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퇴근길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70대 후반 택시 기사가 3중 추돌 사고를 일으켜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한 사건을 계기로 택시 기사 고령화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퇴자들이 개인택시에 몰리면서 현재 개인택시 기사 중 55%가 65세 이상이다.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70%까지 늘어난다.
법인(일반)택시 기사 역시 60세 이상 비율이 60%를 차지한다.
택시 기사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력난이 왜 발생했는지 살펴봤다.
◇ 개인택시기사 76%가 60대 이상…코로나19 때 줄어든 법인택시 기사 회복 안 돼
택시 업계에서는 20∼30대 젊은 택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됐다.
고령화는 특히 개인택시에서 심각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개인택시 기사 16만4천여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9만1천여명으로 55.4%를 차지했다. 60세 이상으로 확대해 보면 76.2%(12만5천여명)까지 늘어난다.
30세 미만은 0.04%(70명), 30대는 0.71%(1천172명)에 불과하다. 40대는 4.9%(8천43명), 50대 18.1%(2만9천여명)로 집계됐다.
법인택시의 경우 기사 7만3천여명 중 65세 이상이 35.7%(2만6천여명)로 개인택시보다는 덜하지만 역시나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법인택시 기사 중 60세 이상이 60.3%(4만4천여명)를 차지한다. 30세 미만은 0.4%(326명), 30대 1.3%(975명), 40대 7.9%(5천840명), 50대 30.0%(2만2천여명)로 집계됐다.

법인택시는 고령화도 문제지만 전체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2월 기준 법인택시 기사는 10만2천여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2022년 12월 기준 7만2천여명으로 약 3만명 감소했다. 코로나19 기간 3년 만에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2025년 10월 기준 법인택시 기사는 7만3천여명으로 코로나19 기간 줄어든 기사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등록된 법인택시 수도 마찬가지다. 2019년 12월 7만9천여대에서 2022년 12월 6만4천여대로 1만4천여대가 감소했다. 2025년 10월 기준으로는 6만3천여대가 등록돼 있다.
법인택시를 주야로 운영하려면 택시당 2명 이상의 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사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택시 회사가 보유한 차량 대비 실제 영업을 하는 차량을 뜻하는 택시 가동률은 전국적으로 30∼40%에 불과하다고 연합회는 설명했다.
법인택시 10대 중 6∼7대는 운전할 사람이 없어 차고지에 서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법인택시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2022년 32.5%로 떨어진 뒤 계속 30%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 법인택시 기사 임금<택배·배달 기사 임금
택시업계에서는 젊은 기사를 찾기 힘든 이유로 우선 고강도의 업무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을 꼽는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 평균수입은 300만원 미만, 개인택시 기사는 서울의 경우 월평균 400만원대다.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택배기사 및 오토바이 배달 기사보다 적은 수준이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2025년 3∼6월 국내 택배기사 1천2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총수입이 517만원으로 나타났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2025년 3월 강원과 충청, 전라, 제주 등에서 주 평균 40시간 이상 운행한 라이더의 월 평균소득은 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택시 기사도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500만원도 넘게 벌 수 있지만, 몸이 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승객의 폭언·폭행·무리한 요구 등으로 감정 노동 부담이 심한 직종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0명 중 8명이 "지난 1년 동안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폭언 등의 경험이 택시 운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취객으로 보이면 태우지 않음'(59.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택시업계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택시 요금도 인력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의 2025년 11월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103개국에서 택시로 1㎞ 이동하는 요금을 산정했을 때 한국은 0.63달러로 하위권인 84위였다.
1위 스위스는 4.80달러, 10위 일본은 2.69달러, 33위 미국은 1.75달러, 77위 싱가포르는 0.78달러다.
한국보다 택시요금이 저렴한 국가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 인도, 필리핀 등이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폭적인 요금 조정이 있어야 기사 임금도 높아지고 인력난도 해소될 것"이라며 "대중교통인 버스처럼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택시비는 공공요금으로 올리지 못하게 규제만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법인택시 월급제'도 택시기사 모집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법인택시 월급제는 기사가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주 40시간 이상 근무 시 200만원 이상 고정 월급을 보장받는 제도다.
2019년 8월 택시발전법 개정에 따라 서울 지역에 2021년 시행됐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2024년 8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어 2026년 8월까지 2년 유예된 상태다.
연합회 관계자는 월급제에 대해 "파트타임 등 택시기사 업무를 유연하게 하고 싶은 수요가 있음에도 주 40시간 근로를 강제하고, 일부 기사가 돈을 많이 벌어와도 이를 저성과 기사들과 나눠야 하는 구조라서 기사를 모집할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업계에서는 기사가 영업시간과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변형 사납금제'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 개인택시 몰려면 1억 이상 필요…고령화로 심야 운행 줄어
법인택시는 구인난이 심하지만, 개인택시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개인택시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정년이 없고, 일하는 시간을 본인이 정할 수 있다. 특히 은퇴자들이 치킨집·커피숍 등을 창업하는 것보다 개인택시를 양수하는 것이 망할 염려가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개인택시 등록현황은 2019년 12월과 지난해 10월 모두 16만4천여대로 변화가 없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려면 기존의 개인택시 운전자로부터 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개인택시면허를 양수하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의 사업용 자동차 운전 및 무사고 경력이 필요했다. 그랬던 것을 2021년부터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경력이 없는 자가용 운전자도 5년 무사고 경력을 갖추고 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개인택시면허를 양수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다.
개인택시 중개 플랫폼인 남바원택시의 2025년 12월 기준 면허 시세를 보면 서울은 1억1천500만원, 인천은 1억2천400만원, 대구는 6천700만원, 광주는 1억4천800만원, 제주는 2억900만원이다.
개인택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심야 운행을 하지 않는 기사가 늘어났고 수입은 좋지 않다는 게 택시 기사의 이야기다.
서울의 한 70대 개인택시 기사는 "회사에 다니다 그만둔 뒤 2012년부터 5년간 법인택시를 몰았고 2017년에 9천500만원에 개인택시 면허를 샀다"며 "창업하면 망할 수 있지만, 개인택시는 면허를 되팔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취자들한테 여러 번 폭행당한 뒤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행하고 밤에는 쉰다"며 "긴 노동 시간에 비해 버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젊은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심야 운행이 줄면서 심야에 운행하는 택시는 대부분 법인 택시지만 택시 회사도 기사들에게 심야 노동을 할당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택시 기사 고령화 완화를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75세 이상의 개인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인력난과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젊은 기사를 유입할 대책도 없이 고령 택시기사를 제한하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60∼70대에도 건강한 기사가 많다. 나라 전체가 고령화되고 있는데 택시기사 고령화 문제만 떼어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미국 등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의 국내 도입 상황도 택시 기사 문제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는 2027년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세운 상태다. 택시의 자율 주행이 이뤄지면 관제·정비 부문 등으로 기존 기사의 직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연합회는 자율주행 택시 도입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한교통학회와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오토노머스A2Z 등과 지난해 11월 '법인택시 자율주행 전환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축하고 이달 중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