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퇴행 막는 신호 경로, 수면도 조절한다"

PERK '신호 경로' 수면 제어 작용, 동물실험서 확인
미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논문

 수면 결핍이나 수면 장애가 여러 신경 퇴행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된 사실이다.

 최근엔 만성 수면 결핍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고, 알츠하이머 환자는 수면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수면 장애는 파킨슨병, 루게릭병(ALS·근위축성 측색경화증), 전·측두엽 치매 등 신경 퇴행 질환에서 흔히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신경 퇴행 질환으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수면 조절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뉴런)에 쌓이는 걸 막는 신호 전달 경로가 수면 조절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초파리와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이들 두 동물 종에 똑같이 이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건, 인간도 이 메커니즘을 가졌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12일(현지시간)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온라인판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도 인터넷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이 연구를 이끈 니린지니 나이도 수면·시간 생물학 부교수는 "짧은 수면 방해가 반복되는 '수면 분절(sleep fragmentation)'은 특히 노년층에 심한 낮 시간대 피로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면서 "새로 발견한 수면 조절 신호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이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이 잠자는 동안 PERK라는 신호 경로가 활발해지는 걸 우연히 발견했다.

 이 신호 경로는, 불필요한 변형 단백질의 축적을 막기 위해 뇌세포가 일시적으로 대부분의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 항상성 과정(proteostasis processes)'에 관여한다.

 실제로 초파리와 제브라피시 모델에 약물을 투여해 이 신호 경로의 활성화를 억제하자, 정상보다 훨씬 적게 잠을 잤다. 반대로 이 신호 경로의 발현 수위를 높이면 수면량이 대폭 늘어났다.

 초파리 뇌에서 각성 촉진 호르몬을 생성하는 작은 그룹의 뉴런에 실험한 결과, 이 뉴런에서만 PERK 신호를 조작해도 수면량 제어가 가능했다.

 나이도 교수는 "각성 상태에서 생기는 세포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게 유전적으로 보존된 수면의 기능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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