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아빠가 못 알아봐도 엄마는 구분"

'쌍둥이의 역할 바꾸기', 대중문화 단골 소재
어린시절에는 부모조차 순간적으로 혼동할 수 있어
유전자 동일한 쌍둥이라도 각자 지문·성문 차이는 뚜렷
"쌍둥이 설정은 서사를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첫회에서 주인공 미지가 일란성 쌍둥이 언니인 미래에게 '인생 체인지'를 제안하며 하는 말이다.

 박보영이 1인2역 열연을 펼친 이 드라마는 미지와 미래가 남들 몰래 잠깐씩 서로의 삶을 바꿔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겉으로 보면 똑같이 생겼지만 미지는 건강하고 운동을 잘하며 쾌활한 반면, 미래는 병약하고 공부를 잘하며 조용하다.

 성격이 극과 극이고 잘하는 것도 다른 둘은 학창 시절 수학 숙제, 철봉 매달리기 등에서 남들 몰래 역할 바꿔치기를 하며 소소한 재미를 봤다.

 이러한 바꿔치기는 어린 시절의 작은 사기행각에 머물지 않고 점차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된다.

 다분히 극적인 장치인데, 낳은 엄마조차 외관상으로는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둘이 닮았다는 설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 "일란성 쌍둥이, 성격도 비슷한 것으로 보고돼"

 일란성 쌍둥이가 외모로 타인을 속이는 것은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남들이 식별하기 쉽도록 쌍둥이가 각자 헤어 스타일을 다르게 하거나 옷을 다르게 입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부모도 속일 수 있을까.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김혜경 교수는 5일 "유아기나 어린 시절에는 외모가 거의 똑같기 때문에 부모조차 순간적으로 혼동할 수 있다"며 "초기에 손톱 매니큐어나 팔찌 등을 이용해 구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표정, 말투, 행동 습관 등에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까이 지내는 가족들은 점차 구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과대학 A교수도 "간혹 아빠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보통 엄마는 구분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구별 못 하는 경우는 흔하게 봤다"고 말했다.

 미지, 미래와 달리 학계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A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이 두 개로 분열한 것이기에 유전적으로 같다"며 "학계에도 대개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밝혔다.

 같은 유전자라도 발현되는 시기가 달라 차이가 생기기도 하지만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진 않는다"면서도 "결국 유전자는 같기에 쌍둥이가 서로 다른 집에 입양됐다 하더라도 취미나 배우자가 비슷하다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다만 학계 보고와는 상반되게 성격이 다른 일란성 쌍둥이도 존재한다.

 김 교수는 "성격 형성에는 유전뿐 아니라 자라온 환경, 경험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며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과 취향, 행동 방식이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지와 미래는 목소리도 똑같은 것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대검찰청과 서울대 언어연구소 이호영 교수팀의 '유사 음성식별기법 연구'에 따르면, 유 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라도 각각의 성문(聲紋) 차이가 뚜렷했다.

 성문은 주파수 분석 장치를 이용해 음성을 줄무늬 모양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손가락 지문처럼 사람마다 목소리 성문이 다르다.

 ◇ '범죄의 재구성'·'피고인' 등도 일란성 쌍둥이 내세워

 일란성 쌍둥이가 남을 속이는 설정은 미디어에 종종 등장했다.

 2017년 SBS 드라마 '피고인'에는 일란성 쌍둥이인 차선호(엄기준 분)-차민호 형제가 나왔다.

 악인 차민호가 형 차선호를 죽이고 형인 척 살아가는데, 정체가 탄로날 수 있는 지문 검사를 받지 않으려 지문을 훼손하기도 한다.

 '미지의 서울'에서도 지문으로 미지와 미래를 구별하려는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박신양이 1인2역을 펼친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은 성격과 분위기가 다른 일란성 쌍둥이 설정이 핵심 반전의 포인트가 됐다.

 또 에리히 캐스트너의 소설 '두 명의 로테'(1949)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져 서로가 쌍둥이인 줄 모르고 자란 로테와 루이제 자매의 이야기다.

 둘은 우연히 여름 캠프에서 만난 뒤 돌아갈 때 각자 집을 바꿔 귀가하며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부모와 상봉한다.

 김성식 문화평론가는 "쌍둥이 설정은 서사를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든다"며 "경쟁이나 헌신 등 어떤 구도를 갖든 시청자는 쉽게 설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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