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직업' 잠수부 안전규정은 '허술'…제도 실효성 보완해야

1년 주기 특수건강진단 규정, 프리랜서 잠수부들에는 '그림의 떡'
수상구조사와 달리 보수교육도 의무 아냐…"현실적 접근으로 안전 높여야"

 '진해 잠수부 3명 사상 사고'를 계기로 잠수현장 안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바다를 포함한 수중 산업현장에서 고기압을 견디며 작업해야 하는 잠수부들이지만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규정은 없거나 있더라도 허울뿐인 규정에 불과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잠수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인력은 9천77명이다.

 수중 산업현장을 책임지는 잠수작업은 고기압과 강한 조류, 시야 확보 어려움 등으로 육상 작업보다 신체적 노동강도와 위험성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유기 화합물과 가스상태 물질류, 고기압 등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 노동자들 건강 관리를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한다.

 잠수부들 역시 고기압 유해인자에 포함돼 1년 주기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별도 고시에서 '고기압 작업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고압 실내작업 또는 잠수작업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특수건강진단이 노동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프리랜서 잠수부들에게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프리랜서 잠수부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의뢰받아 그때마다 작업을 한다.

 이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해야 할 책임은 관련법상 사업주인 하청업체가 해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작업 당일 하루만 잠수부를 고용하는 때가 많아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는 곳은 거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잠수업계 8년차인 한 30대 프리랜서 잠수부는 "그동안 전국을 돌며 하청업체 일을 수백번 했지만, 특수건강진단을 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특수건강진단을 받았는지 물어보는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며 "사업주가 확인하는 것은 잠수기능사 자격증과 잠수장비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경남 남해안 지역에서 25년째 잠수업을 하는 50대 사업주는 "사실상 일감이 있을 때 불러서 쓰는 일용직인 만큼 그때마다 잠수부들을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잠수부들 선박 세척작업은 어느 사업장이든 비슷해 다른 곳에서 받은 특수건강진단이 있으면 그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위험한 작업을 동반하는 직업군이지만 보수교육이 명시화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 시 화를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잠수기능사를 포함한 국가기술 자격증은 1999년 정부의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 정비계획에 따라 자격 취득자의 보수교육과 갱신 등록 의무제도가 폐지됐다.

 다만 잠수 작업은 '유해·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지정 교육기관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능을 습득하려는 사람은 8시간 교육을 받게 돼 있다.

 이 역시도 '기능 습득'을 위해 명목상 보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근거일 뿐 특정 주기마다 보수교육을 받도록 명시돼 있지는 않다.

 주로 대형 잠수업체가 직원들을 위해 이용할 뿐 하청업체나 프리랜서 잠수부들은 대부분 소외돼 있다.

 수중 작업을 하는 잠수부들과 달리 수상구조사들은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2조의 11(수상구조사 보수교육)에 따라 자격증을 발급받고 2년 되는 날부터 6개월 이내에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받도록 '법적으로 명시'해놓은 것과 대비된다.

 국민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자격증인 만큼 수상 안전분야 자격을 강화하고 수상구조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법 개정이 이뤄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수상보다 더 위험한 수중 작업을 하는 잠수부들 역시 보수교육을 법제화해 안전사고를 줄이고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차주홍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회장은 "운전면허도 10년 주기로 적성검사를 하고 나이가 들면 더 짧은 주기로 갱신해야 하는데, 상당한 체력과 운동신경이 필요한 잠수작업은 사실상 무제한 자격증이나 다름없다"며 "제도가 있어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잠수부들은 자기 목숨을 어쩌면 운에 맡기고 물속에 뛰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수부들이 빈번하게 투입되는 작업 중 하나가 선박 세척작업인데 이곳은 대부분 하청을 받은 영세업체가 운영해 안전과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며 "보수교육을 명문화하고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사업주나 혹은 잠수부들에게라도 일부 지원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제도 실효성과 안전 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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