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사랑 가득한 사골 곰국

 사골 곰국은 사골(소의 다리뼈와 관절 부위)을 오랜 시간 끓여 만든 국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소를 도축하고 남은 뼈를 활용해 국물을 우려냈다.

 뼈를 활용한 국물은 영양가 높은 대중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곰국에는 다양한 효능이 함유돼 있어 전통적으로 건강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다음 초가공식품을 미국의 식탁에서 퇴출하겠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우리에겐 유독성 수프에서 헤엄치는 한 세대의 아이들이 있다"며 초가공식품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미 국립보건원(NIH)은 미국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58%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심장 질환, 정신 건강 장애, 제2형 당뇨병 등 32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사골 곰국은 이처럼 문제 많은 초가공식품이 아닌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으로 주목받는 보양식이다.

 약선에서 소의 사골은 그 맛이 달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고 했다. 또한, 인체의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줘 관절통과 골다공증도 예방한다고 보고 있다.

 뼈의 아교질은 피부의 탄력성을 보충해 피부를 아름답게 한다. 단 사골 곰국은 독주(도수가 높은 술)나 시금치와는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약선의 원칙이다.

 필자에게 사골 곰국은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상징한다. 또한 가족을 하나로 묶는 따뜻한 유대이기도 했다.

 한겨울 칼바람이 뺨을 에이는 날이면 어머니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불을 지펴 곰국을 끓이셨다.

 사골 뼈가 물속에서 천천히 끓어오르며 하얀 김을 내뿜을 때마다 그 김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실려 집 안을 가득 메웠다.

 추운 바람 속에서 얼었던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녹여주는 따뜻한 곰국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마법처럼 탄생했다.

 그 국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안전한 쉼터였다.

 한여름에도 어머니의 곰국은 늘 변함없이 우리를 감싸줬다.

 뽀얀 국물 한 그릇 속에는 가족을 위한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었고, 그 맛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손자병법 '허실의 장'(虛實의 章)은 전쟁에서의 유동성과 전략적 기민함을 다룬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고 강점을 피하며 자신의 위치를 유리하게 조정하는 원칙이다. 사골 곰국 끓이기에 비유해본다.

 손자는 적의 허(虛·약점)를 노리라고 했다.

 즉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의 철저함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사골 곰국을 만들 때 사골을 제대로 손질하지 않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면 국물 맛이 탁해지거나 깊은 맛과 효능이 떨어진다.

 마치 상대방의 허점을 공략하듯 준비 과정에서 냉수에 사골의 핏물을 충분히 빼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실(實·강점)을 피하라고 했다.

 곰국을 끓이는 과정에서 불의 세기가 지나치게 강하면 타거나 효능이 추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상대의 강점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우회하듯 곰국 끓이기에서는 적절한 불 조절로 문제를 피해야 한다.

 강한 불보다 약불로 천천히 끓여야 깊은 맛과 효능을 우려낼 수 있다.

 이어 손자는 변화와 유동성을 활용하라고 했다.

 곰국을 끓일 때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끓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약한 맛이 나지만 시간을 통해 점점 깊고 풍부한 국물이 완성된다.

 마치 전쟁에서 유동적으로 상황을 조정하며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과 같다.

 곰국을 끓이는 과정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손자는 자신의 강점을 숨기고 상대를 유인하라고 했다.

 곰국에서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한다.

 서두르면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

 사골의 진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천천히 끓이며 깊은 맛을 유도해야 한다.

 상대를 속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유사하다.

 곰국은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준비해 강점인 효능이 최대한 발휘될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상대의 상태를 탐지하라고 했다.

 곰국을 끓이다 보면 국물 상태를 계속 확인하며 적절한 시점에 기름을 걷어내며 불의 세기를 조절해야 한다.

 상대의 상태를 끊임없이 파악하며 적절히 대응하는 허실의 원리를 반영한다.

 상대의 상황을 관찰하고 그것에 맞게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이렇듯 사골 곰국 끓이기는 손자병법 허실의 장에서 강조한 "상대의 허와 실을 활용하며 변화와 기민함으로 승리를 도모하라"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요리와 전쟁에서도 핵심은 준비, 인내, 유동성, 지혜로운 대응 등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예부터 밥상에 국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밥을 먹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밥상에는 항상 국과 밥이 함께 올랐다.

 그래서 국에다 밥을 말아 먹는 탕반(湯飯) 음식도 발달하였다.

 탕반에는 재료와 마는 방법, 국물 붓는 방법, 얹는 고명에 따라 30∼40여 가지가 있으나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곰국이다.

 조선 중종 때 발간된 훈몽자회(1527)에 '탕은 국에 비해 국물이 진한 데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진귀한 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그중 곰국은 높은 영양가와 구수한 맛으로 인해 임금님 수라상인 12첩 반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보양식이었다.

 또한 시의전서에도 '고음'(膏飮)에 관한 설명이 있다.

 내용인즉슨 '다리뼈, 사태, 도가니 등을 큰 솥에 물을 많이 붓고 은근한 불로 푹 고아야 맛이 진하고 뽀얗다'고 했다.

 이처럼 곰국은 우수한 영양 보충으로 체력을 증진하기 때문에 사철 보양 음식으로 임금님도 즐겨 드셨던 궁중음식이다.

 서양에서는 곰국을 '본 브로스(Bone Broth)'라고 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먹었다. 뼈를 오래 끓여 만든 국물은 영양이 풍부해 일반 서민부터 귀족에 이르기까지 널리 소비됐다고 한다.

 19세기 이후 본 브로스는 서양 요리에서 수프와 소스의 기본 육수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와 함께 본 브로스가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와 같은 저탄수화물 식단의 일부로 활용하며 자연식품으로서 염증 완화, 피부 건강, 소화 개선 등 여러 건강 효과를 강조한다.

 본 브로스는 이제 단순한 육수를 넘어 동서양인 모두가 애용하는 건강 웰빙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전통 음식이 됐다.

 과거에는 소스와 요리의 바탕으로 쓰였으나 현대에는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독립적인 식품이 됐다.

 맑고 고소한 본 브로스가 서양의 오랜 요리 문화와 현대인의 건강을 향한 열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네 사골 곰국도 현대에 들어 건강 웰빙을 위한 음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K-푸드 열풍과 함께 '미니멀리즘'과 '힐링' 트렌드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사골 곰국은 또 하나의 K-컬처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최만순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질병청 "新 탄저백신, 기존 독소·부작용 없애…올해 비축 시작"
질병관리청은 국내 개발 신규 탄저 백신이 기존 백신과 달리 독소를 포함하지 않아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올해 내로 생산과 비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질병청은 ㈜녹십자와 협력해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방식 흡착 탄저 백신(배리트락스주)을 개발했고 해당 품목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정윤석 질병청 고위험병원체분석과장은 이날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신규 백신에 대해 "기존 백신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백신 주원료인 탄저균의 방어 항원 생산 방식"이라며 "기존에는 탄저균 배양액을 정제하다 보니 미량의 독소가 포함돼 부작용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균주를 사용, 방어 항원만을 순수하게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렇게 탄저균의 방어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 의약품으로 상용화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흡입 탄저의 경우 치명률이 97%에 달하는 탄저병은 법정 제1급 감염병으로, 그 균은 생물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갑정 질병청 진단분석국장은 "1997년 기초 연구에 착수해 30년 가까이 준비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주말에 몰아서 하는 운동, 건강증진 효과는?…"운동량 충분하면 OK"
운동을 매일 하지 않고 주말에 몰아서 하더라도 당뇨병 유병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 증진 효과는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2009∼2022년) 데이터를 토대로 성인 242만8천448만명의 당뇨병과 신체활동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동량만 충분하다면 운동 빈도 자체는 큰 영향이 없다는 걸 확인한 것으로, 평일에 규칙적으로 하든 주말에 집중적으로 하든 적절한 운동량만 지킨다면 당뇨병 유병률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주일에 75∼150분 중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하는 집단의 당뇨병 유병률은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16%가량 낮았다. 다만 이 수준까지 운동량이 증가하면 당뇨병 유병률이 떨어지지만, 그 이상으로 운동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중강도 운동과 고강도 운동을 WHO 권고량 범위 내에서 적절히 병행하는 게 당뇨병 유병률 감소와 가장 크게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말에 운동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는 집단과 평일에 규칙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