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배경으로 펼쳐진 건원릉 억새, 가을볕에 '반짝'

 조선을 세운 태조(1335∼1408) 무덤인 건원릉(健元陵)은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이 잔디가 아닌 억새로 덮였다.

 지난 11일 구리 동구릉(東九陵) 건원릉 능침에 올랐다. 봉분 뒤에 서니 멀리 단풍으로 물든 낮은 산자락이 보이고, 능에서는 억새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하늘거렸다.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명당이라 할 만했다.

  때마침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환한 빛을 받은 억새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반짝였다. 가을에만 만나는 진풍경이었다.

 건원릉에 억새를 심은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인조 7년(1629) 3월 19일 기사를 보면 홍서봉이 임금에게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을 사초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했다"고 아뢨다. 청완은 억새를 의미한다.

 억새에 대한 기록은 건원릉지에서도 확인된다. 건원릉지는 "옛날 봉릉을 할 때 함흥에서 옮겨왔다고 한다"며 "한식 때 으레 억새를 자르면 여름에 새싹이 돋아 나오고 가을에 이삭을 맺으며 서리가 내릴 때 시들었다"고 설명했다.

 봄을 맞아 한식에 제의를 행한 뒤 자른 억새는 가을이 되면 크게 자란다. 또 줄기 끝에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억새 절정기를 맞아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건원릉 능침을 특별 개방한다. 지난해 시범 개방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회당 40명씩 하루 두 차례 관람객을 받는다.

 조선왕릉 동부지구관리소 관계자는 "건원릉 억새는 동구릉 내 양묘장에서 기른다"며 "정기적으로 건원릉 특별 개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을날 건원릉을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정자각(丁字閣)에서 봉분으로 오르는 길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낙엽이 가득하고, 나무는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구릉의 진정한 단풍 명소는 헌종·효현왕후·효정왕후가 잠든 경릉(景陵)과 양묘장을 잇는 구간이다. 나뭇잎이 온통 노랗고 빨갛다. 팥배나무에는 자그마한 붉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다만 이 길은 산불 방지를 위해 10월까지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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