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귀 막아도 들리네'…집회 소음 못 막나?

도심 집회도 소음 기준 있어…주간 평균 70㏈ 넘으면 안 돼
집회 소음 기준 위반 시 처벌 가능하지만 실제 제재 어려워
미국·일본 등 선진국, 과도한 소음 발생 시 엄격 규제

 최근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한 집회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주민 불편 등 소음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과 광화문 광장 등은 연일 열리는 집회로 인해 소음 민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주변 상인들도 소음 공해로 인한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허용되는 집회 소음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1항(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은 집회 또는 시위 시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 기계·기구를 이용한 과도한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 기준 이하의 소음을 유지하게 하거나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소음 발생 장비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경찰은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크게 등가소음도(일정 시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와 최고소음도(일정 시간 중 발생한 가장 큰 소음)로 나눠 측정한다.

 측정 장소에서 집회·시위와 관계 없이 발생하는 배경소음을 측정해 등가소음도·최고소음도 등 기준 소음에 보정하는 식이다.

 도심 기준 등가소음은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을 내고, 최고소음은 1시간 동안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하면 소음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및 공공도서관은 등가소음 측정시간이 5분, 최고소음 초과 기준은 1시간에 2회 이상으로 더 엄격하다.

집회·시위 소음 허용 기준

 도심 집회는 주간(오전 7시∼일몰까지)에는 등가소음도 70데시벨(㏈), 최고소음도 90㏈을 초과할 수 없다. 해가 지면 등가소음도 60㏈을 넘길 수 없고 최고소음도 기준은 같다.

 60㏈은 일반적인 대화, 70㏈은 0.5m 떨어진 곳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또는 시끄러운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90㏈은 철로 변 소리보다 시끄러워 소음이 심한 공장 안 또는 큰 소리로 내는 독창과 맞먹는다.

 소음 기준을 초과해 경찰의 사용 중지 명령 등을 위반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집회에서는 100㏈이 넘는 소음도 사실상 규제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자가 잠시 크게 발언하고 이후 소리를 낮춰 평균 데시벨을 낮추는 경우도 있고, 실제 규제하면 주최 측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어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장시간 노출시 신체·정신에 악영향…주요국 소음 관리 철저

 대한청각학회에 따르면 85㏈ 이상 소음에 지속해 노출될 때는 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음은 인체에 생리적·심리적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는 심혈관·소화기계통에 문제를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내분비샘의 호르몬 방출에도 영향을 준다.

 남성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소음에 지속해 노출되면 불임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집회·시위 관리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대형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온몸이 울리고 귀가 먹먹해지지만, 행인들처럼 자리를 뜰 수도 없다"며 "일상생활 중에도 이명이나 난청에 시달리는 경찰관이 많다"고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명과 난청 등 안이비인후과 질환으로 신청된 공무상 요양 138건 중 35건이 승인됐다.

소음의 사례별 크기

 주변 상인들이 입는 피해도 크다.

 안국역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집회가 있는 주말에는 확연히 손님이 적다. 밥 먹을 때  시끄러우면 누구나 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선진국들도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은 엄격하게 규제한다.

 미국 워싱턴 DC는 조례에서 주간에는 65㏈, 야간에는 60㏈로 집회의 소음을 제한하고 있다.

 두 차례의 경고에도 계속 소음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위반자를 긴급체포하고 소음 유발 장치를 압수할 수 있다.

 뉴욕시는 집회신고와 별도로 소음 발생과 관련한 허가를 맡아야 하고 매일 45달러(6만5천여원)의 수수료를 제출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소음 기구를 사용하거나 기준을 초과할 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본 도쿄는 집회에서 최고소음이 85㏈을 넘을 경우 경찰이 즉각 집회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확성기를 압수하고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프랑스 파리는 주간에는 주변의 배경소음 대비 5㏈, 야간에는 3㏈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독일은 명시적으로 집회 소음을 규제하는 규정은 없지만, 연방환경오염보호법에 따라 우리나라보다 세분된 소음 규제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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