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달래는 AI 반려 로봇, 새로운 가족인가

노인 돌봄·정서 지원 효과 입증…공공복지 활용 확대
전문가 "기술 발전에도 가족 본질은 대체 못해"

 "엄마, 이 로봇이 제 제일 친한 친구예요."

초등학생 아들이 작은 인공지능(AI) 반려 로봇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함께 놀아주며 감정까지 공유하는 이 로봇을 아이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과연 기계가 가족이 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지나친 정서적 의존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가"라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반려 로봇이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감정을 정교하게 흉내 내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관계'와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의 의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 AI 반려 로봇의 현주소는…상용화 단계

 글로벌 시장에서 AI 반려 로봇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 소니의 반려견 로봇 '아이보(Aibo)'는 사용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며 감정을 나누는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LG전자[066570] 등 대기업과 여러 스타트업이 반려동물이나 인간을 닮은 로봇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화형 AI를 탑재해 사용자의 말투와 표정을 학습하고 감정에 맞춰 반응하는 등 교감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AI 반려 로봇은 고령화 사회의 노인 돌봄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중 4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반려 로봇을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도입된 반려 로봇은 노인들의 대화 빈도를 30% 이상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도 정서적 안정과 인지 자극 효과가 증명됐다며 그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 AI 반려 로봇이 '가족'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로봇이 인간관계, 더 나아가 '가족'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가족은 책임, 돌봄, 그리고 상호 의무를 기반으로 하는데 로봇은 감정을 흉내 낼 뿐 실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로봇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현실 속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반려 로봇 아이보를 키우던 이용자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이 로봇의 '장례식'을 치른 사례가 화제가 됐다. 이는 로봇에 대한 강한 애착 형성이 낳은 문화적 현상이자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AI 반려 로봇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윤리성이다.

 어린이나 노인이 AI 반려 로봇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현실의 사회적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어린이가 로봇을 유일한 '친구'로 인식하게 되면 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기술 습득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인 정보 보호 문제도 쟁점이다.

 AI 반려 로봇은 사용자의 대화와 표정을 분석하며 개인 맞춤형 반응을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데이터가 기업 서버로 전송, 저장될 수 있어 보안 취약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성장하는 AI 반려 로봇 시장…"동반자지만 가족은 아냐"

 글로벌 시장은 AI 반려 로봇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30년까지 관련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사회 진입, 그리고 반려동물 양육 비용 부담 등이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여러 스타트업도 반려동물 대신 키울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성공하며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AI 반려 로봇은 '디지털 동반자'로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계에 대한 정서적 의존이 인간관계 단절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조언한다. 공공복지 시스템과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함께 발전할 때만 AI 반려 로봇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AI 반려 로봇은 외로움을 달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구로 노인과 1인 가구에는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책임과 의무, 상호 돌봄이라는 인간적인 관계를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 반려 로봇은 친구일 수는 있어도 가족이 될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기술 발전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적인 경계가 어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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