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인 정말 '롱다리' 됐나…세계 순위 보니

100년간 세계 최다 성장 민족 중 하나…조선시대보다 15~20cm↑
남녀 평균 키 아시아 최고 수준…일상 제품도 키 맞춰 변화

 "요즘 한국인은 키도 크고 비율도 좋다."

 최근 가요, 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예전과 달라진 한국인의 외모가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한국인이 서양인 못지않게 키가 커졌다", "이제는 아시아에서 롱다리 민족"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면 한국인은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키가 많이 큰 민족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비교해 키가 가장 큰 편인 것은 사실이며, 일반 서구 국가 사람들과 비교해도 이제는 키가 작은 편이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사례인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사람들에 비해선 여전히 작은 수준이다.

 한국인은 상체보다 하체가 길어지는 일명 '롱다리형'의 서구형 체형으로 점차 바뀌고 있지만, 머리 크기 등 동양인 특유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한국인의 키와 체형 변화는 경제 성장과 함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 신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 조선시대까지 '작은 키'…20세기 들어 폭발적 성장

 조선시대에 한국인의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실 황영일·신동훈 교수팀이 15세기 이래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16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넙다리뼈(대퇴골)를 이용해 평균 키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161.1(±5.6)㎝, 여성 148.9(±4.6)㎝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팀은 골반과 무릎 사이에 뻗어 있는 넙다리의 뼈 길이를 재 전체 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평균 키를 추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선시대 한국인의 평균 키는 조선 초기인 15세기 초부터 구한말인 19세기 말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중세 시대에는 신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가 19세기 초 산업화와 함께 평균 키가 급신장한 영국과 미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구 국가와 대비된다.

 반면 한국인은 15세기 이후 정체된 평균 키가 20세기 초부터 급성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영양 상태가 개선되며, 키 성장이 가속화됐다.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 키(161.1㎝)는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 매우 작았다. 비슷한 시기에 서구 국가들의 평균 키는 스웨덴 169.6㎝(17세기), 영국 168.1㎝(12~18세기), 네덜란드 166.7㎝(17~19세기), 독일 169.5㎝(16~18세기), 포르투갈 165.7㎝(15~19세기), 미국 173.4㎝(17세기 후반~19세기 후반) 등으로 한국인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인의 키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작은 편이 아닐 정도로 커졌다.

세계인구리뷰(worldpopulationreview)의 최근 대규모 비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95개국 중 19세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키는 전 세계 66위. 여성은 59위로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전 세계에서 남성의 키가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로 평균 183.78㎝였고 몬테네그로(183.3㎝), 에스토니아(182.79㎝),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182.47㎝), 아이슬란드(182.1㎝), 덴마크(181.89㎝), 체코(181.19㎝), 라트비아(181.17㎝), 슬로바키아(181.02㎝), 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180.98㎝) 순이었다. 북부 유럽 쪽 남성의 키가 세계적으로 월등하게 큰 수준이었다.

남성의 평균 키가 가장 작은 국가는 동티모르로 160.13㎝였으며 라오스(162.78㎝), 솔로몬제도(163.07㎝)가 그다음이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평균 남성 키가 각각 175.66㎝와 175.52㎝로 가장 컸다. 이어 홍콩(174.83㎝), 북한(174.69㎝), 대만(173.53㎝), 싱가포르(173.5㎝), 일본(172.06㎝), 태국(171.61㎝), 몽골(170.62㎝), 말레이시아(169.2㎝), 베트남(168.89㎝), 미얀마(166.7㎝), 인도(166.5㎝)가 뒤를 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남성과 평균 키가 유사한 국가는 중국에 이어 이란(175.62㎝), 몰도바(175.59㎝), 카자흐스탄(175.5㎝), 퉁가(175.11㎝) 정도였다.

국가별 평균 신장 2024

여성의 경우 전 세계에서 평균 키가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로 170.36㎝였고 몬테네그로(169.96㎝), 덴마크(169.47㎝), 아이슬란드(168.91㎝), 라트비아(168.81㎝), 에스토니아(168.66㎝), 세르비아(168.29㎝), 체코(167.96㎝) 순이었다. 키가 가장 작은 국가는 과테말라로 150.91㎝였고 방글라데시(152.38㎝)와 네팔(152.39㎝)이 뒤를 이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성의 평균 키가 중국이 163.46㎝, 한국이 163.23㎝로 1,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161.3㎝), 북한(161.22㎝), 대만(160.7㎝), 홍콩(160.62㎝), 태국(159.42㎝), 일본(158.5㎝), 베트남(158.43㎝), 캄보디아(154.75㎝) 순이었다.

한국 여성과 평균 키가 유사한 국가는 중국과 더불어 바하마(163.46㎝), 벨기에(163.4㎝), 트리니다드 토바고(163.38㎝), 그루지야(163.24㎝), 푸에르토리코(163.06㎝)였다.

이런 통계를 보면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일반적인 서구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작은 편이 아니며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가 개선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여성 또한 서구 국가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도 큰 편에 속함을 알 수 있다.

◇ 100년간 세계 최다 성장 민족 중 하나…조선시대보다 15~20cm↑

주목할 점은 한국의 경우 남녀 모두 지난 100여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키가 많이 큰 국가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엘리오 리볼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공중보건 학장이 이끄는 연구팀의 '전 세계 200개 국가 남녀의 평균신장 1914∼2014년 어떻게 달라졌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 이 기간 142.2㎝에서 162.3㎝로 20.1㎝ 커져 일본(16㎝), 세르비아(15.7㎝)는 물론이고 중국(9.5㎝), 미국(5㎝)보다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100년 전에는 한국 여성이 200개 국가 중에 5번째로 키가 작았지만 2014년 기준으로는 55번째로 키가 큰 국가로 변모했다.

한국 남성의 평균 키 성장 폭인 15.1㎝도 이란(16.5㎝)과 그린란드(15.4㎝)에 이어 3번째로 큰 폭이다. 200개국 가운데서는 100년 전의 150번째에서 2014년 기준으로 51번째 큰 키로 급등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간 경제발전과 영양, 위생, 보건 환경 개선으로 발육이 좋아졌지만, 성장 속도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평균 키의 변화

보고서 공동 저자인 제임스 벤담은 "개인의 유전이 키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일단 전체 인구의 평균만 넘어서면 유전의 역할은 덜 중요해진다"면서 "같은 환경에서라면 대부분 인구가 대략 비슷한 신장까지 성장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를 봐도 한국인의 키가 많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평균 키는 1979년 166.1㎝에서 2021년 172.5㎝로 6.4㎝, 여성은 154.3㎝에서 159.6㎝로 5.3㎝나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경우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나타내는 다리 길이 비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른바 '롱다리' 체형으로 변화가 지속된 점도 특징이다. 다리 길이 비율은 남성의 경우 2004년 43.7%에서 2021년 45.3%, 여성은 44.4%에서 45.8%로 바뀌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인체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머리 수직 길이 대비 키의 비율을 보여주는 두신 지수(키/머리 길이)는 1990년 이후 7.2~7.3을 유지하고 있으며 머리 너비지수(머리너비/머리두께)는 모든 시대나 연령, 성별에서 동양인의 단두형 비율인 0.84~0.89를 보였다. 즉, 키와 몸무게 증가, 체형의 서구화에도 머리 크기 등 인체 비율은 한국인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한국인 '큰 키'에 맞춘 사회 변화도 함께 진행

이처럼 한국인의 키가 커짐에 따라 의자나 책상 등 가구, 버스 내부 높이, 싱크대 높이 등 다양한 제품의 규격이 상향 조정됐다.

1960년대 48㎝에 그쳤던 영화관 좌석 폭은 2000년대 들어 55㎝로 커졌고, 1974년 이후 43.5㎝였던 지하철 좌석 폭은 2017년부터 48㎝로 개선됐다. 버스 내부 높이는 1970년대는 185㎝였는데 2.1m 이상으로 확대됐다.

부엌 싱크대 상판은 1995년 85㎝, 2018년 89~90㎝로, 아파트 천장은 2.3m가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2.5m로 높아지는 추세다. 남성 정장은 2000년대 초반엔 키 170㎝ 치수가 많이 팔렸지만 요새는 175㎝ 치수 판매량이 많아졌다고 한다. 구두는 1980년대에는 여자 245㎜, 남자 275㎜가 가장 큰 치수였는데 요즘은 300㎜ 이상까지 커졌다.

2020년 12월 말부터 '학생용 책상 및 의자' 한국산업표준(KS) 개정안을 적용해 키 180㎝가 넘는 학생들도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더 큰 치수의 학생용 책걸상이 도입됐다. 상당수 학생의 엉덩이 너비보다 폭이 좁았던 의자 좌판 길이도 늘어났다. 5년간(2014∼18년) 평균 키는 초·중·고등학생이 각각 0.2㎝, 0.73㎝, 0.25㎝씩 커졌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의 경우 키 180㎝ 이상인 남학생이 10명 중 1명꼴(11.8%)에 달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평균 키가 커지는 등 체격이 향상된 데는 축산물의 소비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농협 축산경제연구소의 'NH 축경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평균 47.6㎏으로 1970년 5.2㎏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축산물에 이어 소비량이 많이 늘어난 품목은 과실류로 1970년 대비 7배, 채소와 수산물은 각각 2~3배씩 증가했다. 한국인의 1인당 우유 소비량도 1970년 1.6㎏에서 2013년 71.6㎏으로 44.8배 증가했다.

이는 해방 이후 1960~1970년대 경제 개발기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육류 등의 식품이 밥상에 많이 오르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를 보면 1960년까지만 해도 166.4㎝이던 20세 기준 성인 남성의 평균 키는 2015년 174.9㎝로 8.5㎝ 커졌다. 여성도 153.8㎝에서 162.3㎝로 평균 신장이 커졌다.

한국인의 키·혈압·비만 등 각 형질에 유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국내 연구진이 통계 기법을 통해 계산한 적도 있다. 김희발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팀이 경기도 안산·안성 지역 8천842명의 유전 및 형질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동물 육종학 통계 모델에 적용, 49가지 형질별 유전 영향도를 분석·추정했는데 한국인 키의 약 32%가 유전의 영향, 즉 유전인자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유전 요인뿐만 아니라 식습관, 환경 요인도 성장기에 키를 키우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키가 크려면 아동·청소년기에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한 오후 10시 이전에 숙면하고 우유 등 하루에 칼슘 1천mg가량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루 3끼 식사에 성장이 필요한 고기, 채소, 과일을 잘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며, 줄넘기나 농구 등 운동을 하루 20~30분 하는 것도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

간편식과 패스트푸드는 열량이 높아 과체중으로 골격 형성에 방해될 우려가 있어 간편식 섭취는 줄여야 하며, 잠들기 전에 스마트기기 사용은 숙면을 방해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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