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자동차 주행거리 짧으면 사고도 줄어든다?

'주행거리 연동 특약' 2011년 하반기부터 국내 판매
"주행거리와 교통사고 비례한다" 연구 결과 많아
주행거리 특약 환급액, 최근 5년새 2배 늘어

  우리나라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자동차보험에는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주행거리 연동 특별약관이 있다.

 이는 자동차를 적게 운행할수록 사고 발생 빈도도 줄어든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동차 주행거리와 교통사고가 상관관계가 있을까.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로 문의한 독자 메일이 와서 이를 확인해봤다.

 주행거리 연동 특약 또는 주행거리 특약은 예전엔 '주행거리 연동 자동차보험제', 영어로는 'PAYD'(Pay-As-You-Drive)라고 불렸다.

 최근엔 '사용량 기반 보험'(UBI)의 하위 범주로 분류된다. UBI 상품은 주행거리뿐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의 정도를 산정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보험을 뜻한다.

 보험연구원의 '주행거리에 연동한 자동차보험 제도 연구'(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주행거리 특약과 같은 PAYD는 1970년대 초반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처음 제안됐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하고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PAYD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본격적인 상품 판매는 2000년대 들어서였다.

 보고서가 파악했을 당시 주행거리 연동 자동차보험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3개국에서 판매 중이었다.

 우리나라에선 2011년 하반기부터 주행거리 특약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부터는 모든 운전자가 자동으로 이 특약에 가입되도록 상품 약관이 변경돼 현재는 모든 운전자가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 "주행거리와 교통사고 비례한다" 연구 결과 많아

 주행거리와 교통사고 발생률과는 정말 관련이 있을까?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463명의 정보를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주행거리를 운전한 기준그룹(1만∼1만5천㎞)에 비해 0∼1만㎞를 운전한 그룹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41% 낮았고, 1만5천㎞ 이상 운전한 그룹은 반대로 38% 높았다.

 손해보험회사의 자체 분석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11년 자사 보험에 가입된 차량의 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행거리와 사고율 간의 상관계수가 0.946에 달했다.

 상관계수는 -1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주행거리가 3천㎞ 이하의 경우 사고율이 5.7%였지만, 9천㎞ 초과∼1만㎞ 이하는 11.6%, 1만9천㎞ 초과∼2만㎞ 이하는 14.1%에 달했다.

 사고율은 자동차 대수 대비 사고 건수를 말한다. 즉, 사고율이 5.7%는 자동차 100대당 발생한 사고 건수가 5.7건이라는 뜻이다.

주행거리별 사고율 분포

 교통안전공단의 2016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연간 주행거리가 1만㎞ 늘어날 때마다 교통사고율이 4.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2015년 비(非)사업용 승용차 일반형 운전자의 주행거리와 교통사고 정보를 회귀 분석한 결과다.

 또한 2015년 기준 1만㎞를 주행했을 때 평균적으로 교통사고가 0.0383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간접적인 분석 자료도 있다.

 보험연구원의 '코로나19가 자동차보험에 미친 영향 분석'(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9 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79.4%로, 전년 동기 대비로 5.6%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야외 활동이 감소하면서 자동차 운행도 줄어 사고 발생률이 낮아진 점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통계청의 자동차 주행거리 자료를 보면 승용차 1대의 1일 평균 주행거리가 2019년 35.1㎞에서 2020년 34.7㎞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사고 발생률이 2020년에 과거 3년 이동평균 대비 5.04%, 대물 배상은 11.29% 각각 하락했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2020년 보고서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해당 보고서는 과거 경기 침체기 자동차 운행 감소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사고 발생 빈도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동차 운행이 감소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 안전운전과 연동한 자동차 보험도 출시

 주행거리 특약이 대중화되면서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환급액도 증가 추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 주행거리 특약의 환급액이 지난해 1조3천509억원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6천411억원의 2배나 되는 규모였다.

 특약이 도입될 당시 최대 할인율이 11.9%였는데, 최근엔 60%까지 확대됐다.

 주행거리 특약은 보험 가입자뿐 아니라 보험회사에도 유리한 제도다.

 안전 운전을 하는 고객들을 정확히 판별해 이들을 대상으로 보험료가 싼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고객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 보험료는 성, 연령, 운전경력, 지역, 자동차 연식 등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이때 젊은 운전자들은 사고 발생률이 높아 보험료가 전통적으로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이 특약으로 주행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은 젊은 운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사고 발생률이 단순하게 주행거리에 비례한 것은 아니다. 운전 시간대, 운전 속도 등 운전자의 운전 행태도 주요 변수다.

 이런 운전 행태를 반영한 자동차 보험을 PAYD와 대비해 'PHYD'(Pay-How-You-Drive)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안전거리 특약이라고 한다.

 보험연구원의 '차량데이터 이용 현황 및 보험회사 시사점'(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PHYD 모델은 보통 과속, 급가속, 급출발, 급감속, 급정거, 급회전, 운행 시간대 등을 반영해 안전 운전점수를 산정, 보험료를 책정한다.

 보험회사들은 현재 티맵이나 카카오내비와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자동차 제조사가 운영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통해 운전 형태 정보를 받고 있다.

 이런 안전 운전점수에 따른 보험료 할인율은 3∼16%로 보험사마다 다르다.

 보고서는 PAYD, PHYD 등 UBI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이 추정기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2022∼2030년 연평균 성장률이 26%를 웃돌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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