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44%가 기초수급자…더는 개인의 비극 아닌 사회적 재난

한국사회보장연구원 연구보고서…50∼60대 중장년 남성 절반 이상 차지

 방 안에서 홀로 맞이하는 죽음, '고독사'가 '개인의 불행'이라기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수행한 '고독사 주요 사례 심층 연구를 통한 원인분석 및 예방체계 구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의 44.3%는 국가의 보호를 받던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적 재난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통계다.

 보고서는 고독사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매년 고독사의 절반 이상(50∼60%)을 차지하는 50∼60대 중장년 남성들은 실직, 사업 실패, 이혼 등 갑작스러운 삶의 위기 후 사회와 단절되며 위험에 내몰린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익숙지 않아 고립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숨겨진 고독사'의 현실이다.

 보고서는 가족과 함께 살아도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나 와상 상태의 노부모를 돌보던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돌봄이 필요했던 부모가 방치돼 사망하는 '기능적 고독 사'가 바로 그것이다.

 1인 가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복지 시스템의 시야에서 벗어난 이들의 비극은 우리 사회 돌봄 체계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청년층의 고독사 역시 심각한 양상이다. 대부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배경에는 학업 및 취업 스트레스, 불안정한 가정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사회의 출발선에서 좌절을 겪은 청년들이 고립을 선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심리·정서적 지원과 안정적인 사회 진입을 돕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번 연구는 특정 지역의 '사회적 부검'을 통해 고독사가 환경적 요인과도 깊게 연관돼 있음을 밝혔다.

 저렴한 원룸과 고시원이 밀집하고, 일자리를 찾아 잠시 머무는 단기 체류자가 많은 지역은 주민 간 유대감이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익명성이 높은 주거 환경은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위기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결국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만들어낸 비극적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단편적인 대책을 넘어 종합적인 예방 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서로 다른 기관에 흩어져 있는 복지, 보건, 고용, 주거 정보를 통합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가족관계를 단절시키는 역설을 낳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끈끈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여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보고서는 "고독사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방 안에 갇힌 이웃의 조용한 비명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 줄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의사결정 과정 세포 수준서 규명…생쥐 전체 뇌 활동지도 완성"
특정 의사결정을 할 때 뇌세포 하나하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생쥐의 전체 뇌 활동 지도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분석 결과 뇌가 정보를 단계적으로 처리한다는 전통적인 위계적 관점과 달리 의사결정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뇌 여러 영역에 분산돼 동시에 정교하게 조율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과 연구기관 12곳으로 구성된 국제 뇌 연구소(IBL)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2편의 논문에서 생쥐가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탐침으로 뉴런 활동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뇌 활동 지도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IBL 공동 창립자인 스위스 제네바대 알렉상드르 푸제 교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단일 뉴런 활동을 뇌 전체 차원에서 지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50만개가 넘는 뉴런의 활동을 기록한 이 지도는 생쥐 뇌 279개 영역, 뇌 전체 용적의 95%가 담긴 방대한 규모"라고 말했다. 2017년 공식 출범한 IBL은 여러 연구실에서 동일한 도구와 데이터 처리 과정을 공유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도입해 데이터 재현성을 확보했다. IBL 12개 연구실은 최신 전극 장치인 '뉴로픽셀 탐침(

메디칼산업

더보기
"우주서 신약 찾는다"…국내 첫 우주의약 실험 모듈 ISS 올라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자체 개발한 우주의약 연구 모듈 'BEE-PC1'이 지난달 25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미세중력 환경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BEE-PC1 모듈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우주비행사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 이 모듈은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발사됐다. 스페이스린텍은 이번 우주 실험을 통해 지상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고정밀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직접 획득해 항암제 및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은 약 4개월간 진행되며 수집된 데이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협력해 차세대 폐암치료제 개발 자료로 쓰일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스페이스린텍은 올해 11월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와 이후 5차 발사 등에도 자체 개발한 신약개발 연구위성을 보낼 계획이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이번 연구는 대한민국 바이오 연구가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성과들이 향후 암, 치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