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신경계(ENS)는 장 내벽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광범위한 뉴런과 신경전달물질의 네트워크다. 장 내벽에 존재하면서 가깝게는 척수부터 멀게는 뇌까지 외부 기관 뉴런(신경세포)과 신호를 주고받는 독특한 유형의 뉴런을,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진이 발견했다. '직관'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gut instinct)에 왜 '장(gut)'가 들어가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신경과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이뉴로(eNeuro)'에 논문으로 실렸다. 27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경질환이 장에서 발생해 뇌로 진행한다는 증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인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의 도파민 분비 뉴런이 소멸해 생기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처음엔 팔과 다리가 떨리는 정도지만 신체 강직 등으로 진행하다가 나중엔 누워서 지내야 하는 상태까지 악화한다. 이번 연구는 '내장 활동 뉴런(viscerofugal neurons)'이 외부 기관에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를 발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감지해 척수와 뇌 등 외부 기관에 관련 정보를 역동적으로 전달하는 경로를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몸 안의 지방이 준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체의 영양분 흡수와 칼로리 소비 메커니즘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의 영역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지방조직 안에 깔린 신경망과 렙틴(leptin)이라는 식욕 억제 호르몬의 상호작용이다. 사실, 비축 백색지방의 분해는 지방 자체의 뉴런(신경세포)에 의해 시작된다. 렙틴은 뇌와 지방조직 사이에서 신경 신호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렙틴의 신호가 올바르게 전달되기만 하면 지방 신경망의 확장 능력, 다시 말해 지방 분해 능력이 놀라우리만큼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한 사람은 대부분 몸 안에서 렙틴이 많이 생성되나, 렙틴을 주사로 보강하려 하면 반응이 약해진다. 뇌가 렙틴 주입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렙틴을 표적으로 삼되, 뇌의 렙틴 저항을 우회하는 비만 치료법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23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렙틴이 동물의 식욕과 에너지 대사 등에 미치는 폭넓은 효과는 그동안 동물실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 렙
알츠하이머병이 발견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으로 뒤엉킨 플라크(신경반)가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히는 건 거의 임상적 관찰 결과에 의존한다. 실제로 이런 플라크가 발병 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그동안 잘 알지 못했다. 오랜 세월 베일에 싸여 있던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비밀을 마침내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과학자들이 풀어냈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뇌 신경조직에 침적하면 주변의 신경교세포에 직접 영향을 미쳐, 유전자의 다세포 동시 발현 등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학 플랑드르 생명공학 연구소(VIB-KU Leuven)의 바르트 더스트로퍼르 교수팀은 22일(현지시간)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체 유전체를 샅샅이 훑어, 아밀로이드 플라크 침적에 따른 전사체 변화를 뇌 신경 조직의 수백 개 미세영역별로 분석했다. 그러다가 아밀로이드 베타 침적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 개의 동시 발현(co-expression) 유전자 망을 생쥐 모델에서 발견했다. 아밀로이드
조영제를 주입하지 않고도 '확산강조 MRI(자가공명영상검사)'로 만져지지 않는 초기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확산강조 MRI 방식은 유방암 표준검사인 유방 촬영이나 유방 초음파보다도 암 발견율이 높았다.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하수민·장정민·문우경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유방암 환자 1천162명을 대상으로 유방 촬영, 유방 초음파, 확산강조 MRI 등 검사 방법을 비교·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확산강조 MRI는 조직 내에서 물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해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암 조직은 주위 정상조직과 비교해서 물 분자가 확산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하면 구별이 가능하다. 검사 시간이 5분 정도로 짧고 조영제를 주사하지 않아 임산부, 조영제 알레르기가 있거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여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조영제는 장기에서 종양 등을 영상으로 진단할 때에 조직이나 혈관 등이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의약품을 칭한다. 연구 결과 유방암 표준검사인 유방 촬영과 유방 초음파를 병행했을 때보다 확산강조 MRI로 환자를 진단할 때의 암 발견율이 2배 높았다. 연구에서 전체 1천162명의 유방암 환자의 반대 측 유방에
유전적으로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도 심혈관계가 건강하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치매 발생에 관여하는 변이 유전자형과 심혈관계 건강은 치매 위험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미국 보스턴대 의대 과학자들은 2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치매 연관성이 널리 알려진 APOE4 변이 유전자형을 수 개(several) 가진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이런 유전자형이 없는 사람의 2.6배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유전적 고위험군도 심혈관계의 건강 상태가 좋으면 치매 위험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지나 펠로소 생물통계학 조교수는 "유전적으로 치매 위험이 높다고 해서, 건강에 좋은 라이프스타일로 그 위험을 낮출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의 자녀 코호트(offspring cohort) 참가자 1천211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치매 유전자로 통하는 APOE4 변이 유전자형은 전체 표본의 10~15%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미국 심장협회가 제시한
우리 몸의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DNA는 원래 이중나선 구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DNA는 4개의 염기, 즉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과 시토신(C)이 각각 상보적으로 결합한 약 600억 개의 염기쌍이 이중나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4월 인간의 DNA에 4중 나선 구조가 존재한다는 게 밝혀졌다. 당시 호주 가반연구소, 시드니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세포 실험 결과를 저널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4중 나선구조는 G와 C가 많이 몰려 있는 DNA 구간에서, G 4개가 연결된 G4(G-quadruplex) 또는 C 4개가 결합한 iM(I-motif) 형태로 관찰됐다. 단백질이 합성되는 세포주기의 첫 번째 단계(G1)에 iM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4중 나선 DNA의 존재가 알려진 지 2년여 만에 영국 과학자들이 인간의 생체 세포에서 G4, 즉 지-쿼드러플럭스가 형성되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4중 나선 DNA가 유난히 암세포에서 많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UCL)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뉴런) 연접부인 시냅스가 과도하게 파괴돼 생기는 병이다. 조현병도 비슷한 시냅스 파괴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신경질환의 발생과 연관된 시냅스 파괴를 차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미국 샌 안토니오 텍사스대 건강과학 센터(UC 헬스 샌 안토니오)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UC 헬스 샌 안토니오의 게크 밍 시아(Gek-Ming Sia) 조교수팀은 저널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최신 호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0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이 단백질 생성을 늘리는 약제가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전혀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이 나올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인간은 만 12세부터 16세까지 시냅스 생성이 대부분 완료된다. 하지만 약 20세가 될 때까진 필요 이상으로 생긴 시냅스를 제거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는 '보체계(complement system)'라는 뇌 면역 경로가 관여하는 정상적인 뇌 성숙 과정의 한 부분이다. 생물체의 보체계는 손상된 세포나 미생물의 제거, 염증 촉진, 항체 및
암 면역 치료제는 PD-1 같은 면역관문 억제 단백질을 차단한다. 킬러 T세포에 걸렸던 브레이크를 풀어 암세포 공격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이 기발한 치료법은 등장하자마자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기대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면역치료에 반응하는 암 환자가 세 명 가운데 한 명꼴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환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킬러 T세포의 '면역 기억 관문(immune memory checkpoint)'을 차단하면 암의 재발 방지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뉴로필린-1(NRP1)이란 단백질이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의 다리오 A. A. 비냘리 암 면역학 교수팀은 15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NRP1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면 다른 면역관문 분자처럼 암의 성장을 억제할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생쥐의 T세포 표면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해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특정 암을 기억하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가 남성의 전립선암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제임스 로우슨 공중보건학 교수 연구팀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두 가지 변종인 HPV16과 HPV18이 전립선암 조직의 22%에서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UPI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HPV 관련 연구논문 26편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전립선암 환자 1천71명 중 231명(약 22%)이 암 조직에서 HPV16과 HPV18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전립선 비대증(양성 전립선 종양) 환자의 경우는 1천103명 중 74명(약 7%)만이 HPV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전립선암 조직에서는 전립선의 정상 조직이나 전립선 비대 조직에서보다 훨씬 많은 HPV16-HPV18 DNA가 발견됐다. 이는 HPV16과 HPV18이 전립선암의 원인일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16과 HPV18은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