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육 정상화까진 먼길…부실교육 우려속 학칙변경 특혜 논란

유급 받았어도 '이수 학기' 간주?…"정부가 의대생에 백기 투항" 지적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시화하면서 1년 반을 끌어온 의정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대규모 유급 의대생의 교육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2학기 복귀하는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로 못 들은 1학기 수업을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압축해 온라인 등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부실 교육 우려가 나오는 데 더해 특혜 논란도 지속하고 있다.

 ◇ 유급 의대생 여름방학 이용 압축 수업…24·25학번 '더블링' 현실화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의 건의를 받아들여 학칙을 변경하는 특혜 논란 속에서 의대생들이 2학기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난달 허용했다.

 전국 의대들은 복귀 의대생들이 1학기 미이수 학점을 이수하도록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달 초부터 계절 학기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을 여름방학과 주말, 야간 등을 이용해 압축해 대면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희대 의대는 최근 1학기 17주 분량 수업을 6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가 부실 교육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희대 의대는 교육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자 주말과 야간 시간대를 활용해 수강 기간을 단축하되 기존 1학기 복귀 학생과 같은 수의 강좌를 수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많은 복귀 의대생이 1학기 수업을 채 끝내지도 못한 채 2학기 수업을 듣게 되면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다수 의대는 1학기 수업을 여름방학 안에 마치기 어렵다고 판단해 2학기 이후에도 1학기 수업을 나눠 듣게 하거나 2학기 개강 이후 1학기 수업을 듣도록 할 계획이다.

 고려대 의대는 여름방학 대신 겨울방학에 계절 학기나 특별 학기를 편성해 복귀생을 위한 1학기 수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 24·25·26학번이 예과 1학년 과정에 겹치는 이른바 '트리플링'을 막고, 본과생들의 정상적 진급 등을 통해 의료인 배출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특혜 논란 속에서 2학기 복귀를 허용했다.

 하지만 24·25학번이 함께 수업하는 '더블링'은 피할 수 없게 됐으며 과밀 수업 등 수업의 질 저하가 예상된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학생들이 복귀하면 학사 운영에서 시간적 문제와 24·25학번의 더블링으로 인한 시설과 교수 인력 문제 등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때도 24·25학번의 동시 교육이 큰 문제였다"며 "지금은 현실적으로 분리 교육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24·25학번 분리 교육은 많은 학생의 미복귀로 인해 사실상 폐기됐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교수들이 사직하면서 발생한 교수 부족 문제도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최근 성명에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 학생 수가 늘고, 전임 교수들이 사직해 의대 교육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예과 1학년의 학생 수가 기존의 4.25배로 늘어난 대학도 있다. 한 학년에 2개의 교육과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학 교육을 완전하게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합리적인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급 받았어도 '이수 학기' 간주?…꺼지지 않는 특혜 논란

 교육 부실 우려와 더불어 복귀생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1년 넘게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이 사실상 아무런 페널티도 받지 않고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달 초 각 의대와 마련한 '의대생 복귀 및 교육 운영 지침'을 보면 곳곳에 다수의 학칙 변경을 통한 복귀 지원 방안이 제시됐다.

 대표적으로, 유급 처리된 학기는 원칙적으로 미이수 학기로 처리되는 만큼 본과 진급이나 졸업 요건 등에 이수 학기가 규정된 경우 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올해 1학기 때 유급을 받았더라도 학칙 개정을 통해 '이수한 학기'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1학기 유급생은 8천명에 달한다.

 아울러 1학기 유급생들의 2학기 조기 복귀를 위해 '학년 유급제'를 '학기 유급제'로 바꾸는 것은 물론 추후 학년 성적을 산출할 때 1학기 성적을 한시적으로 미산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히 1학기 학습 결손분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학기별 최대 이수 가능 학점을 상향하도록 한 것은 다른 단과대생과의 형평성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의총협, KAMC 등은 '의대생 복귀 및 교육 운영 지침'에서 각 의대는 계절학기를 포함해 학기별 최대 이수 가능 학점을 상향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계절학기 최대 이수 가능 학점을 기존 6학점에서 12점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교육부와 각 의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의대 교육 과정의 특성상 다수의 학칙 변경 없이는 의대생들의 정상적인 진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의대생 복귀 지원 방안을 주문한 상황에서 교육 당국으로선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이번에도 정부가 의대생에게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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