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보니 감사할 일 투성...말기암 환자들 편지"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연구팀 논문…"죽음 앞둔 불안·고통 줄이는 효과"

 "세상 사람들 다 암에 걸려도 나는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걸리는 걸 보면 운명인가 보다"

 "점점 하루가 길어지는 게 가장 힘들다. 그만하면 안 될까. 아침에 눈 뜨는 게 괴롭다"

 "이렇게 갈 수 있다고 느끼니까, 집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아파보니, 감사할 일 투성이다. 왜 그동안 더 감사하지 못했을까. 모두 다 감사하다"

 "이제 겁나는 것은 없는데. 제일 마지막 순간에, 그때가 좀 걱정이다. 갈 때는 조금은 편하게 갔으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이 편지에 쓴 글이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 질환이다.

 보건복지부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암에 걸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암 경험자가 늘면서 돌봄이 필요한 말기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말기에 다다른 암 환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암 환자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는 게 돌봄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들이 쓴 편지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본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연구팀(고주미 박사과정생, 이채원 교수)이 사회복지연구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는 무슨 말을 남겼는가'를 보면 말기 암 환자들은 임종을 앞두고 직접 작성한 편지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인정, 삶에 대한 성찰, 마지막을 위한 바람,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주로 담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말기 암 환자는 20대부터 80대까지 총 20명(남녀 각 10명)이었다.

 우선 환자들은 '왜 나일까'라며 암에 걸린 안타까움을 피력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편지에서 "항상 바르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암에 걸린 걸 보니)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병원에 오래 있는 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내가 담담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좀 억울하지만, 받아들인다" 등의 표현으로 체념 섞인 속마음을 드러냈다.

 또 편지에는 지난 삶에 대한 성찰과 암 극복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함께 녹아 있었다.

 환자들은 "열심히 산 거 그거 하나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저 조용히 가정을 돌본 것이 나의 전부",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주지 못했다"며 지난날을 돌아보면서도 "나으면 아내와 항상 붙어 다녀야지", "다시 걷게 된다면 봉사하고 싶다" 등의 글로 삶에 대한 마지막 애착을 에둘러 표현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바람으로는 "고통은 안 받고 떠났으면 좋겠다", "나의 이런 모습을 어머니한테 보이기 싫다",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리고, 흔적을 없앴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등으로 다양했다.

 편지에는 또 이 세상에 남겨질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환자들은 "얼굴을 보고도 이 가슴 안에 있는 말들을 다 못했다. 무조건 고맙고 미안하다", "아빠가 바라는 것만큼 뒷바라지를 못 해줘 미안하다", "평상시에 말 못 했지만, 항상 당신 사랑하고, 당신 믿고, 당신한테 의지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제대로 표현 못 해 미안하다", "애들하고 내 몫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부모와 배우자, 자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연구팀은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가 직접 작성한 편지는 작성자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신적 유산'으로서 가지는 상징성이 큰 만큼, 말기 단계에 있는 암 환자에게 소통과 표현의 기회를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를 이끈 고주미씨는 "이번 연구는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가 직접 남긴 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과 그 심경을 이해하고자 한 첫 번째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씨는 "말기 암 환자에게는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는 통합감을 높이고 죽음에 대한 불안과 심리적 고통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끔 하는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생의 마지막 구간에서의 편지쓰기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활동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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