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비 2070년 17조…환자 고통은 심폐소생술의 4배"

한은 "노인 84% '연명의료 안 받겠다'…실제 중단은 16% 그쳐"
"환자 뜻대로 시술 줄이면 13조원 감소…자기결정권 강화해야"

 치료가 불가능한 생애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시술에 드는 건강보험 지출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70년에 약 17조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 의사를 반영해 연명의료 시술 비율을 낮춘다면 이 비용은 13조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환자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 시술을 경험하는 환자 수와 고령 사망자 대비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이러한 의료 현실은 실제 고령층의 연명의료 관련 의사와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명의료 시술이 대부분 환자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시각적 통증 척도'(VAS)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연명의료 시술을 받는 환자들이 느끼는 평균 고통지수는 35점으로, 심폐소생술(8.5점)이나 삼차신경통(10점)의 3∼4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 등 고강도 시술을 집중적으로 받은 일부 환자의 경우 고통 지수가 127.2점에 달했다.

 연구를 진행한 한은 경제연구원 임금노동실 이인로 차장은 "생명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연명의료 환자가 겪는 고통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피할 수 있던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연명의료 환자와 가족이 겪는 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 말기 의료비 평균은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천88만원으로 10년간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 수준이다.

 연구진은 현재처럼 고령 사망자 중 연명의료 시술을 받는 비율이 70% 가까이 유지될 경우 건강보험이 지불하는 연명의료비 지출은 2030년 3조원에서 2070년에는 16조9천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연명의료 시술 비율이 고령층 설문 결과를 반영한 15%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이 비용은 13조3천억원 가량 줄어 3조6천억원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장은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호스피스 등 생애 말기 돌봄 시설 등 필요한 곳에 재배치를 한다면 환자의 생애 말기 삶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연명의료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죽음에 관한 논의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지방 중소·요양병원 내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윤리위원회 부재, 임종기 판정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생애말기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호스피스 시설 등 돌봄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개별 연명의료 시술에 관한 의사 결정이나 의료결정 대리인 지정 여부 등 세부 선호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을 개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지방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와 관련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 기관 등 생애 말기 돌봄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를 이날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연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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