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남친 있냐 물어보는 선배…삶의 경계선 설정해야"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쓴 신간 '바운더리'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회식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한 이후 선배가 A씨의 연애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선배는 남친의 직업, 친밀도, 결혼계획까지 스스럼없이 물어본다.

 심지어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A씨의 연애사를 화젯거리로 삼곤 한다. A씨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웃어넘기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은 계속 쌓이고 있다.

 '내가 만만해 보이나?'

 A씨가 자신에게 요즘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바운더리는 "가장 나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정하는 마음의 공간"을 말한다.

 나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종의 "마음의 정원"이다.

 '삶의 가치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관계의 단절에 방점을 두는 '선 긋기'나 '손절'과는 결이 다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A씨는 선배가 신경 쓰였지만,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 싫어 자기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참다 보면 우울증, 대인관계 기피증, 번아웃(탈진), 과도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려고 '반드시' 무언가를 하거나 참아야 한다고 노력하는 대신에, 내게도 엄연히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고, 상대방도 내 의사 표현에 반응하며 감정을 느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거나 상대방의 눈치를 지나치게 볼 필요도 없다.

 타인의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정보를 끌어모으고 해석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려는 생각 과정, 즉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에 치중하다 보면 번아웃에 빠질 공산이 크다.

 저자는 "인간관계에는 단일하고 정확한 규칙이 없다"며 "문제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과도하게 책임을 지려고 할 때 일어난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책임을 묻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눈치 보는 뇌'를 다스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생각을 멈추라"고 강조한다.

 바운더리는 또한 삶의 주기 속에서 계속해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령, 젊었을 때는 친구와의 우정, 직장 일 등이 삶의 중심이 될 수 있지만 결혼과 출산·육아를 거치면 가족이 우선순위로 올라서는 경우가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병사의 위기에 놓이면 건강을 가장 우위에 두기도 한다. 상황에 맞게 지속해서 수정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운더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삶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삶과 가치관은 내가 나서서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요…바운더리는 가치 있는 것을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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