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는 큰 애를 데리고 강남의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결과는 부비동염(축농증)이 원인이었죠. 2020년에는 둘째가 친구들과 놀다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역시 집 주변 3차 병원에 데려갔지만, CT 촬영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2022년에는 아버지가 마트에서 뇌출혈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여러 3차 병원의 응급실 문을 두드리고, 온갖 인맥을 다 동원했는데도 당장 치료가 가능한 곳이 없어 1시간 반을 구급차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강남·서초에 2차 병원이 있었고, 1차에서 2차, 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아이들의 경우 굳이 3차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됐고, 아버지는 3차 병원 응급실을 차지하고 있는 경증환자들로 인해 구급차에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진식 세종병원(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전문병원의 의사이자 환자 보호자로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어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박 이사장
국내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균 점수가 55.5점(100점 만점)에 불과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1등은 삼성전기로 85.3점이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지난 18일 이 같은 내용의 '인구위기 대응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국내 300개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 기업의 ▲ 출산·양육지원 ▲ 일·가정 양립지원 ▲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 ▲ 지역사회 기여 등 네 가지 부문의 17개 세부 지표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300개 기업 중 총점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기로, 85.3점을 기록했다. 롯데정밀화학(83.8점), 신한카드·KT&G·KB국민카드(각 80.9점), 국민은행·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제주은행·효성첨단소재(각 79.4점) 등이 뒤를 이어 10위권에 들었다. 총점이 가장 낮은 기업은 자회사 지분만을 보유하는 순수 지주회사로, 16.2점이었다. 연구원은 하위권 기업의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고 산업명만으로 표기했다.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를 제외하면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이 최하위권에 많았다. 296위(27.9점), 297위(26.5점), 299
주요 대기업 임직원 구성에서 20대는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증가하는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500대 기업 중 2021∼2023년 3년 연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41개사 가운데 연령대별 임직원 현황을 공개한 123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임직원은 2021년 137만9천406명에서 2023년 141만7천401명으로 3만7천995명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이 기간 30세 미만 임직원은 32만2천575명(23.4%)에서 30만6천731명(21.6%)으로 1만5천844명(4.9%) 줄었다. 반면 50세 이상은 28만4천61명(20.8%)에서 31만1천484명(22.0%)으로 2만7천424명(9.7%) 늘며 30세 미만 직원 수를 앞질렀다. 조직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30∼50세 임직원은 2021년 76만4천423명(55.4%)에서 2023년 79만7천40명(56.2%)으로 3만2천617명(4.3%)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20대 비중이 30∼40%대로 큰 편이었던 업종에서 20대 직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에서는 20대 비중이 2021년 34.2%에서 2023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에 온열질환까지 겹치면서 응급실이 '응급 상황'에 놓였다. 의정 갈등 상황과 여름철 질병까지 겹치며 과부하가 걸린 것인데, 음주 후 속이 쓰려서, 손톱이 살짝 들려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까지 많은 실정이다. 정부는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시 본인부담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이를 반기면서도 지금까지 정부가 상황을 방치했던 만큼 정책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 "술 마셔서 속 쓰리다고, 모기에 물렸다고 온다"…응급실 천태만상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 이후 지방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거나 축소 운영하는 방식이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6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4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총 10명이 번갈아 가며 당직을 서는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각기 휴직과 병가를 내면서 당직근무 체제를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이비인후과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 성형외과와 산과, 피
국민 10명 중 7∼8명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 시장에 공개하는 데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양대 노총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 500여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저지 공동행동'이 7월 25일∼8월 2일 진행한 전화 설문 결과(95% 신뢰수준 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1천15명 중 75.0%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는 데 반대했다. 이 가운데 '매우 반대한다'가 36.9%, '반대하는 편이다'는 38.1%였다. '매우 찬성한다'(3.2%)를 포함한 찬성 의견은 18.4%에 그쳤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사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운 49.3%로 가장 많았다. '개인의 의료 정보와 소득·재산 등 민감한 정보가 이용될 것이 우려된다'는 답변은 31.4%로 집계됐다. 민간 보험사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의료의 영리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답변(7.5%)도 있었다. 공동행동은 "2023년 말 기준 민간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3천997만명으로, 대다수의 국
스마트폰 등 트렌드 적응이 빠른 국내 50대∼60대 '퍼레니얼' 연령층이 노후 대비와 관련해선 여전히 남몰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어 금융권의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퍼레니얼(perennial)은 '오래 성장하는 존재'란 뜻의 영단어로, 모바일 뱅킹과 AI(인공지능) 등 새 문물을 잘 익히고 육체적·지적 활동이 활발한 어르신을 가리킨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연구소 윤선영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와 386세대 등 은퇴를 앞둔 '프리시니어'(예비 시니어)는 퍼레니얼 명칭에서 보듯 노년층이란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 세대 역사를 쓰고 있으나, 노후를 매우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진단했다. 윤 위원에 따르면 프리시니어는 10명 중 8명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고 있으며, 이 50·60대가 보유한 자산은 국내 총 순자산의 절반에 육박해 '국부(國富)의 중추' 역할을 한다. 또 생각이 유연해 부동산 자산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려는 성향이 강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자산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새 재테크 도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렇게 강점이 많은 퍼레니얼
교육부는 개학을 앞두고 전국 6천3백여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주변에 유해 요소가 있는지 단속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19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6주간 이뤄지는 이번 단속엔 교육부 외에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총 725개 기관이 참여한다. 교통 안전, 유해 환경, 식품 안전, 제품 안전, 불법 광고 등 5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구체적으로 학교 보행로에 장애물이 있는지, 주변 유해 업소에 청소년이 드나들거나 일하지 않는지 등을 단속한다. 또한 방학 동안 사용하지 않은 급식 시설의 위생 상태가 올바른지, 주변 업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보관 상태가 불량한 식품이 있는지 등도 점검한다. 어린이가 다칠 수 있는 위험 요소나 청소년 유해 표시, 불량 식품, 안전 인증이 되지 않은 제품 등을 발견하면 누구라도 안전신문고 앱 또는 누리집(http://www.safetyreport.go.kr)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개학을 앞두고 초등학교 주변 위해요소를 점검해왔다.
지난달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대다수인 75%는 일하기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4만2천명 늘어난 44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천명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1천명으로 줄었으나 작년(40만2천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천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적었고, 30대도 28만8천명으로 나타났다. 50대는 39만4천명을 기록했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 815만명 가운데 쉬었음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는 치명적 곰팡이병(파나마병)을 일으키는 푸사리움 곰팡이의 약점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파나마병 원인 곰팡이인 '푸사리움 옥시스포룸 큐벤스 TR4(Foc TR4)'의 바나나 침투와 독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조 유전자 2개를 찾아냈다며 이를 이용하면 Foc TR4 확산을 막거나 통제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Amherst) 마 리-쥔 교수팀은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서 현재 캐번디시 바나나에 확산하는 Foc TR4는 1950년대 바나나를 전멸시킨 균주가 진화한 게 아니며, 이 곰팡이의 독성은 산화질소(NO) 생성 관련 보조 유전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아직 통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Foc TR4의 확산을 늦추거나 퇴치할 수 있는 전략적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50년대까지 가장 널리 재배되던 그로 미셸(Gros Michel) 바나나는 푸사리움 곰팡이가 일으키는 시듦병인 파나마병 탓에 기능적으로 멸종했다. 기능적 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