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병에서 생긴다. 지역과 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치매 진단 환자의 50~75%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치매는 세계 보건 의료계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다. 영국의 경우 현재 약 85만 명인 치매 환자가 2040년에는 160만 명이 될 거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이제 막 생긴 초기 단계에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발병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건 물론이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도 어렵다. 많은 과학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초기에 뇌 조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가 일부 노화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행을 가속한다는 게 요지다. '신경아교세포'라고도 하는 소교세포는 중추 신경계 조직을 지지하면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뉴런)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고, 노폐물 등을 제거하는 식세포 작용도 한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디에고 고메스-니콜라 생물과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쉽게 깨는 사람은 낮에 피로감이나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 수면 장애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체감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게 수면 장애가 생기면 실제로 '기대 수명'(life expectancy)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영국 서리 대학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유럽 수면학회(European Sleep Research Society)의 공식 학술지인 '수면 연구 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수면 부족과 건강 악화의 연관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뇨병은 없고 수면 장애만 가진 사람도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그런 연관성은 이번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당뇨병의 경우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크고 분명했다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불면증이 겹쳤을 때 수명 단축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처음 조사 한 것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UK Biobank Study)에 참여한 약 50만 명의 중년 인구를 대상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추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대사질환이다. 베타 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은 1형과 2형이 서로 다르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신체 조직의 인슐린 내성으로 인해 베타 세포가 과도하게 인슐린을 만들다가 탈진해 죽는다. 이와 달리 전체 환자의 약 10%가 해당하는 1형 당뇨병은 면역 과민 반응으로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대부분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현재 치료법이 없다.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계속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이런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스러운 소식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종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식용 베타 세포를 만드는 분화 및 배양 기술을 미국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런 줄기세포 배양 베타 세포를 1형 당뇨병 생쥐에 시험한 결과, 약 2주 후에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소크 연구소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스페인 출신의 생화학자인 벨몬테 박
면역계는 뇌에 양면성이 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적(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상일 때 면역계는 뇌의 감염을 막고 상처 난 조직의 치유를 돕는다. 하지만 비정상일 땐 신경 퇴행의 원인인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킨다. 뇌의 면역세포가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미국 워싱턴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두개(頭蓋·머리뼈)의 골수에서 생성돼 혈액을 거치지 않고 직접 뇌막으로 이동하는 독특한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뇌를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건 바로 이 두개 골수 유래 면역세포였다. 이와 달리 혈액을 통해 뇌막으로 들어오는 면역세포 중 일부가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혈액 유래 면역세포는,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유전적 특징이 존재했다. 또 나이가 들거나 질병·상처가 있을 땐 세포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조너선 킵니스(Jonathan Kipnis) 워싱턴대학 의대 신경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킵니스 교수는 "신경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암 치료의 최종적인 성공은 전이암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 이른바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 생기는 전이암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성공적인 암 치료가 이뤄져도 안심하긴 이르다. 수년 뒤 잠복했던 전이암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로 옮겨간 암세포 무리는 이주한 곳에서 긴 '동면(冬眠)'에 들어간다. 이렇게 '휴면 세포'로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나 전이암으로 뿌리를 내린다. 전이암의 씨앗인 암세포 무리가 어떻게 휴면 상태를 유지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잠에서 깨는지를 스위스 바젤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암세포의 휴면 잠복과 활동 재개에 깊숙이 관여하는 건, 초기 면역 단계의 주요 공격수인 '자연 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 일명 NK세포였다. 모하메드 벤티레스-알이(Mohamed Bentires-Alj) 생물의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벤트레스-알이 교수는 "휴면 기간엔 암세포 수와 이질성을 아직 관리할 수 있어, 귀중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지금도 의학계의 큰 논쟁거리다. 풀기 힘든 난점 중 하나는 뇌 전체의 신경 작용을 직접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 작용을 개별 세포나 모세혈관 수준에서 연구하려면 두개골 절개 등 외과적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취리히) 과학자들이,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 미세순환의 고해상 이미지를 구할 수 있는 형광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살아 있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지 않고도 미세한 부위까지 생생히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기술에 'DOLI(diffuse optical localization imag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ETH 취리히의 다니엘 라찬슈키 생체의학 영상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광학회(The Opt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저널 '옵티카(Optica)'에 논문으로 실렸다. ETH 취리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수학과를 졸업하고 교수 생활을 시작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아인슈타인(1936년 물리학상) 외에도 빌헬름 뢴트겐(1913년 물리학상), 알프레드 베르너(1915년 화학상), 볼프강 파울리(1950년 물리학상), 리처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와 감기 바이러스(common-cold virus)는 모두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다. 표면에 스파이크 돌기가 뻗어 나온 바이러스 입자의 모양이 왕관과 비슷하다고 해서 '코로나'라는 명칭이 붙었다. 인간에게 감염해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MERS-CoV), 계절성 인간 코로나(HCoVs) 4종 등 모두 7종이다. 여기서 '계절성 인간 코로나'가 흔히 말하는 감기 바이러스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가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돼 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오래 세월 지속한 감기 바이러스 노출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면역 반응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이 질문에 답할 수도 있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와 감기 코로나에 '교차 반응(cross-reactive)'을 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발견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모든(또는 대부분의)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를 내는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 개
보통 우울증으로 통하는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s)'는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우울증이 생기는 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병 기전이 분명히 밝혀진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재충전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널리 알려진 리튬(lithium)이 뇌의 기능과 우울증 발병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독일 과학자들이 밝혀졌다. 우울증 환자는 뇌의 리튬 분포가 건강한 사람과 확연히 다르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독일 뮌헨 공대(TUM)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람들은 매일 음용수를 통해 미량의 리튬을 섭취한다. 음용수의 리튬 농도가 높을수록 주민의 극단적 선택 사례가 적다는 연구 결과도 몇 차례 나왔다. 사실 고농축 리튬 염(lithium salts)은 오래전부터 조울증과 우울증 치료에 쓰였다. 하지만 리튬이 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뇌의 리튬 분포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한 것이다. 뇌의 리튬 분포를 확인하는 과정엔 TUM '리서치 뉴
크게 봐서 암은 전이암과 비 전이암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한자리에 머무는 비 전이암은 외과적 절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화학치료 등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전이암은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 암 사망자도 대부분 전이암에서 나온다. 영국과 스페인 과학자들이 암 종양 내에서 전이암의 씨앗이 생기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의 가장자리보다 중심부의 암세포가 더 공격적이고 전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로열 마스든 병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스페인의 크루세스 대학병원(Cruces University Hospital)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에콜로지 & 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최근 실렸다.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가장 큰 성과는 암 종양의 어느 부위에서 전이암의 씨앗이 생기는지 알아낸 것이다. 암의 전이는, 어떤 부위에 발생한 원발 암에서 한 무리의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타고 다른 부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