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 세균이 뇌 신경세포 망치는지 원인 규명…신경 퇴행 촉진

세균이 분비하는 아밀로이드 원섬유, 뉴런의 단백질 응집 촉진
녹차의 폴리페놀 효과 확인…원섬유 분비·신경 퇴행 억제
홍콩대 연구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은 비정상 형태로 뭉친 단백질이 뇌의 뉴런(신경세포)에 침적해 생긴다.

 최근 수년만 봐도, 장(腸)의 세균이 이런 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건 나왔다.

 항생제 치료로 장 세균을 거의 다 죽이면 파킨슨병 증세가 완화됐다는 생쥐 실험 결과도 보고됐다.

 하지만 장 박테리아가 어떻게 이런 작용을 하는지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홍콩대 과학자들이 마침내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머리카락과 모양이 비슷한 박테리아 유래 아밀로이드 원섬유가 숙주 뇌의 신경 퇴행을 촉진한다는 게 요지다.

 다시 말해, 장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단백질로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원섬유가 숙주 뇌의 뉴런에 들어가 변형 단백질의 응집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박테리아가 이런 단백질을 내놓지 못하게 차단하면 신경 퇴행 질환을 예방하는 치료도 가능할 거로 기대된다.

 홍콩대 생물과학대의 정차오구(Chaogu Zheng) 조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정 교수팀이 실험 모델로 쓴 건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이다.

 생물 과학계의 인기 실험 모델인 이 선충은 세균을 잡아먹고 살아, 숙주와 세균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에 적합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파킨슨병이 생기게 조작한 선충 모델에서 어떤 대장균(E. coli) 유전자를 제거하면 병세가 가벼워지는지 분석했다.

 전체 유전체를 샅샅이 뒤진 끝에 선충의 신경 퇴행을 촉진하는 38개 유전자를 찾아냈는데 그 중 2개 유전자의 단백질 코드가 시선을 끌었다.

 박테리아성 아밀로이드 섬유의 한 유형인, 머리카락 모양 원섬유((curli amyloid fibril)의 구성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코드였다.

 원래 이 원섬유는 박테리아가 상처 등에 감염할 때 표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박테리아 원섬유가 선충의 뉴런 안에 들어가면, '교잡 파종(cross-seeding)'을 통해 인간의 아밀로이드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이 뭉치게 부채질했다.

 이렇게 단백질이 응집하면 단백질 독성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이상이 생겨 결국 뉴런이 사멸하게 된다.

 실제로 알파-시뉴클레인의 비정상적 응집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은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대장균의 머리카락 모양 원섬유는 이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ALS·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헌팅턴병 등의 신경 퇴행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원섬유가 파킨슨병 외에 다른 여러 신경 퇴행 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박테리아의 이런 행동을 억제하는 물질이 따로 있었다. 바로 녹차에 풍부한 폴리페놀(EGCG)이었다.

 연구팀은 폴리페놀이 박테리아의 원섬유 분비를 거의 완벽하게 막아, 신경 퇴행 억제에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는 걸 확인했다.

 녹차를 많이 마시면 신경 퇴행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전의 관찰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장의 박테리아가 숙주의 신경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이번 연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신경 퇴행의 맥락에서 인간과 장 세균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이해하면 신경 퇴행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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