외 다른 호흡기 감염병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호흡기 감염병 확산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RSV 감염증 입원환자는 최근 9주간 늘다가 지난주 소폭 감소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환자가 34% 많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작년 8월 정점 이후 계속 감소하다 최근 4주간 증가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독감은 춥고 건조한 늦가을부터 겨울에 집중적으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유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조치로 주춤했던 호흡기 감염병 확산세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진 추세"라고 말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온도차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바이러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질환의 중증도도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통상 독감 유행은 11월부터 길게는 5월까지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고령자, 어린이, 기저질환자 등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고위험자는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모두가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달 말 설 연휴가 독감 유행에 고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 기간을 위해 지자체, 의료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꼼꼼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설 연휴 가족과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 임신부,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미리 접종받으시기를 바란다"며 "고위험군의 보호자와 자녀분도 접종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질병청 "新 탄저백신, 기존 독소·부작용 없애…올해 비축 시작"
질병관리청은 국내 개발 신규 탄저 백신이 기존 백신과 달리 독소를 포함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올해 내로 생산과 비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질병청은 ㈜녹십자와 협력해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방식 흡착 탄저 백신(배리트락스주)을 개발했고 해당 품목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정윤석 질병청 고위험병원체분석과장은 이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신규 백신에 대해 "기존 백신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 주원료인 탄저균의 방어 항원 생산 방식"이라며 "기존에는 탄저균 배양액을 정제하다 보니 미량의 독소가 포함돼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균주를 사용, 방어 항원만을 순수하게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렇게 탄저균의 방어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 의약품으로 상용화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흡입 탄저의 경우 치명률이 97%에 달하는 탄저병은 법정 제1급 감염병으로, 그 균은 생물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갑정 질병청 진단분석국장은 "1997년 기초 연구에 착수해 30년 가까이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주말에 몰아서 하는 운동, 건강증진 효과는?…"운동량 충분하면 OK"
운동을 매일 하지 않고 주말에 몰아서 하더라도 당뇨병 유병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 증진 효과는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2009∼2022년) 데이터를 토대로 성인 242만8천448만명의 당뇨병과 신체활동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동량만 충분하다면 운동 빈도 자체는 큰 영향이 없다는 걸 확인한 것으로, 평일에 규칙적으로 하든 주말에 집중적으로 하든 적절한 운동량만 지킨다면 당뇨병 유병률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주일에 75∼150분 중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하는 집단의 당뇨병 유병률은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16%가량 낮았다. 다만 이 수준까지 운동량이 증가하면 당뇨병 유병률이 떨어지지만, 그 이상으로 운동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중강도 운동과 고강도 운동을 WHO 권고량 범위 내에서 적절히 병행하는 게 당뇨병 유병률 감소와 가장 크게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말에 운동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는 집단과 평일에 규칙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