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정년 60세?…주요국과 비교해보니

일본은 사실상 '65세 정년제'…고용 연장 유연해
한국 일부 지자체 공무직 65세로 정년 연장하기도
정년 연장시 청년 고용 감소·기업 부담도 해결해야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60세에서 65세로 법정 정년 상향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 법정 정년 연장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인구 감소로 생산 인력이 줄어드는데 65세로 정년 연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의 60대는 예전의 50대 체력과 같아서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이 힘든데 정년 연장하면 어쩌란 말이냐?"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우리나라는 법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공기업, 노조가 강한 대기업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많은 직장인이 50세 전후로 직장을 떠나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하로 할 수 없도록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에게는 65세까지 고용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해 사실상 '65세 정년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2016년 '정년 60세' 시행…일부 지자체 65세로 연장

 우리나라 정년 제도의 역사를 돌아보면 왜 '법정 정년 60세'가 도입됐는지 알 수 있다.

 인권위의 '법정 정년 연장 관련 제도개선 권고' 결정문을 토대로 검증해보면 우리나라의 정년은 처음부터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1991년 고령자고용법 제정 당시 정년에 관한 최초의 규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임의 규정이었다.

 하지만 이 임의 규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2013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는 의무 규정으로 개정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 60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의무화한 것으로 이후 고령 근로자의 지속적인 고용과 사회 참여를 도모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와 시설관리 직종의 공무직 근로자 2천300여명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시행된 것으로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마련하고 늦춰진 국민연금 수급 시점과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대구광역시도 지난해 10월 시 본청과 산하 사업소 공무직 근로자 412명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년 연장은 올해 상반기 퇴직 예정자부터 적용되며 향후 5년간 매년 1년씩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들의 정년이 61세로 연장되고, 이후 점진적으로 늘어나 2029년에는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65세까지 확대된다.

 대구광역시와 대전광역시 서구청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다자녀를 둔 공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계속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일본은 사실상 '65세 정년제'…고용 연장 유연해

 주요국 가운데 일본의 정년제 운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일본 정년 제도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정년 제도는 근대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고도성장기 당시 일본 기업의 정년은 55세가 주류를 이뤘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1970년대부터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1994년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가 제도화됐다.

 2012년에 사업주가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 법 개정을 통해 일본 기업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희망하는 고령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할 의무가 생겼다.

 계속 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되 정년 연장, 계속 고용제도 도입, 정년 폐지라는 고용연장 방식의 선택지를 줬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의하면 2022년 6월 기준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99.9%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70%의 기업은 '계속 고용제도', 나머지 30%의 기업은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했다.

 2020년 일본에서는 65세까지 고용 의무화에 더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희망하는 경우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할 것을 사업주의 노력 의무로 규정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일본은 단계별로 정년 연장 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먼저 노력 규정을 의무화한 이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고용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높게 도달한 후에야 사실상 최종단계인 법정 의무화로 나아감으로써 정년 연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ADEA)을 통해 연령차별을 금지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유연하게 설정하고, 근로자 퇴직 시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과거에는 일부 분야에서 정년이 있었지만 현재는 법정 정년이 폐지돼 근로자의 퇴직 시기는 개인 및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독일은 법정 정년 제도보다는 연금 수령 연령을 기준으로 하며, 점진적으로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이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 법원은 연금 수급을 통한 소득 보전을 전제로 정년 규정의 구체적 내용을 회원국 재량에 맡기고 있다.

 독일 연방노동법원도 정년 연령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 또는 그 이후로 하는 규정을 인정하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보다 낮은 연령으로 정한 정년 규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육체적 및 정신적 업무수행 능력과 책임이 요구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정년이 남녀별로 달라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올해부터 법정 정년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남성은 60세에서 63세, 여성 관리직은 55세에서 58세, 여성 생산직은 50세에서 55세로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중국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 평균 수명 증가, 건강 상태 개선, 교육 수준 향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같이 결정했다.

 중국의 경우 남녀 간 정년 차이가 여전히 유지되는 게 특징인데 이는 1950년대부터 지속된 정책으로, 당시에는 여성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조치였다고 한다.

 ◇ 정년 65세로 연장 논의…노인 빈곤·소득 단절 고려

 이런 가운데 인권위가 법정 정년 상향 조정을 권고한 것은 노인 빈곤과 고용 문제, 사법적 판단의 변화, 국제기구의 권고, 소득 단절 해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인권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최근 정년 연장 문제와 관련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업에 65세까지 근로자 고용 의무를 지우는 공익위원 제언을 발표했다.

 기업에 고용 의무를 부과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자는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노사 협의로 근로 시간과 직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기업 요구도 들어준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령인구 비중이 2025년 20.3%,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에 70.2%, 2072년에 45.8%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도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은퇴가 경제성장률을 0.4%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정년 연장 등 다양한 고용 연장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연금 개혁에 의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상향됨에 따라 법정 정년을 현행 수준인 60세로 유지할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퇴직 연령 간의 간극으로 정년 퇴직자가 연금 수급 시까지 5년 이상 소득 단절에 직면하는 문제도 크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법정 정년과 같은 60세였지만 1998년 1차 연금 개혁 당시 재정 안정화를 위해 2013년부터 61세로 높아졌고, 그 이후에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 2033년부터는 65세에 연 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는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노동 수명을 연장하고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과 재정 성과가 크게 상향될 것"이라면서 법정 정년을 늘리거나 회사별 의무 퇴직 연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지만 60~64세 고용률은 2010년에 7위에서 2019년에 12위로 하락했다.

 고령자의 체력이 좋아진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윤환 아주대의료원 노인보건연구센터 교수는 최근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에서 "건강 노화를 고려할 때 현재 70세는 예전 65세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건강 노화지수는 12년 사이 평균 1점 증가했는데, 2011년 당시 65세의 건강 노화지수(10.88)와 유사한 연령대는 2023년엔 72세(10.81)였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여러 국가에서 60대 초반은 더 이상 퇴직 연령이 아닌 일하는 연령대로 변화하는 추세"라면서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60~64세 고용 활성화 정책이 미흡한바 고령 근로자 고용 연장 정책이 세계적인 추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 정년 연장시 청년 고용 감소·기업 부담도 해결해야

 지난해 5월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법정 정년의 연령기준을 묻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대해 전체의 86%가 찬성하고 11%가 반대했다.

 육체노동의 가동 연한을 65세까지도 볼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도 주목할만하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이 그동안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했지만,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판시해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주요한 논거들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의 공식 은퇴 연령보다 실질 은퇴 연령이 높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에 나갈 필요가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의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및 장년 고용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여력을 감소시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임금의 연공성이 높은 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물론 청년층과 고령층 간 고용 대체성이 없거나 보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난감해하는 것도 문제다.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년이 연장될 경우 연공·호봉제 등의 이유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아직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중 67.8%가 정년 연장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인건비 증가(26.0%), 조직 내 인사 적체(23.2%), 청년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 생산성 저하(16.6%) 등을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임금 삭감 없이 정년을 법적으로 65세 이상으로 연장하면 전체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을 연간 약 15조9천억으로 추정했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연장에 대해 "고용을 유연화하거나 임금 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하면 상당히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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