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을 겪는 사람은 자신이 잤다고 생각한 시간이 실제 잔 시간보다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Wien) 의과대학 신경과 수면장애 클리닉의 카린 트림멜 교수 연구팀이 수면 클리닉 환자 303명(여성 49%)의 수면다원검사 기록(PSG: polysomnogram)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29일 보도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실험실에서 수면 중 뇌파, 혈중 산소량, 호흡, 심박수, 눈과 팔의 움직임 등을 추적,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검사다. 수면장애 환자는 자신이 잤다고 느끼는 시간이 수면 실험실에서 나타난 객관적인 수면 시간과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차이는 수면장애 중에서도 불면증 환자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불면증 환자는 우선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입면 잠복기(sleep latency)가 실제보다 너무 길다고 느꼈다. 반면 잠을 잤다고 느끼는 시간은 실제 수면 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이유 중 하나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들이 만들어내는 배경 스트레스 (background stress)가 과잉 각성(hypera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대다수는 경증 또는 중등도 증상에 그쳐 시간이 지나면 입원 치료 없이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한 중증 환자는 심한 호흡 곤란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치료는 사실상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의료체계의 제한적인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하면 감염자의 중증 진행을 최대한 막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코로나19 환자에 따라 위중도가 크게 다른 이유를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이 위중도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봤다. 과학자들은 M-MDSCs(단핵 골수 유래 억제 세포)라는 면역 세포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이 면역세포의 혈중 수치가 매우 높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스테미르나 테라퓨틱스(Stemirna Therapeutics) 등의 과학자들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미국 임상 연구학회가 발행하는 '임상 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에 논문
우리 몸 안의 세포는 보통 산소에 의존하는 인산화 경로를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그런데 암세포는 효율성이 더 높은 이 경로 대신, 포도당을 분해하는 에너지 대사를 선호한다. 암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때 산소로 포도당을 태우지 않고 효모균처럼 발효시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에너지를 신속하게 구할 수는 있지만, 대사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독일의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는 1921년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다.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 또는 '와버그 효과'라고 하는데 어떤 조직이 암인지 가리는 특징의 하나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암세포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대사 경로를 고집하는 이유를 놓고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결함' 등 수많은 가설이 제기됐지만 사실로 입증된 건 아직 없다. 올해로 발견 100주년을 맞은 바르부르크 효과의 베일을 벗겨낼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의 바르부르크 대사가 PI3라는 미토콘드리아 관련 효소의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는 게 요지다. 암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하고 성장하려면 PI3의 분자 신호가 필요하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 미국의 슬론 케터링 연구소 과학자들은 저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는 감염 후에 생기는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가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을 가볍게 앓은 사람보다 심하게 앓은 사람에게 더 강한 장기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가볍게 앓고 면역력을 획득해 중증 감염증을 예방한다는 적응 면역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도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LJI의 판두란간 비자야난드 박사 연구팀은 25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엔 영국의 리버풀대와 사우샘프턴대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LJI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더믹 초기부터 어떤 항체와 T세포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중요한지 조사해 왔다. 유전체학 전문가인 비자야난드 박사는 지난해 10월 CD4+ T세포가 신종 코로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상세히 관찰한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선 단일 세포 전사체학 분석 기술로 CD8
최근 암 치료의 대세는 면역치료다. 약물로 암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해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암 종양을 없애는 걸 말한다. 하지만 타고난 항암 면역력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어떤 환자는 항암 면역치료로 상당한 효과를 보는데 다른 환자는 전혀 반응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항암 면역 반응의 개인차가 이렇게 큰 이유를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사람마다 다른 'CD8 T세포'의 유형이, 암 종양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항원과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에 모든 게 달려 있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콜로라도대 의대의 왕징훙(Jing Hong Wang) 면역학 부교수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 그룹에 편평세포암종(squamous cell carcinomas)을 이식했다. 암 면역학자인 왕 교수는 특히 두경부 편평세포암종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론적으로 이들 생쥐는 암종 이식에 똑같이 반응해야 하나, 25%는 거부 반응을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면 몸 안의 면역세포가 항체를 형성한다. 이런 항체는 바이러스 표면의 특이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하는데 이를 항원이라고 한다. 동일한 바이러스가 재감염했을 때 인체 면역계는 바이러스 항원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반응한다. 그런데 계절 독감 같은 일부 바이러스에선, 항원이 변해 진화하는 '항원 변이'(antigenic drift)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면역계는 다시 침입한 바이러스를 알아보기 어려워 면역반응도 일으키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SARS-CoV-2)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면역 회피' 진화 흔적이 발견됐다. 코로나 계 바이러스의 표면에 돌기처럼 뻗어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면역계의 주요 표적이다. 만약 신종 코로나도 이런 식의 진화를 한다면 항원이 변이할 때마다 백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워싱턴 의대와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 과학자들은 이런 요지의 논문을 19일(현지 시각)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은 표면을 덮고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가 왕관(corona)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우리 몸 안엔 자연적인 신체 과정을 24시간 주야 리듬에 맞추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가 존재한다. 수면 부족, 제트 랙(시차증), 교대 근무 등으로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일부 유형의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이 중에는 미국 내 남성 암 사망 원인 2위인 전립선암도 포함된다. 생체시계의 교란이 전립선암의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학 연구진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전립선암이 말기 암으로 진행하려면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이 필요하다. 그래서 안드로겐과 안드로겐 수용체를 각각 또는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법이 전립선암에 흔히 쓰인다. 이 대학 의학부의 시드니 킴멜 암 센터(SKCC) 연구팀은 먼저, 안드로겐 수용체가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CRY-1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는 걸 전립선암 조직 실험에서 확인했다. 암세포의 DNA 손상을 표적으로 삼는 암 치료제는, 암세포의 DNA 복구 메커니즘에 결함을 만들어 암세포의 자기 파괴를 유도한다. 흥미롭게도 이 생체 시계 유전자는, 암세포의 DNA 복구 기제에 변
모유 수유를 하면 유아기는 물론 성인기에도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는 실제로 분유만 먹은 아기보다 천식,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이 덜 생긴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어떤 면역학적 기제가 여기에 작동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마침내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이 면역계의 혼란을 방지하는 모유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조절 T세포'라는 특이 면역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처음 확인했다. 조절 T세포(Tregs)는 면역계의 과민 반응을 막는 '자가 점검' 기능을 하며, CD4+, CD25+, Foxp3 등의 표현형으로 통한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생후 첫 3주간 조절 T세포가 급속히 늘어, 분유를 먹은 아기의 2배에 달했다. 조절 T세포는 또한 모유에 섞여 있던 모체 세포(maternal cell)에 대한 면역 반응을 제어해 아기의 염증을 완화했다. 그런가 하면 조절 T세포의 기능을 지지하는 장내 균도 모유 수유 아기에게 더 풍부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유럽 알레르기 임상 면역학회(EAACI)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Allergy)에 16일(현지시간) 논문으로 실렸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급성 폐렴은 감염 몇 시간 뒤면 폐에 넓게 퍼진다. 하지만 늦지 않게 항생제 집중 치료를 하면 이런 폐렴은 대개 위중 단계까지 가지 않고 통제된다. 물론 인체의 면역 반응도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생기는 폐렴은 확산 패턴과 속도가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선 코로나19 폐렴은 다른 폐렴처럼 빠른 속도로 넓게 퍼지지 않았다. 동시다발로 여러 개의 작은 병소들이 먼저 생긴 뒤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퍼졌는데 그렇게 되는 데 수 주가 걸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폐의 면역세포, 구체적으로 대식세포(macrophages)와 T세포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진은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폐렴의 확산 양상은 여기저기 생긴 작은 산불이 서서히 퍼져 거대한 숲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과 비슷했다. 이 과정에서 폐 조직이 망가지고 고열, 저혈압 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