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기나 폐렴 기운이 있을 때, 혹은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 우리는 습관처럼 흉부 엑스레이(X-ray)를 찍곤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단순히 폐 건강만 확인하는 것을 넘어 노년기 삶의 질을 위협하는,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 불리는 '골다공증'을 조기에 찾아내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공지능(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을 통한 골다공증 선별' 기술을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19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단체 및 개인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의 재활용'과 'AI의 접목'이다.
기존에는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중에너지 엑스선 흡수 계측법(DEXA)'이라는 별도의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 신의료기술은 환자가 폐 질환 확인 등을 위해 이미 촬영해 둔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활용한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저장된 흉부 영상을 AI 기반의 의료영상 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분석해 골다공증의 위험도가 '높음'인지 '낮음'인지를 판별해 주는 방식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골다공증 검사를 위해 별도로 검사실을 찾아가거나 추가적인 방사선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 대상은 골다공증 진단 이력이 없는 폐경 여성 또는 70세 이상 남성으로 한정됐다.
다만, 최근 1년 이내에 골밀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하며, 흉부 병변 확인을 위해 기존에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영상이 있는 환자만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사용 횟수 역시 1년에 1회로 제한된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AI 분석의 정확도를 담보하기 위해 척추 임플란트나 인공 심장 박동기 등 체내에 금속 인공물이 있는 경우, 혹은 심한 폐 질환이나 심장 질환이 있어 흉부 영상이 깨끗하지 않은 경우에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단순히 바로 누운 자세(AP)로 찍은 영상보다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영상 조건이 요구된다.
주의할 점은 이 기술이 '진단'이 아닌 '선별'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시를 통해 해당 검사 결과만으로는 골다공증을 확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AI가 위험도가 높다고 판정하더라도 담당 의사는 환자의 임상적 상태를 고려하고 필요시 정밀 검사인 골밀도 검사(DEXA) 등을 추가로 실시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이 기술을 실시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골밀도 검사 장비(DEXA)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번 기술은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분류됐다. 이는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지만, 잠재적 가치를 인정해 일정 기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따라서 시술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이 기술이 신의료기술 평가가 유예된 상태임을 충분히 설명하고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한 뒤 반드시 문서로 동의받아야 한다.
환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 규정도 엄격하다. 해당 AI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의료기관의 내부 보안망 안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환자의 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동의 절차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