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고령 운전자일수록 교통사고 많이 낸다?

40~50대 운전자 '사고 최다'…65세 이상 '사망사고 많아'
고령자에 일률적 면허 제한 불가능…법적 근거 없어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저조…갱신 조건 현실화해야

 최근 들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와 이에 따른 인명 피해가 이어지자 일각에서 노인 운전면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2월에는 양천구 목동 시장에서 74세 치매 운전자의 자동차 돌진으로 13명이 죽거나 다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매해 수만건씩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차량 결함 또는 단순 조작 실수일 가능성이 있지만 고령에 따른 부주의 운전과 건강상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가장 잦을까? 면허 제한만이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 40~50대 운전자 '사고 최다'…65세 이상 '사망사고 많아'

 통계적으로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의 비율은 낮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지는 않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103만7천516건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17만418건으로, 전체의 16.42%를 차지했다.

 연령 계층별로는 50대(24만2천76건·23.34%), 40대(18만5천628건·17.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단순히 사고 건수와 인구를 놓고 비교해 '특정 연령층이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는 방식의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

 40·50대가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특징은 사고 건수 대비 인명피해가 많다는 점에 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5년간 3천678명으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사망자 수(1만4천632명) 중 약 25%를 차지했다.

 사고 발생 건수는 40대와 50대 운전자보다 적지만, 사망자 수는 그보다 많은 것이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 사고 비중은 매년 늘고 있는데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고령인구 1천306만명 중 48%인 498만명, 2040년에는 1천724명 중 76.3%에 달하는 1천316명이 운전면허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 고령자에 일률적 면허 제한 불가능…법적 근거 없어

 노화는 속도와 증상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운전과 관련한 인지능력과 신체기능도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안전학회지의 '고령 운전자 인지 반응시간에 대한 연구'(2019년) 논문에 따르면 운전자의 인지 반응시간은 51세까지 일정하지만 51세에서 55세 사이에 변화가 시작되고 55세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도로교통공단의 '고령 운전자의 주요 교통사고 취약 상황 및 인적요인 분석'(2015년) 보고서에서는 노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시력 저하를 들었고, 특히 가용시각장(한 곳을 주시했을 때 눈을 움직이지 않고 볼 수 있는 범위) 감소가 사고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65세 이상 운전자와 25세 이하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 사고를 비교해보니 고령 운전자들이 교차로 좌회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고를 냈고, 이는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인식해야 하는 정보량이 많지만 처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이유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일률적으로 중지하자는 의견은 노인의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

 특히, 버스나 택시, 화물차 기사 등 사업용 운수종사자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만큼 직업 선택의 자유와 생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대책은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이 전제된 상태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사회 인프라를 충분히 마련한 다음에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 운전면허 반납 저조…갱신 조건 현실화해야

 현행 도로교통법은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갱신 시 치매안심센터에서 기초적인 인지선별검사(CIST)를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의무교육에서도 운전과 관련한 자가 진단을 하지만, CIST 검사와 공단 교육 모두 실제 운전 능력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해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2023년) 보고서는 "(현행 검사는) 실제 주행 환경을 모방하거나 가정한 평가 도구는 측정의 정확성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 자동차 주행 평가 방식을 통해 인지기능검사 등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상현실(VR) 활용한 운전 능력 자가 진단 시스템

 정부는 최근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적성검사에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운전능력 자가 진단 평가를 올해 말까지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운전자는 주어진 가상 운전 환경에서 돌발 상황을 대처하고 스스로 평가하는데, 운전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면 대중교통비를 지원해주거나 현금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지원이 1회에 그치고 금액도 10만∼30만원에 불과해 반납률은 수년째 2%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정책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때마다 교통사고가 0.01 건가량 감소하고 연간 42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는 고령 운전자 관리를 위해 면허 갱신 시 실차주행평가와 조건부 면허 제도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면허 갱신주기 단축과 의료 평가, 도로 주행시험, 제한면허 제도 등을 운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의료 평가에 따라 보충적 주행 능력 평가도 받게 한다.

 운전자는 운전 능력에 따라 거주지 인근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면허 등을 취득할 수 있다.

 일리노이주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시 도로 주행시험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일반면허 부적격 시 운전 기간이나 시간 등을 제한하는 한정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일본은 71세 이상자의 면허갱신 주기는 3년이며, 70세 이상은 갱신 시 고령자 강습을 수강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있으면 실차평가에 해당하는 운전 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비상 제동장치 등이 탑재된 차량용 한정면허도 신설됐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료인의 전문적 진단과 실기평가를 거쳐 결과에 따라 조건부 제한 면허를 발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를 반납했을 때 혜택도 다양하다. 일본은 면허를 반납하면 택시 요금 할인, 마트 무료 배송 서비스, 일부 은행의 예금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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