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 '복합위기' 직면…국책연구기관, 시스템 붕괴 경고

필수의료·지역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연쇄적 위기 맞을 수 있다는 종합진단
보건사회연구원, '24시간 의료 길잡이' 등 국민 체감 해법 제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의사 인력의 불균형,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 불공정한 보상 구조라는 삼중고에 직면했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연쇄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종합 진단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24시간 의료 길잡이' 서비스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26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보건의료는 개별적 문제가 아닌 여러 위기가 중첩된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의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인구 1천 명당 1.86명이지만, 비수도권은 0.46명에 불과해 4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이 때문에 지방 환자들이 KTX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려드는 '원정 진료'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외래환자로 북적이는 비효율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급여비 점유율은 2019년 9.8%에서 2023년 14.6%로 급증했다.

 이는 한정된 의료자원이 낭비되고 의료체계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보고서는 이런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현재의 '행위별수가제' 기반 보상체계를 지목했다.

 진료 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하는 이 제도는 수술처럼 업무 강도가 높고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 분야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노력 대비 낮은 경제적 보상(31%)'을 꼽은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인력, 전달체계, 보상 구조의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붕괴라는 총체적 위기를 낳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에 보고서는 '국민중심 의료개혁'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민의 실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첫째, "밤중에 아이가 아플 때,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국민의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의료이용 지원 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무료로 제공되는 공공 의료 시스템)처럼 전화나 앱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24시간 언제든 가장 적절한 병원으로 안내하는 '의료 길잡이(내비게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응급실을 전전하는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현실적 고충에 대응하기 위해 '간병 국가동행제'와 '의료비 안심보장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급성기 병원의 간병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로 확대하고,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병원 중심의 치료를 넘어선 서비스 확대를 주문했다. 퇴원 후 집에서 회복과 재활을 돕는 '급성기 이후(아급성기) 의료'를 확립하고, '재택의료'와 '원격의료'를 활성화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의료가 찾아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의료가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편과 과감한 제도 혁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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