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같은 진핵생물의 염색체 말단엔 염기서열이 반복적인 DNA 조각이 존재하는데 이를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척추동물인 인간의 텔로미어는 'TTAGGG'라는 염기서열이 2천500번 반복되는 구조다. 텔로미어의 기능은 세포 분열 시 생길 수 있는 염색체 말단의 손상이나 근접 염색체와의 융합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짧아진다. 세포 분열 시 DNA와 함께 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노년기가 되면 텔로미어 길이가 출생 시의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인간의 수명과 깊숙이 연관된 텔로미어의 길이가 인체 부위별 조직에 따라 다르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장차 텔로미어 길이의 단축이 노화와 노화 관련 질병에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거로 보인다. 미국 시카고대의 브랜던 피어스 공중 보건·인간 유전체학과 부교수팀은 저널 '사이언스(Science)' 11일 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텔로미어 길이에 관한 연구는, 살아 있는 인간의 신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혈액이나 타액(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혈액(전혈) 세포에서 관찰되는 텔로미어 길이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뇌혈관 질환으로 뇌 조직이 손상돼 생기는 치매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달리 혈관성 치매는 중풍 등을 앓고 난 뒤 갑자기 생기거나 증세가 나빠지는 사례가 많다. 또한 초기부터 안면 마비, 연하 곤란(삼키기 어려움), 한쪽 시력 상실, 보행 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밀로이드(amyloids)의 일종인 메딘(Medin) 단백질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혈관성 치매의 주범이라는 걸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메딘 단백질이 미세한 알갱이 형태로 뭉쳐 뇌혈관 벽에 침적하면 혈관성 치매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독일 신경 퇴행 질환 센터'(DZNE)와 튀빙겐대 '임상 뇌 연구소'(HIH)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9일(현지시간) 실렸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령자면 누구나 메딘 단백질의 혈관 벽 침적이 관찰된다. 아밀로이드는 섬유 모양으로 뭉치는 단백질 응집체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다. 아밀로이드 계열에 속하는 메딘 단백질도 꽤 오래전부터 뇌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가려움증이 심하면 누구나 참지 못하고 긁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려운 데를 심하게 긁으면 피부가 손상되거나 염증으로 번지기 쉽다. 눈의 점막같이 민감한 부위를 긁으면 탈이 날 위험이 더 크다. 가려운 데를 긁지 말고 문지르기만 해도 가려움증이 진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긁기와 똑같이 문지르기(rubbing)도 가려움 억제 신경 경로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미국 마이애미대 가려움증 연구 센터의 켄트 사카이 박사팀이 수행했다. 논문은 미국 신경과학협회지(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7일(현지시간) 실렸다. 연구팀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면 촉발되는 가려움 완화 경로를 확인했다. 이런 피부 자극이 '소포 글루탐산 운반기'(VGLUT3+)가 활성화해, 연쇄적으로 척수 배각의 가려움 억제 중간 뉴런이 흥분하는 경로다. 과학자들은 생쥐의 피부에 화학 물질을 주입해 가려움증을 유발한 뒤 척수 배각 뉴런(dorsal horn neurons) 전기 반응을 기록했다. 배각은 척수의 감각 신호를 모으는 부위로 촉각과 가려움증에 모두 반응한다. 실제로 배각 뉴런은 생쥐의 발을 긁어줄 때 더 자주 흥분하고, 긁기를 멈추면 흥분 횟수가 줄었다. 가
머리 염색제엔 발암성 화학물질이 일부 들어 있다. 정기적으로 머리를 염색하는 사람은 방광암과 유방암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미용사 등이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머리 염색제만 '가능한 인간 발암 물질(probable human carcinogen)'로 분류했다. 개인적으로 쓰는 머리 염색제는 발암 물질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구적인 머리 염색제(permanent hair dye)의 개인적 사용을 둘러싼 발암 위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기에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머리 염색제의 발암 위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prospective cohort study)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 의대의 에바 셰른하머 전염병학 교수팀은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8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미국인 여성 간호사 11만7천200명을 36년간 추적 관찰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동일 주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연구의 결론은 대체로 IARC의 분류를 지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8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방역당국은 국민 모두가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료접종 대상자가 아닌 성인들 사이에서도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같은 후속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달리 독감은 확실한 치료제와 신속진단키트가 있는 만큼 불안감에서 무조건 예방접종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 "독감은 타미플루 등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항바이러스제가 있기 때문에 전체 국민 5천만 명이 모두 독감 예방접종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한 접종 대상자 외에 접종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 시중에 유통되는 백신의 양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고 있다"면서 "5천만명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독감은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가능하기에 그 부분을 잘 활용해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다. 기존 대상자였던 아동과 임산부, 노인 외에 만 13∼18세,
혈관 내 혈전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왜 많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혈전증이 나타나는지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다. 스웨덴 웁살라대 과학자들이 그 원인과 혈전 생성 경로를 마침내 밝혀냈다. 코로나19 환자의 혈전 생성을 자극하는 건 선천성 면역계의 일부인 보체계(complement system)였다. 보체계는 항체와 식세포 기능 강화, 염증 반응 촉진, 병원체 세포막 공격 등의 기능을 한다. 혈청 단백질과 세포막 수용체 등 30여 종의 단백질(또는 단백질 조각)로 구성되는데 이는 혈청 내 글로불린 단백질의 약 10%를 점유한다. 연구팀은 MBL(마노스 결합 렉틴) 등 특정 단백질이 보체계를 자극해 혈전 생성 경로의 작동을 촉발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혈전증과 지혈'(Thrombosis and Haemostasis)에 실렸다. 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웁살라대 부속 병원에 입원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65명의 MBL 수치와 활성도를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혈전증이 나타난 환자는 예외 없이 MBL 수치와 활성도가 높았다
T세포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인체 면역계의 주 공격수다. 그런데 어떤 암세포는 T세포를 비정상으로 만들어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암세포가 어떻게 이런 면역 회피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미국 미시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T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를 좌우하는 건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아미노산이었다. 암세포는 T세포를 '메티오닌 결핍' 상태로 만들어 공격의 예봉을 꺾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시간대의 쩌우웨이핑(WEIPING ZOU) 면역학 교수팀은 3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 링크 )을 공개했다. 메티오닌은 사람의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로 단백질 속에 들어 있다. T세포와 암세포는 메티오닌을 놓고 다투는 관계다. 이 싸움에서 암세포가 이겨 메티오닌을 많이 빼앗아 오면 T세포는 암세포 공격 능력을 상실한다. 메티오닌 수치가 낮은 T세포는 히스톤 패턴이 변하는 메틸레이션(Methylation)을 일으켰다. 히스톤(histone)은 진핵생물의 세포핵 안에서 뉴클레오솜을 구성하는 기본 단백질로서 후성 유전 기제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염색질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솜은, 146개의 염기쌍 DNA가 4종의 히스톤 팔량체를 감싼 구조
콧속 점막의 후각 뉴런(신경세포)에 병원체가 침입하면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도와 중추 신경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냄새 정보를 뇌로 보내는 게 바로 후각 뉴런이다. 실제로 바이러스가 후각 뉴런에 감염하면 뇌와 중추 신경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후각 뉴런의 항바이러스 면역 체계가 다른 유형의 호흡계 세포보다 훨씬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인체의 면역 방어가, 바이러스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코부터 시작된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 듀크대 의대 니콜라스 히턴 조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일(현지시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바이러스 감염병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가장 공들여 연구한 건 폐를 덮고 있는 상피세포다. 바이러스가 이 유형의 세포에 감염해 증식하면 세포는 오래 가지 못하고 사멸한다. 하지만 비강 후각 상피의 후각 뉴런은 같은 양의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와도 죽지 않고 잘 버틴다. 히턴 교수팀은 몇 년 전 후각 뉴런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논문으로 발표했다. 히턴 교수는 "버스
2형 당뇨병은 체내에서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아 생긴다. 어린이에게 많은 1형 당뇨병과 달리 주로 성인에게 발병한다. 당연히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2형이다. 증가일로에 있는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손쉽게 예측하는 진단법이 개발됐다. 다름 아닌 악력(손아귀로 물건을 쥐는 힘)을 재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과 이스턴 핀란드 대학 과학자들이 함께 개발한 이 진단법은 2일 전문 학술지 '의학회보(Annals of Medicine)'에 논문으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당뇨병 병력이 없는 만 60세부터 72세까지 핀란드인 남녀 776명의 악력을 측정하고 약 20년간 추적 관찰했다. 피험자 개개인이 평소 능숙하게 쓰는 손(dominant hand)으로 5초간 버틸 수 있는 수축력을 쟀다. 악력 측정치가 한 등급 올라갈 때마다 2형 당뇨병 위험이 약 50% 줄어든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앞서 10건의 기존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한 리뷰 논문은, 악력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2형 당뇨병 위험이 27%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령, 가족 병력, 신체 활동성, 흡연, 고혈압, 허리둘레 등의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