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 "검체검사 할인 관행, 끊어내야"

"검사비 60∼80% 할인은 비정상…환자 안전 위협 우려"
"정부의 제도 개선 적극 찬성…불법 리베이트 소지, 의료계도 자정 노력 필요"

 신명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최근 검체검사 제도 개선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과 관련, 이번 사태의 본질을 '환자 안전'과 '검사 품질 저하' 문제로 보고, "비정상적인 할인 관행은 명백한 불법 소지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검체검사 위탁·수탁 관행에 칼을 대기로 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변경해 병의원 경영을 압박한다고 주장한다.

 -- 정부가 검체검사 위탁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일각의 반발이 크다. 학회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 우리 학회는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에 적극 찬성한다. 이 문제의 본질은 매우 간단하다. 피검사나 소변검사 같은 '검체 검사'는 의사의 진찰이나 수술과 마찬가지로 명백한 '의료 행위'이다. 의료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수가(가격)가 정해져 있고, 의료법상 그 비용을 할인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는 50%, 60%, 심지어 80%까지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준(準)불법적'이거나 '리베이트 성격'이 짙은 행위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낡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돼 왔지만, 이는 공공재원인 보험 금액을 사적인 의료기관끼리 나눠 갖는 심각한 문제이다. 세금 포탈의 소지도 있다.

 -- 개원가에서는 이 관행이 사라지면 병의원 경영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것은 정상적인 '손해'가 아니라 그동안 '불법적으로 받던 돈'이 사라지는 것뿐이다. 일부 의원들이 검사실을 직접 운영하기보다, 검사를 맡기기만 하면(위탁하면) 수탁 기관에서 검사비의 상당 부분을 '되돌려주는' 이른바 '백마진'에 너무 매몰돼 왔다.

 요즘은 작지만, 성능이 좋은 기계들이 많이 나와서 의원급에서도 충분히 자체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 결과를 바로 들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아지고, 의원도 떳떳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우리 학회(진단검사의학과)에서도 의원들이 자체 검사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의향이 있다.

 -- 이 할인 관행이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째는 검체 이송의 안전 문제이다. 현행 감염병 관리법상 환자의 혈액 등 검체는 감염원을 포함할 수 있는 '위험물'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검사를 위탁받은 수탁 기관이 직접 책임지고 검체를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중간에 자격이 불분명한 '물류 이송 업체'가 끼어들고 있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검체가 오염되거나 변질될 위험이 크다.

 둘째는 '검사의 질 저하'이다. 60∼80%씩 과도한 할인 경쟁을 하다 보면, 수탁 기관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값싼 시약을 쓰거나 품질 관리(질 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에이즈(AIDS) 검사가 잘못 나가면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진다. 검사 결과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공공 데이터'다.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

 -- 이런 할인 관행이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는 어떤 왜곡을 가져왔나?

 ▲ 매우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검사 수가를 깎으려고 할 때 내세우는 가장 큰 논리가 바로 이 '할인 관행'이다. "60%씩 할인해도 돌아가는 것을 보니 원래 수가가 과도하게 보상(과보상)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서울의 일부 대형 재벌 병원이나 '공장형' 수탁 기관에나 해당하는 논리이다. 이들은 시약이나 장비를 대량(매스)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지방의 중소병원이나 의원들은 소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제값을 다 줘야 한다.

 결국 정부가 이 할인율을 근거로 전체 수가를 인하해버리면, 정직하게 운영하던 지방·중소병원들만 고사하게 된다. 이는 의료의 수도권 집중과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모든 왜곡의 시작이 바로 비정상적인 '할인' 관행이다.

 -- 학회 차원에서는 검사의 질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우리 학회는 이미 15년 전부터 보건복지부와 함께 '검사의학재단(KAEQAS)'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전국 의료기관의 검사실 질 관리를 사실상 맡아서 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평가원(KOIHA)과 함께 국내에서 국제적인 평가 인증(ISQua)을 받을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1차 의원들의 국가 검진 프로그램 질 관리도 우리 재단이 서류 평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기준 미달 시 퇴출당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공공의료'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 의사협회장에게도 "이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여러 차례 소신껏 이야기했다. 물론 우리 학회가 이런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항의 전화는 한 통도 받지 않았다. 다들 속으로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히 돈 문제를 넘어 환자 안전과 의료 시스템 전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더 나아가 의원들이 직접 검사를 수행하게 되면 '임상병리사'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의료계 전체가 당장의 이익보다는 더 넓은 시각에서 국민 보건과 의료 발전이라는 대의를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재활·돌봄까지 전주기 지원…복지부, 의료급여 개선 모색
정부가 의료급여 제도를 의료비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관리부터 치료, 재활·돌봄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지원 제도로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올해 제1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 수립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의료급여 기본계획은 3년마다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 4차 기본계획이 시작되는 내년은 1977년 의료급여의 전신인 의료보호 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을 맞는 해다. 복지부는 근본적인 의료급여 지출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개선안에는 예방·관리 강화로 중증 악화를 방지하고, 다양한 복지·주거·돌봄 제도와 연계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의료급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 참여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는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의료급여심의위원회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가 의료급여와 통합돌봄을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재가 의료급여는 장기 입원 의료급여 수급자가 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의료·돌봄·식사·이동 등 서비스를 통합 지원받는 제도로,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중성지방 높으면 어지럼증·균형감각 담당 전정기능 저하"
혈중 지방 수치가 높으면 어지럼증과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 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은 이비인후과 이전미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천270명의 전정 기능 변화와 영향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17일 소개했다. 이번 연구에서 대사 질환과 청력 상태가 전정 기능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고중성지방혈증 환자에서 특히 전정 기능 이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고혈압과 당뇨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한 4000Hz 고주파 영역의 청력이 떨어질수록 전정 기능 이상과 연관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혈액 점도가 증가하고 미세혈관 혈류가 저하될 수 있는데, 이런 변화가 내이(귀)의 미세혈관 순환을 방해해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 기관 기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청각과 균형 기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정기관과 달팽이관은 같은 내이에 위치해 있어 노화나 대사질환으로 인한 미세혈관 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정 기능 저하의 중요한 검사 지표인 교정성 단속안구운동 발생은 나이가 많

메디칼산업

더보기
앤트로픽, 이사회에 노바티스 CEO 영입…건강관리·IPO 정조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 이사로 선임했다. 앤트로픽은 자사 독립기구인 '장기이익신탁'(LTBT)이 뽑은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를 신규 이사로 임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사과학자인 나라시만 신임 이사는 공중 보건과 의료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며, 미국 국립의학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앤트로픽은 나라시만 이사의 영입을 통해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혁신을 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의 동생이자 앤트로픽 공동창업자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은 "바스는 규제가 가장 엄격한 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 환자의 이익을 위해 35건 이상의 신약 개발과 승인을 총괄해왔다"며 "강력한 신기술을 안전하게 대중에게 대규모로 제공하는 것이 바로 앤트로픽이 매일 고민하는 과제"라고 나라시만 이사의 합류를 환영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등 주요 제약사와 동반 관계를 맺고, 이달 초 생명과학 스타트업 '코이피션트 바이오'를 인수하는 등 건강관리 분야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나라시만 이사의 합류로 LTBT가 앤트로픽 이사의 과반을 뽑는 구조도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