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어도 배에 힘 안 줘도 돼"

태아 성별 공개 파티 등 임신·출산 新풍속
'D라인' 뽐내기…'만삭사진' 해시태그 80만여건
AI로 태아 얼굴 구현하고 태몽 해석도

 "비키니 입어도 배에 힘 안 줘도 돼. 너무 좋아."(스레드 이용자 'jjis***')

 "남편한테는 케이크로 '젠더리빌' 하려고. 입이 근질거려 죽겠어."(스레드 이용자 'tin***')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부모가 되기 시작하면서 임신·출산 관련 새로운 축하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젠더 리빌 풍선

 ◇ 금줄에 걸던 고추·숯처럼…'젠더 리빌 파티'

 과거에도 아기의 탄생과 성별을 이웃에 알리는 문화는 있었다. 국립민속관 박물관 사이트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출산했을 때 집 대문 혹은 마을 입구에 금줄(새끼줄)을 매면서 남아가 태어나면 금줄에 고추를, 여아가 태어나면 금줄에 숯덩이를 걸곤 했다.

 금줄은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활용됐으며, 불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웃들은 금줄과 걸린 물건을 통해 자연스레 출산과 아기의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 태아의 성별을 공개하는 '젠더 리빌(Gender Reveal) 파티'가 열리고 있다.

 가족·친구에게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공개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성별을 알게 된 부모가 직접 준비하거나, 지인이 부모를 위해 파티를 준비해준다.

 성별을 공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풍선 안에 파란색 혹은 분홍색 콘페티(파티용 작은 종이)를 넣고 터트리거나, 파란색 혹은 분홍색 크림이 채워진 케이크를 자르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젠더 리빌' 검색량 추이

 젠더 리빌 파티는 200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임신 주차에 상관없이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고지하는 것이 합법화된 법적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임신 32주 이전까지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부모들은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성별을 합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성별 공개를 이벤트화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실제로 지난 19일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 '젠더 리빌'을 조회해보니 올해 들어 검색량이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아의 성별을 색상으로 표현하고 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젠더 리빌 파티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점,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유행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가족들과 젠더 리빌 파티를 열었다는 노모(32) 씨는 "아이를 한 명만 낳을 계획인 만큼 가족들과 특별하게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만삭사진 소품 및 드레스

 ◇ '#만삭 사진' 80만여건…"임신한 모습 기억하기 위해"

 이런 가운데 공공장소에서 임신부가 몸을 드러내는 것이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인식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외출을 삼가며 태교에 집중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임신부가 'D라인'을 드러내며 사진을 찍는 것이 보편화됐다. 일명 '만삭 사진'이다.

 앞서 임신부 화보 시장은 1991년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만삭 누드 사진을 찍으며 열어젖혔다. 당시만 해도 큰 논란이었지만, 이후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 배우 모니카 벨루치,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잇달아 만삭의 몸을 공개하면서 임신부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일었다.

 국내에서도 유명 유튜버 랄랄, 모델 야노 시호 등이 만삭 누드 사진을 공개했으며, 일반인이 만삭 사진을 찍거나 임신 주수별 몸의 변화를 기록하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관련 소품과 드레스도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만삭 사진' 해시태그가 사용된 게시물은 80만7천여건, 'D라인' 해시태그는 8만여건을 넘는다.

 아내와 함께 만삭 사진을 찍은 윤모(29) 씨는 "나중에 아이가 자랐을 때 '네가 이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임신한 모습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 촬영했다"며 "셀프 스튜디오에서 아내와 단둘이 촬영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 둘째의 만삭 사진도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상 속 임부의 복장도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즐겼다는 임신 20주차 이모(33) 씨는 "원피스 수영복은 배를 압박해 불편하지만, 비키니는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임부를 위한 운동복, 임부 정장·원피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I로 구현된 태아의 얼굴

 ◇ AI로 미리 보는 아기 얼굴…"실물처럼 예측해줘"

 AI 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입체 초음파 사진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통해 태아의 얼굴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좀더 정밀하게 태아의 얼굴을 예측하는 유료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에는 챗GPT를 활용해 태아의 얼굴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롬프트가 공유되고 있는데, '30주차 초음파 사진인데 여자아이고 한국인이야. 실물처럼 예측해줘' 같은 식이다.

 유료 AI 얼굴 생성 서비스를 이용한 임신 26주차 김모(34) 씨는 "임신 이후 나에게 모성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힘들었는데, 아기의 얼굴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한결 유대감이 생겼다"며 "출산 후 얼마나 비슷하게 생겼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AI에 태몽을 해몽해달라고 하거나, 태몽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350만명이 모여있는 한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린 작성자 '호랑***'는 "신랑의 태몽을 챗GPT에게 물어봤다"며 "태몽이 맞고, 좋은 꿈이라고 얘기해줘서 기분은 좋다"고 남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내리 하락하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0.80명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눌려있던 혼인·출산이 엔데믹 이후 해소됐고, 1990년대 초반(1991~1995년) 출생아들이 결혼·출산기에 접어드는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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