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강원도 정선에 사는 네 살 어린이가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심장 수술 이력이 있는 이 아이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기도삽관이 필요한 초응급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간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119에 접수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탑승한 소방헬기가 정선까지 날아갔고, 의료진은 아이를 태워 불과 30여 분 만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생명 구호 최전선에 있는 소방헬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남은 30여㎞는 또 다른 고비였다. 서울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응급상황을 컨트롤하면서 아이를 안전하게 이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를 품은 것은 바로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서비스'(SMICU) 소속 특수 구급차였다. SMICU는 명칭 그대로 '서울에서 달리는(Mobile) 중환자실(ICU)'을 말한다.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큰 이 특수 구급차에는 일반 구급차에 없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ECMO)와 목표체온조절장치 등 20여개의 중환자실 장비가 탑재돼 있으며, 의사 1인(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2인이 동승해 환자를 진료한다. 에크모는 환자의 몸 밖으로 빼낸
국민 10명 중 6명은 흔히 '치매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치매학회와 함께 '초고령사회 치매 예방과 치료, 미래 대응 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억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를 칭한다. 의료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의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고 본다. 이번 설문은 지난 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천3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9.1%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47.4%) 또는 '매우 잘'(11.7%) 알고 있다고 답했다. '용어 정도만 들어봤다'는 27.3%, '전혀 모른다'는 13.6%였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또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예방에 중요한 시기'라는 걸 들어본 적 있다는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도 치매 위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세 이전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년기 치매 위험이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도의과대학 궈슈화 박사팀은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노년층 1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17세 이전 경험한 외로움과 노년기 치매 및 인지 저하 위험 간 관계를 추적 조사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외로움이 성인기 외로움 여부와 관계 없이 중·노년기 인지 저하 및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며 어린 시절 외로움을 줄이는 조기 개입이 평생의 인지 건강 증진과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는 현재 전 세계에 약 5천만명에 이르고 2050년에는 1억5천200만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되돌릴 수 있는 효과적 치료법이 없어 인지 저하와 치매 초기에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게 예방 전략 개발에 중요하다. 연구팀은 성인기 외로움은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 외로움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
부모가 조절할 수 있는 행동 요인들이 청소년기 자녀의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가족 갈등이 많으면 자녀가 저녁형 생활 리듬을 갖게 되고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 바네사 크로플리 박사팀은 최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서 미국 청소년 3천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뇌 발달 추적 연구(ABCD) 데이터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청소년 초기의 부모 관련 요인이 4년 뒤 이들의 수면 패턴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청소년 수면 건강 개선을 위한 가족 중심 개입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수면 문제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 수면에는 부모의 양육 방식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절 가능한 부모 관련 요인은 자녀 수면 건강 개선을 위한 개입에 목표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부모 관련 요인들이 무엇을 매개로 청소년 수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
계절상 가을이 시작된 9월이지만 여름보다 더 모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모기는 처서(올해는 8월 23일)가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활동이 뜸해진다는 게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가을 모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늦가을까지 극성인 모기를 다룬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을 모기가 늘어난 게 단지 사람들의 느낌일 뿐일까. 실제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 것일까 확인해봤다. ◇ 지난해 서울에서 가을 채집 모기, 여름철보다 많아 서울의 경우 작년 모기 채집 통계를 보면 여름철보다 가을철에 모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유문등(모기를 유인하는 등)에 채집된 모기 개체수는 모두 1만6천997마리였다. 연구원은 매년 4∼11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유문등 53개에서 주 1회 채집된 모기를 분석해 종별 발생 양상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 채집된 모기 가운데 주거지에서 자주 접하는 모기인 빨간집모기가 전체의 86.9%로 우점종(가
SK케미칼 의약품 '리넥신'이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의 개선 측면에서 세계적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아스피린보다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팀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DMJ(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당뇨병 환자에서 실로스타졸·은행나무 추출물 및 아스피린 추출물의 효능 및 안전성 비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리넥신은 혈소판 응집을 막아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인 실로스타졸 200㎎과 은행잎 추출물 160㎎이 함유된 복합제이다. 이번 연구는 시판 중인 SK케미칼 리넥신 서방정의 효과에 대한 더 세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임상 4상이다. 연구팀은 2형 당뇨병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리넥신 서방정과 아스피린을 복용하게 하고 그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리넥신이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아스피린 대비 높은 경동맥 죽상경화 개선 효과를 보였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노폐물이 쌓여 동맥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질환으로, 좁아진 혈관은 심장이나 뇌에 필요한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는 결과를 받은 영유아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지연 영유아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유아 발달평가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받은 영유아의 비율은 2017년 1.8%에서 2019년 2.2%, 2021년 2.4%, 2023년 3.3%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영유아 발달평가는 우리나라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에 포함돼 생후 9개월 이후부터 이뤄진다. '양호', '추적검사 요망', '심화평가 권고', '지속관리 요망' 등 4단계로 결과가 제시된다. ' 양호'는 발달 수준이 또래보다 빠르거나 또래 수준인 경우이며, '추적검사 요망'은 해당 영역의 발달기술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심화평가 권고'는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경우다. '지속관리 필요'는 발달 문제로 이미 진단받았거나 치료 중인 질환이 있다고 답한 영유아에게 제시되는 결과다. 2023년 경우 전체 수검 영유아의 83.6%가 '양호'로 나타났고, '추적검사 요망'과 '심화평가 권고'가 각각 12.3%, 3.3%였다. '추적검사 요망'
요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등산, 성묘, 야외 작업 등 바깥 활동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맘때 주의해야 할 건강 적신호가 있다. 바로 진드기 몰림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다. 대표적으로는 쓰쓰가무시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라임병이 꼽히는데, 제때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서진웅 교수는 "가을철 야외활동 또는 작업 시에는 긴소매 옷, 긴 양말로 피부 노출을 줄이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감별과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을철 대표 풍토병 '쓰쓰가무시병'…피부 중 습한 부위 공격 쓰쓰가무시병은 털진드기 유충에 의해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털진드기 유충은 사람이 호흡하는 냄새를 감지해 피부에 붙어 흡혈한다. 이 과정에서 털진드기 유충에 있던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에서 총 6천268건의 쓰쓰가무시병이 발생했으며, 이 중 83.7%(5천246건)가 10∼12월에 집중됐다. 털진드기 유충은 주로 팔, 다리,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주류 포장이 20·30대 젊은 층의 음주 의향을 높이는 주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 절반 이상은 현행 주류 광고 및 경고 문구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수행한 '주류광고 및 주류 패키징 규제강화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천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4.4%가 'TV 방송의 음주 장면'을 보고 술 마실 의향이 생겼다고 답했다. '캐릭터 굿즈(20.9%)'와 '귀여운 주류 패키징(26.6%)' 역시 음주에 영향을 미쳤으며, 20대와 30대는 이 모든 항목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음주 의향을 보여 젊은 층이 주류 마케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주류 업계가 규제가 엄격한 TV 등 전통 매체를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케팅 영역을 확장하는 현실을 짚었다. 업계 실무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와 팝업스토어 같은 체험형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방송광고 시간이 제한되고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