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56%는 '맹탕' 기소유예…'보호관찰연계 치료'모델 시급

 마약 투약 사범 10명 중 5명 이상이 치료나 교육 등 아무런 조건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위주의 정책이 마약 재범률을 낮추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보호관찰관의 감독 아래 치료와 재활을 강제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12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의뢰로 수행한 '마약류 중독 치료·재활 유관기관 역할 재정립 및 연계 방안 마련'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마약류 투약 사범 8천489명 중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인원은 4천718명이었다.

 문제는 기소유예 처분의 내용이다. 이들 중 3천165명(37.3%)은 특별한 조건 없이 기소유예를 받아 사실상 아무런 제재나 치료적 개입 없이 사회로 복귀했다.

 반면,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인원은 단 14명(0.2%)에 불과했다.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는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는 281명(3.3%),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한 경우는 1천258명(14.8%)에 그쳤다.

 이는 마약 중독을 질병이 아닌 범죄로만 취급해 온 사법 시스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결과, 마약사범 재범률은 최근 5년간 꾸준히 30%를 넘어서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중독 관리 시스템이 보건의료, 형사사법, 약물 관리라는 세 개의 축으로 나뉘어 각자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 처벌을 결정하는 검찰, 교육을 맡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환자 중심의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연구진은 '보호관찰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가칭)'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보호관찰관에 권한을 부여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마약사범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먼저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가 중독 수준을 평가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이후 대상자는 보호관찰소에 등록되고, 보호관찰관은 지역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대상자를 전문 의료기관에 배정하고 치료 과정을 관리·감독한다.

 이 과정에서 불시 약물검사를 통해 재발을 감시하고,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면 기소유예를 취소하는 등 강제력을 동원해 치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마약 중독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병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사회 재활을 담당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역시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전체 기소 유예자(4천718명)를 이 모델에 따라 관리할 경우 입원 및 외래 치료비로 연간 약 510억원, 보호관찰관 및 중독관리 전문인력 충원에 약 102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마약을 단순 범죄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하며 처벌에만 의존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사법, 치료, 재활이 연계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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