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보다 뜨거운 폭염…온열질환 예방행동 '3가지'

기온이 체온 넘어서면 위기상황…"'물·우산·샤워' 잘 활용하면 폭염 극복 도움"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486명의 2.5배에 달하는 1천21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사망자도 작년(3명)의 3배에 가까운 8명이나 발생했다.

 온열 질환 전문가인 순천향의대 생리학교실 이정범 교수(대한생리학회 환경생리분과 위원장)는 "기온이 체온을 넘어서면 우리 몸은 생명 유지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다"면서 "그 이유는 우리 몸에서 열을 배출하는 정상적인 체온조절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사람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체온이 올라가면 피부나 땀을 통해 열을 배출하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때 열은 복사(60%), 증발(22%), 대류(15%), 전도(3%)의 방식으로 방출된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체온(섭씨 36.5도)보다 높아지면 이 방출 경로가 완전히 차단된다.

 오히려 복사, 대류, 전도를 통해 외부의 더운 열이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않고 피부에 머무르며 체온을 낮출 방법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체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체온이 높아지는 '축열(蓄熱)'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때 발생하는 질환이 체온 조절 중추 기능이 마비되는 열사병, 과도한 땀 배출로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는 열탈진,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과 염분 균형이 깨지는 열경련, 뇌로 가는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의식을 잃는 열실신 등이다.

 이 교수는 "체온 40도를 기점으로 몸 안의 단백질 변성이 시작되면 체온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 혼수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의학적으로는 체온이 42도가 되면 체온을 스스로 떨어뜨릴 능력을 상실하면서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 요령으로 '물, 우산, 샤워' 3가지를 꼭 지키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는 물의 중요성이다.

 폭염 때는 의식하지 않은 사이 호흡과 땀을 통해 수분이 계속 배출돼 탈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신체활동을 하면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 순환량과 발한량이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체중의 4∼5% 정도 탈수가 일어나면 인체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도 현저히 저하된다.

 체액이 체중의 1.9% 정도로 손실된 상태에서는 몸의 지구력도 10%가량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혈장량이 줄고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심각한 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탈수가 더욱 치명적인 건 고령층이다. 체온조절 기능과 온열질환을 인지하는 능력이 약해져 고체온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수분 섭취량이 감소해 탈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까지 갖고 있다면 폭염에 노출되는 것 자체만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교수는 "탈수를 예방하려면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물병을 늘 들고 다니며 수시로 충분히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면서 "물은 갈증이 유발되기 전부터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한다"고 권고했다.

 두 번째는 햇볕 노출을 줄이기 위한 우산이나 양산의 사용이다.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외출할 때 우산이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면 열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손 선풍기 등으로 약간의 기류변화를 만드는 것도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여성은 양산 사용이 자연스럽겠지만, 남성의 경우 우산을 쓰는 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재난 상황이라는 점을 우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외출 후 꼭 샤워하라고 당부했다.

 이때 너무 차가운 물에 샤워하면 쇼크의 우려가 있는 만큼 하반신 이하만 10분 이상 찬물에 담그라는 게 이 교수의 권고다.

 몸을 담그기 어렵다면 샤워기를 이용해도 좋다.

 이를 통해 낮 동안 쌓인 체내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프리카인 41명과 한국인 36명을 대상으로 체온, 땀 배출량 등을 비교 연구해 '미국 인간생물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에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고온에 노출됐을 때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체온 상승이 빠르다는 특징도 강조했다.

 이 연구에서 섭씨 43도의 뜨거운 물에 30분 동안 다리를 담그는 반신욕을 한 후 한국인의 체온은 0.69도 상승한 평균 37.03도까지 올랐지만, 아프리카인은 이보다 낮은 0.42도가 올라 36.56도에 머물렀다.

 이 교수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노출되면 당장은 괜찮은 것 같더라도 2∼3일이 지난 후에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요즘처럼 바깥 온도가 체온보다 높아질 때는 체내에 축적된 후 방출되지 않는 축열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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