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의 시대를 넘어…디지털 치료·전자약의 등장

모바일로 시지각 훈련·우울증 치료 VR 게임도 개발
데이터 생태계 구축 필요…전기로 신경 자극하는 전자약도 주목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따라 의사 처방을 통해 먹지 않고도 질환을 치료·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이 조금씩 일상에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자신이 개발한 인지치료 디지털 치료기기 '비비드 브레인'을 처방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질병을 예방·치료·관리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불리기도 한다.

 비비드 브레인은 가상현실(VR)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환자 맞춤형 시지각 학습 훈련법을 제공한다.

 환자는 VR 기기 화면에서 시지각 과제가 나타날 때마다 조이스틱을 누르는 훈련을 진행한다.

 이로써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시야 민감도를 높이고, 뇌 유연성을 촉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만성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고 집에서 질환을 관리하는 '홈 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전임상 단계가 필요치 않아 기존 신약 개발 대비 비용과 기간이 절감되고, 약물 중독·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에서 나아가 천식·당뇨 등으로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정부 과제를 통해 개발한 우울증 디지털 치료기기의 확증 임상을 마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추가로 강박·불안에 대해 확증 임상 시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모바일·PC·TV에서 진행되는 VR 기반 신체 활동 게임을 진행한다. 환자의 사용 기록 정보는 의사와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로 제공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김형숙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은 연합뉴스에 "의료진이 대시보드에서 치료기기를 사용하는 전국 환자 수, 효과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는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병원과 메인 플랫폼에 연동해 허브로 만들어야 디지털 치료기기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외에도 뇌와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중추신경계 질환,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뇌과학 기반 전자약 플랫폼 기업 와이브레인은 지난달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 처방 건수가 9만 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경증·중등증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에 사용하는 마인드스팀은 머리에 밴드를 두르면 두피를 통해 전기 자극이 전달돼 신경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한다.

 기존에도 심장박동조절기, 뇌심부자극기 등 전자 방식의 장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편두통 등 전자약의 활용 영역이 커지는 추세다.

 와이브레인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서 와이브레인을 많이 선호한다"며 "항우울제가 맞지 맞거나 부작용이 생길 경우, 마인드스팀을 처방해 치료를 계속 이어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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